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북한자유주간 4일째인 29일 오후 2시 30분, 워싱턴 D.C. 레이번 하원 의원회관에서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과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공동 주최한 ‘북한자유주간 대표단 초청 의회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수잔 숄티 북한자유주간 의장을 비롯해 탈북민 대표단과 미 연방의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북한 내부의 생활 실상, 외부 정보 유입의 영향,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위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문제 등을 놓고 증언과 질의를 이어갔다.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정보 접근권 확대, 탈북민 보호, 대북 정보 유입 지원 등을 뒷받침해 온 북한인권법은 2004년 제정된 뒤 여러 차례 재승인돼 왔지만, 2022년 이후 재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4년에도 재승인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처리되지 않아 최종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영 김 의원과 아미 베라 의원은 지난해 11월 ‘2025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North Korean Human Rights Reauthorization Act of 2025)을 다시 발의했다. H.R. 5959로 제출된 이 법안은 기존 북한인권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갱신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정보 접근권 증진, 북한인권특사 직위의 조속한 충원, 대북 정보 유입 촉진 등을 담고 있다. 현재 법안은 하원 외교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외부 정보 유입과 북한 주민 인식 변화

김지영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최근 자유북한방송이 2022년 이후 한국에 입국한 30·40대 탈북민 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응답자의 66%가 한 주에 한 번 이상 외부 정보를 접했고, 그 정보를 통해 자유에 대한 꿈과 탈북의 용기를 갖게 됐다고 답했다”며 “김정은 정권이 청년교양보장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응답자 전원이 체제 붕괴와 독재 유지 불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그만큼 갈망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가장 싫어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때 독재 정권은 흔들리고 북한 주민들은 살 길을 찾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질의 과정에서도 외부 정보 유입의 영향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김 대표는 “북한 주민의 상당수는 외부 정보를 한두 번 이상 접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압록강 국경, 해외 파견 노동자, 우크라이나 파병 군인, DMZ 인근 대북 방송 등을 통해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2010년 이후 대한민국 드라마를 보지 못한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며 “김정은 정권이 이른바 3대 악법을 만든 것은 외부 정보가 북한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탈북민 증언 “생존 위해 떠났고, 외부 정보를 통해 자유를 알았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최근 북한을 탈출한 이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최춘혁 씨는 북한 어민들이 생계를 위해 러시아 수역까지 나가 조업하다 체포되는 현실을 전했다. 최 씨는 “러시아 해상경찰에 나포돼 2년 1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며 “처음에는 죽어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지만, 한류와 외부 정보를 접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면 보위부의 고문과 교도소 생활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난민 신청을 결심했다며, 국제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희 씨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친척 집을 전전하다 청년돌격대에서 혹독한 노동을 겪은 경험을 전했다. 그는 “장갑도, 신발도 제대로 주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옥수수밥을 먹으며 일했다”며 “그때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문제도 제기됐다. 이순실 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을 반복적으로 겪은 경험을 전하며 “팔려가면 사람은 물건처럼 취급된다”며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밥 한 끼 때문에 길을 떠났다가, 여기까지 와서야 자유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북한 여성들과 아동들이 가장 연약한 자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 세계가 목소리를 모아 북한의 무너진 인권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군 파병 문제도 논의

탈북민 이재희 씨가 북한에서 가족들의 아사를 지켜봐야 했던 경험과 자신이 당한 인신매매 과정을 증언하며 눈물흘리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탈북민 이재희 씨가 북한에서 가족들의 아사를 지켜봐야 했던 경험과 자신이 당한 인신매매 과정을 증언하며 눈물흘리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문제도 라운드테이블의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은 북한 청년들이 러시아 전쟁터로 보내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단순한 군사 협력 차원이 아니라 심각한 인권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북한의 어린 청년들이 러시아 전쟁터로 보내졌고, 포로가 되면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이 처형당할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또 다른 인권 유린”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그들이 돌아가면 100% 죽는다”며 “한국 정부가 침묵한다면 미국 정부와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해 그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영 김 의원은 향후 미 한국 대사와 만날 때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참석한 연방의원들 “한미가 다시 힘 합쳐야”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미 의원들도 탈북민들의 증언에 응답했다.

괌을 대표하는 제임스 모일런(James Moylan, 공화·괌) 미 연방하원 대의원은 “제21회 북한자유주간에서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다시 힘을 합쳐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또 다른 30년이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데릭 트랜(Derek Tran, 민주·캘리포니아) 연방하원 의원은 자신이 19세 때 미 육군으로 한국에서 복무한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받은 DMZ 철책선 기념 액자를 이날 현장에서 보여줬다.

그는 해당 액자가 6.25전쟁 발발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여러분들이 자유를 갈망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 탈출했던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와 존엄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

영 김 의원 “북한인권법 재승인 위해 최선 다할 것”

영 김 의원은 라운드테이블 말미에 탈북민들의 증언을 의회 활동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20년 전에 탈북한 분들이나 아주 최근에 탈북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북한의 현실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오히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소식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서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영김 의원과 아미 베라 의원의 초청으로 북한자유주간 대표단 의회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영김 의원과 아미 베라 의원의 초청으로 북한자유주간 대표단 의회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젊은 분들이 외부 정보를 듣고 탈북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도 방송을 통해 도움과 용기를 얻기 때문”이라며 “지금 여러분들이 한 이야기를 종합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미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을 다시 재승인시키는 데 모두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 법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북한에 방송할 수 있는 자원을 책정하는 것”이라며 “자유북한방송이 목숨을 걸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 온 일에 감사와 찬사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북 방송 활동의 목적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북한 주민에게 용기를 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통해 북한에 살고 있는 분들이 더 가깝게 여러분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며 “힘들더라도 그 일을 멈추지 않고, 자유의 나라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의 목소리로 북한 주민들에게 계속 용기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북한의 열악한 상황이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에게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제가 여기 있는 동안 여러분들의 입이 돼 동료 의원들과 더 대화하고, 북한인권법안 재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