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성공회 필립 마운스테픈(Philip Mounstephen) 전 트루로 주교가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FoRB)는 특정 집단만의 의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정의와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라고 강조했다.
마운스테픈은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영국 머참에서 열린 '성별 및 종교 자유(GRF) 네트워크' 주최 컨퍼런스에서 "종교의 자유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 원칙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옹호자들과 정책 입안자, 교회 지도자들이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를 다시 확고히 지켜야 한다"며 "종교의 자유는 단지 신앙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안정, 사회 통합, 정의, 특히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와도 직결된다"고 했다.
마운스테픈은 2019년 영국 정부 의뢰로 작성한 '박해받는 기독교인 지원에 대한 외무부 독립 검토 보고서', 이른바 '트루로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해당 보고서는 전 세계 기독교 박해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 강화를 위해 22개 권고안을 제시했으며, 최근 수년간 종교 자유 문제를 외교 의제로 끌어올린 대표적 문서로 평가받는다.
그는 "보고서의 진정한 가치는 그 자체보다, 그것이 이후 강제결혼·인신매매·성폭력 등 성별 기반 학대와 종교 박해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실질적 옹호 도구로 활용됐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인식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악화"
마운스테픈은 2019년 이후 종교 자유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약 40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체 아티클18 연맹(Article 18 Alliance) 등을 예로 들며, 제도적 인식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전 세계 종교적 소수자들의 상황이 더 어려워졌으며,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점차 동력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국제회의들도 규모와 영향력이 축소되고, 강한 수사에 비해 실질적 이행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권위주의적·민족주의적 정치 체제의 확산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정부들은 국가 정체성을 지배적 종교나 문화와 동일시하며, 소수 집단을 배제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을 언급하며 "20년 전과 비교해 소수 공동체에 대한 규제가 훨씬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전체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만, 여성과 소녀들, 종교적 소수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다"며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사회 전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이번 협의회는 특히 성별과 종교 박해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마운스테픈은 "종교 자유를 박탈당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종종 남성보다 여성과 소녀들"이라고 말했다.
"성별 관점 통해 더 효과적으로 공론화 가능"
그는 "서구권 정책 입안자들은 종교 자유 자체보다 여성의 권리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별 관점을 통해 종교 박해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녁 강연에서 그는 박해가 개인과 공동체에 남기는 깊은 후유증을 설명하며 '도덕적 상처'(moral injury)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인간의 신뢰와 가치 체계가 무너질 때 발생하는 심각한 내적 손상을 뜻한다.
그는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든 종교 때문에 발생하든, 학대는 피해자 개인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 장기적인 심리·사회적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마운스테픈 전 주교는 "종교의 자유는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인, 그리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인용해 "사람이 믿을 자유뿐 아니라 믿지 않을 자유도 함께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종교 집단이나 정치 세력이 종교 자유 담론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시도는 그 신뢰성과 효과를 훼손한다"며 "진정한 종교 자유는 공정성과 보편적 인권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 박해는 주로 해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서구 사회에서도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특히 유럽 내 반유대주의와 반이슬람 정서의 확산이 종교 자유에 대한 실제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기독교 민족주의'와 '여성 혐오'의 결합 역시 다원주의 사회를 흔드는 위험한 흐름"이라고 우려했다.
마운스테픈은 개인과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로 지속적인 시민 참여를 꼽았다. 그는 "선출직 정치인에게 편지를 보내고, 신뢰할 수 있는 단체들과 협력하며, 종교 박해 문제를 공적 의제로 꾸준히 제기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아울러 "개방적이고 다원적이며 관용적이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비전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협력과 원칙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