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부통령, 회담 중 金에 질문
백악관, 직접 손 목사 입장 청취
권력의 교회 불개입이 원래 의미
이러다 오픈도어 박해국 목록에...

'정교분리' 이슈가 최근 정치권에서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헌법상 해당 조항의 '원조(元祖)' 격인 미국의 반응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은 최근 잇따른 발언과 법안 제출 등을 통해 종교의 정치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정교분리를 "정치에 대한 종교의 침묵" 내지 "종교계의 비판과 반발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대하고 있다. "정교분리 위반 행위는 헌법과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헌정 질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종교 전쟁에 가까운 사회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한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2일 국무회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과 정치권은 정교분리 이슈에 정반대로 반응하고 있다. '정교분리'의 원래 의미처럼, 국가 권력이 신앙의 영역에 개입하고 침범하려 했는지를 따져보고 있는 것.

미국 백악관은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구속 수감된 손현보 목사의 장남인 손영광 교수 등을 지난 1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초청해 손 목사 측 입장을 청취했다. 

이들은 백악관에서 신앙 사무국(White House Faith Office) 자문위원장 폴라 화이트 목사(Paula White-Cain)와 제니퍼 콘 국장(Jennifer S. Korn) 등을 만났고, 이 외에도 美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마크 워커(Mark Walker) 수석고문 등과 의견을 교환했다.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 백악관에서 미국 정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 백악관에서 미국 정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미국 언론과 인터뷰 중인, 손현보 목사의 차남.
▲미국 언론과 인터뷰 중인, 손현보 목사의 차남. 

이들은 1월 21일 백악관에서 90여 분 동안 손현보 목사의 구속 조치에 대한 문제점과, 그 직전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중 손 목사 관련 언급을 비롯해 기독교계에 대한 수사와 처벌 법률 필요성 제기 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종교단체 해산법'으로 불리고 있는 민법 개정안 주요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수 언론 클렌 벡(Glenn Beck) 쇼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손영광 교수 등은 지난 12월에도 미국을 방문해 찰리 커크 쇼(Charlie Kirk Show)에 두 차례 출연하고 지난 2020년 코로나19 당시 예배 자유 수호 활동부터 세이브코리아까지 이어진 활동상을 소개했다. 앞서 손 목사의 차남은 지난 11월 미국을 찾아 손 목사의 구속영장 발부 문제점과 여의도순복음교회·극동방송의 압수수색 내용 등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손 교수가 백악관을 방문한 지 이틀 만인 1월 23일, 美 J. D. 밴스(Vance) 부통령은 대한민국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 손 목사 구속 사태에 대해 질의했음이 밝혀졌다.

김민석 총리가 회담 후 직접 주미 대사관에서 기자들에게 밝힌 것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회담에서 "미국 내 일부 인사들이 손현보 목사 사건을 종교 자유 침해로 우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묻고, "양국 간 오해가 심화되지 않도록 사건을 잘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민석 총리는 "한국은 교회와 국가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통일교 수사도 종교적 차원이 아닌 불법 정교 유착 측면에 대한 수사"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총리의 답변 자체가 미국 정치권이 이해하는 정교분리 개념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드러낸다. 미국에서 '정교분리 위반'을 넘어 '종교 자유 침해'로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 정교분리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답한 것이다.

더구나 '정교분리'가 김민석 총리의 발언과 같은 의미였다면, 밴스 부통령의 질문 자체가 정교분리 위반 소지가 있다. 따라서 밴스 부통령이 회담 상대국을 향해 그런 질문 자체를 하지도 못했고, 손영광 교수 등을 백악관에 초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반면 현재 미국은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차원에서부터 종교 자유 수호에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 수정헌법은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특정 종교의 자유로운 실행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로 제1조부터 '정교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를 천명했다. 영문 표기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아닌 '교회와 국가의 분리'이다.

잘 알려져 있듯 영국 국교회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로부터 시작된 미국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배·후원하지 않도록, 즉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과 권력에 대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해당 조항을 헌법에서 가장 먼저 명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교분리 원조국'인 미국은 당연히 손현보 목사의 구속을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들을 비판해 오던 목회자의 투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종교 자유'는 국제 인권 담론의 핵심 항목 중 하나이자, 각국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매년 1월 오픈도어선교회에서 발표하는 '기독교 박해국 목록(World Watch List, WWL) 50'이 그 대표 지수로, 북한은 2022년을 빼면 약 20년간 매번 1위를 기록했다.

WWL 50위권은커녕 거의 언급될 일도 없었던 대한민국이 당장 WWL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권위주의 국가들처럼 최고 권력자가 기독교계나 특정 목회자를 겨냥해 수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거나 목회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 집행이 이어질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살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교분리'를 강조하다, '종교 자유 후퇴 국가'로 오해받는 일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