
소셜미디어(SNS)가 젊은 세대에게 기독교를 접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교회에 정착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는 데에는 그리스도인과의 인간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성공회(Church of England)가 의뢰하고 싱크탱크 테오스(Theos)가 수행한 연구보고서 '영국 성공회에서 젊은 성인들이 신앙에 이르는 여정(Understanding Young Adult Journeys to Faith in the Church of England)'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동안 처음으로 성공회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한 18~30세 청년 30명의 신앙 여정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오늘날 청년들이 영적으로 열린 마음을 갖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앙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계기는 실제 그리스도인과의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참가자들은 틱톡(TikTok),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YouTube), 팟캐스트, 온라인 간증 영상 등을 통해 처음 기독교를 접했다. 또 일부는 SNS에서 기독교 변증 콘텐츠나 성경 관련 게시물을 우연히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은 온라인 콘텐츠만으로 곧바로 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았으며, 친구나 교사, 대학 채플린, 연인, 룸메이트, 지인 등 주변의 평범한 그리스도인들과의 만남이 교회로 향하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는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기독교의 진리를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그리스도인들이 삶으로 보여준 사랑과 기쁨, 관대함, 친절이었다"고 분석했다.
25세 여성 베키(Becky)는 아들을 돌봐주던 아이돌보미가 지역 성공회 사제의 아내였던 것을 계기로 교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에게서 사랑과 평안을 보며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며 "아들을 돌봐주는 것뿐 아니라 마치 나를 위해서도 함께해 주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결국 그분이 나를 예수님께로 인도해 주었다"고 회상했다.
20세 대학생 밀리(Millie)도 대학에서 만난 기독교인 친구들의 친절함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 친구들은 항상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늘 미소를 지었다"며 "이들과 함께 있으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연구는 인터뷰 참가자들이 종교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다양한 세계관과 신념을 탐색한 끝에 기독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청소년 시절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등 '신무신론(New Atheism)'의 영향을 받아 무신론자가 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참가자들 가운데는 점성술, 끌어당김의 법칙(manifestation), 타로카드, 수정(crystal) 등 뉴에이지 영성을 경험한 뒤 기독교로 돌아선 사례도 적지 않았다.
많은 참가자는 온라인에서 기독교 콘텐츠를 접한 이후 스스로 성경을 읽고 C.S. 루이스(C.S. Lewis), G.K. 체스터턴(G.K. Chesterton) 등의 저서를 탐독하며 신앙을 탐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상대주의적 문화 속에서 객관적인 진리와 도덕적 기준을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는 논리적인 변증보다 성경 자체를 읽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제이크(Jake)는 SNS에서 성경을 언급하는 영상을 본 뒤 직접 성경을 구입했고, 읽기 시작하자 말씀이 자신이 겪고 있던 어려움을 직접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성경을 빌려 읽었다가 시편과 복음서를 통해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교회에 처음 출석하기도 전에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불안과 외로움, 질병, 사별, 개인적인 위기 등을 경험한 이후 하나님을 찾게 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회를 통해 정신적 어려움과 불안, 외로움이 완화됐으며, 기도 응답이나 꿈 등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고 믿는 개인적인 경험도 신앙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삶에서 부족했던 무언가를 교회 안에서 발견했으며, 공동체뿐 아니라 예배와 새로운 삶의 목적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전도가 기독교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지역교회의 역할은 여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8세 직장인 라이언(Ryan)은 "교회는 나에게 집과 같은 공간이었고, 정체성과 공동체를 제공했으며 이전보다 삶의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복음주의 교회와 앵글로가톨릭 교회 가운데 어느 곳을 선택했든 공통적으로 '확신', '진지함', '진정성'이 있는 예배에 끌렸다고 답했다.
한편 연구진은 영국 성공회의 온라인 영향력이 로마가톨릭교회나 독립 기독교 콘텐츠 제작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공회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신앙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보고서는 영국 사회가 대규모 종교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일부 청년층 사이에서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개방성(emerging openness)'이 나타나고 있다고 신중하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한 오늘날 영국에서는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기초 지식이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베키는 "어릴 때는 기독교가 광신적이고 사이비 같은 것이라고 배웠다"며 "성경을 읽어본 적도, 찬송가를 불러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24세 돔(Dom)은 "우리 세대에는 성경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예수님이 존재했고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정도만 알 뿐, 그 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부모 세대조차 성경 이야기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거의 세 세대에 걸쳐 교회 출석이 일상이 아니었던 사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교회가 기독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새로운 방문자들이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환영하는 문화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사역에서는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새로 온 청년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행사에 초청하며 교회 의사결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교구회의와 총회 등에 학생과 청년 대표를 더 많이 참여시켜 젊은 세대가 교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에 참여한 청년들은 영국 성공회가 국가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자신 있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고교회나 저교회(high or low church traditions), 보수와 진보 여부를 떠나 대부분의 참가자가 이 같은 견해를 공유했다"며 "영국 성공회는 자신의 역사와 전통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이를 다음 세대와 사회에 자신 있게 전해야 한다고 청년들은 생각하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영국 성공회 비전·전략팀의 닉 셰퍼드(Nick Shepherd) 박사는 "젊은 성인들이 신앙을 탐색하고 질문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고, 교회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영국 성공회와 함께 신앙 여정을 시작한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앞으로 신앙을 찾게 될 이들과도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