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에 번지는 '무속 예능'
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
이호선 교수는 1회 만에 하차
순직 소방관 희화화 논란도
최근 방송가에서 무속과 점술이 하나의 '예능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는 신점·사주·타로·관상 전문가 49명이 '운명을 읽는 능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형식을 내세우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순직 소방관의 사망 원인을 사주로 추정하게 한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비상식적 설정을 넘어 윤리적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구나 무속과 점술 콘텐츠는 이제 예능 소재를 넘어 '힐링'과 '자기계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문화적 유행을 넘어, 불안사회 속에서 '영적 공백'을 무속과 점술로 대체하려는 위험한 시대적 징후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방송 미디어가 기독교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도 무속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종교 이중성'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무속 서바이벌 '운명전쟁49' 논란
jtbc, 스튜디오아예중앙에서 제작한 '운명전쟁49'는 총 10부작으로 지난 2월 11일 4부까지 공개됐으며, 전현무·박나래·박하선·신동·강지영 씨 등이 출연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는 패널 중 한 명으로 출연한 상담전문가이자 jtbc '이혼 숙려 캠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tvN STORY '이호선 상담소'와 SBS LIFE '이호선의 사이다'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의 '하차 선언'이다.
이호선 교수는 2월 16일 자신의 SNS에 '자괴지심(自愧之心)'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누가 뭐래도 저는 평생 기독교인이다. 또 그보다는 짧지만 꽤 오래 상담을 했다"며 "그래서 하나님 시선을 늘 의식하고, 저와 함께하는 모든 내담자를 위해 기도한다"고 고백했다.

▲1회만에 하차한 이호선 교수(왼쪽). ⓒ디즈니플러스
이 교수는 "내담자들 중에는 불안봇짐을 지고 점집과 종교기관, 그리고 상담 현장을 오가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때문에 상담과 무속의 차이도 잊지 않고 공부한다"며 "운명을 읽는 것인지 운명을 찍는 것인지, 상담과 무속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하며 그 속에서 저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모든 순간에도 고통받는 분들이 있음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방영된 프로그램을 1회만에 내려온 건, 막상 시작하고서야 제가 나설 길이 아닌 걸 알았기 때문"이라며 "보다 신중하게 나아갈 길 앞에 서야 함을 배웠다. 이 나이에도 부끄러운 방식으로나마 다시 배운다. 들어선 길에서 돌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하차 선언'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기독교인 상담가 또는 방송인 입장에서 봐도 방송 프로그램이 일종의 '선'을 넘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비과학적 영역으로 여겨지는 사주 또는 운명을 방송에서 논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데, '순직 소방관 사주풀이 미션'은 더욱 큰 논란을 불렀다.
방송 2화에서 2001년 순직한 소방관의 사진과 출생·사망 시간만 제공한 뒤 사망 원인을 알아맞추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으며, 한 유족 역시 '다큐인 줄 알고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 매니저 논란으로 하차한 박나래 씨가 하차 전 촬영해 출연하고 있다.

▲'운명전쟁49' 소개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방송과 미디어는 왜 점술에 호의적인가
'운명전쟁49' 외에도 최근 몇 년간 무속과 점술 관련 콘텐츠는 방송계 전반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무속인들이 경쟁하듯 능력을 겨루고,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무속인들이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상대의 운명을 점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BS '신들린 연애'는 MZ세대 점술가들이 서로의 운명을 점치며 '연애'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동엽·유인나 씨 등이 MC로, 가비·유선호·박성준 씨 등이 패널로 출연했다.
개그맨 김준현 씨가 진행하는 '쫄리면 D지시던가'는 유튜브에서 '세계 최초 무당 배틀 프로그램'을 표방하기도 했다. 개그우먼 이국주 씨가 진행하는 SBS LIFE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는 무속 관련 사연들을 재구성하는 토크쇼 형태다.
무속은 아니지만 무속인인 보살과 동자 복장을 하고 등장하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도 있다. 영화 '파묘'는 'MZ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등장해 조상의 '묫자리' 이장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 MBC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관찰 예능이나, '환승연애'와 '나는 SOLO' 등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타로 점을 치러 가거나 사주를 보는 내용이 여과없이 자연스럽게 전파를 타고 있다. '금기'로 여겨져 온 점술과 무속에 계속된 미디어 노출로 친근함과 서사를 부여하고 있어 우려된다.

▲영화 <파묘> 중 한 장면.
방송뿐 아니다. 무속인이 집필한 책 『운명을 보는 기술』은 2월 첫째 주 온라인 도서 구매 플랫폼 '예스24'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종합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다. '신들린 연애' 등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얼굴을 알린 인물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연초라 그런지 사주·명리 분야 도서 전체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30% 가량 늘었다고 한다.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고 일간지인 조선일보에는 매주 사주·풍수 전문가라는 김두규 교수가 '국운풍수'라는 정기 칼럼을 게재했고, '2026 투자 비법' 강의를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간지에서는 역술인들이 기고하는 '오늘의 운세'를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싣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의 주술 논란을 강하게 비판하던 보도와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힐링 또는 자기계발 영역 여겨
이처럼 '어둠의 문화'로 여겨지던 점술과 신점, 굿 등 무속이 예능 중심 소재가 될 뿐 아니라, '힐링 또는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로까지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초자연적 서사를 찾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낸다.
특히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알파고'를 통해 체험했듯 이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와 가깝게는 우리의 미래 직업이나 생활 전반을 어디까지 바꿀지 가늠하기 힘들어지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불안은 커져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치 출애굽 후 시내산에 올라간 모세를 기다리다 지치고 불안해진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절하는 듯한 형국이다.

▲'운명전쟁49' 소개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확률 넘어선 '확실한 답'에 매력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취업 경쟁 심화와 장기적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균열 같은 구조적 스트레스 속에 놓인 한국 사회, 특히 젊은 층의 불안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통제 가능한 미래 서사를 찾게 되고, 과학의 '확률'을 넘어 '도파민'까지 주는 무속의 '확실한 답'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SBNR)'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요즘 MZ 세대들은 '영성'에 개방적이다. 이것이 기독교 전통을 가진 서구에서는 '조용한 부흥' 등 기독교로의 '귀향'으로 이어지는 반면, 기독교 전통이 140년 정도에 불과하고 각종 미디어에서 계속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노출돼 온 우리나라에서는 무속종교라는 '전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매주 교회에 출석해 종교활동을 해야 하는 기독교와 달리, 사주·타로 같은 요즘 무속은 일회성으로 가볍게 접할 수 있고 '재미'가 가미돼, MZ세대들은 일종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에서도 '점술 콘텐츠'는 체류 시간이 길고 클릭과 반복 시청 빈도가 높아, 알고리즘 상으로도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죄와 구원, 인생의 목적과 의미 등 삶의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문제와 질문들을 말초적 소재와 왜곡된 영성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점에서, 결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교회에도 생각할 지점을 제공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신앙 공동체보다 무속 상담을 더 '현실적 위로'로 느끼고 있는지, 젊은이들은 왜 교회의 메시지가 삶의 문제에 구체적 답변을 주지 못한다고 인식하는지, 왜 기독교는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무속 콘텐츠의 확산은 곧 불안에 의한 현대인들의 영적 빈곤과 갈증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럴수록 교회의 역할과 사명이 더 필요한 시대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교회는 무속 콘텐츠 열풍을 비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불안과 고통에 더 깊이 공감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실제적 돌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성 한복을 입은 '도령'을 소개하는 모습. ⓒ디즈니플러스
방송 미디어의 '이중잣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바로 공중파·종편 방송 등 각종 미디어 제작사들의 '무속과 종교'에 대한 이중잣대이다.
기독교는 뉴스나 방송 콘텐츠 등에서 '과학적이지 않다' 또는 '특정 종교만을 내보낼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범죄나 사건사고에 교회나 목회자가 연루될 경우에는 대서특필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SBS, MBC 등 주요 방송사는 특정 교회 집단 감염 사례를 수개월간 집중 보도하며 '한국교회 전체' 문제로 일반화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형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예능과 드라마, 영화에서는 교회와 성도들을 극단적·폐쇄적 집단으로 희화화하는 설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반면 같은 영역인 무속 콘텐츠는 위에서 보듯 '전통 문화'나 '흥미로운 미스터리', '힐링 스토리' 등 긍정적 프레임을 씌우고 대대적으로 홍보성 방송을 하고 있다. 무속인들의 비과학적·비상식적 일부 언행들도 심리 상담이나 인생 조언 등으로 미화되고 있다.
이는 종교에 대한 일관된 기준 없이 대중의 흥미와 시청률에 따라 잣대를 달리 적용하는, 미디어 상업주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무속을 무비판적 소비 대상으로만 다루는 태도는 공정성과 균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특히 청년과 청소년들이 주 시청층인 OTT 플랫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은 더욱 경계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