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전역에서 종교 정체성, 이민, 사회 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독교 지도자들이 무슬림 공동체와의 보다 성숙하고 자신감 있는 소통을 모색하기 위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모인다.
기독교 무슬림 사역 단체인 '무슬림 미니스트리 네트워크(Muslim Ministry Network)'는 오는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슈투트가르트에서 교회 지도자 훈련 및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모임에는 유럽 각국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활동하는 목회자, 신학자, 전(前) 무슬림 출신 기독교인, 학자, 현장 사역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올해 약 40~5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내 대규모 국제 행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무슬림과의 관계 형성에 관심은 있지만 신학적 정리, 문화적 이해, 실천적 도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유럽 교회들의 현실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무슬림의 공적 존재감이 커지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유럽 내 기독교의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진단이다.
무슬림 미니스트리 네트워크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에밀 셰하데 박사(Dr. Emil Shehadeh)는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지 이슬람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필요 속에서 형성된 네트워크
이 네트워크는 유럽 리더십 포럼(ELF) 내에서 수년간 진행된 비공식 강의, 세미나, 지도자 컨설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셰하데 박사는 유럽 각지에서 반복적으로 훈련 요청이 이어지면서 느슨한 네트워크가 점차 조직화됐다고 설명했다.
ELF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참여 확대와 행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독립적인 구조가 필요해졌고, 이번 슈투트가르트 모임은 그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행사는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대표적 복음주의 훈련기관인 '세계선교아카데미(Academy for World Mission)'에서 열린다.
강사진으로는 성공회 신학자이자 아랍학자인 듀안 알렉산더 밀러, 오랜 기독교-이슬람 공개 토론 경험을 가진 변증가 제이 스미스, 성경적 관점에서 이슬람을 연구해 온 저자이자 교사 베스 펠톨라 등이 참여한다.
또한 영국에서 사역 중인 이란 출신 기독교 지도자 파리 부셰리, 코소보 다르다니아 교회 네트워크 설립자 페미 차콜리, 글로벌 성공회 내에서 무슬림 배경 신자들을 섬기는 수단 출신의 야시르 에릭 주교 등 발칸과 중동 지역 사역자들도 함께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유럽 각지에서 전도와 제자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셰하데 박사는 "신학적·문화적·경험적 다양성은 의도적인 구성"이라며 "이슬람을 마주하고 질문에 답하며 복음을 설명하는 데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매우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과의 교류는 일상이었다'
셰하데 박사의 이슬람 이해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성장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어릴 때 무슬림과의 교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었다"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신앙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부친은 지역 무슬림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신학적 대화를 나눴으나, 시간이 흐르며 이러한 개방성은 점차 사라지고 경계와 긴장이 커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선교단체 사역을 한 뒤 18세에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학문과 학생 사역, 의료 활동을 통해 이슬람 연구를 심화했다. 의사로 훈련받았지만 은퇴 이후 다시 전임 사역에 가까운 활동을 이어가며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전역에서 지도자들을 훈련하고 있다.
변증과 논쟁, 그리고 지혜
이번 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변증(apologetics)'과 '논쟁(polemics)'을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셰하데 박사는 두 접근 모두 성경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도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논쟁적 질문을 던지셨고, 사도 바울 역시 유대인과 이방 철학자들을 상대로 신앙을 변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적 논쟁이 아닌, 존중과 질문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슬림들에게 이슬람 교리 내부의 긴장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 대립을 줄이면서도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긴장과 기회가 공존하는 유럽
셰하데 박사는 현재 유럽을 "긴장이 크지만 동시에 기회의 시기"로 진단했다. 그는 무슬림 사회 내부에서도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탈(脫)이슬람 흐름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근본주의 무슬림들은 유럽을 '기독교적 유산은 있으나 영적으로 약해진 대륙'으로 인식하며, 기독교인들이 신앙적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더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교회들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준비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영국에서는 불법 이민 문제로 인해 국가 정체성과 기독교 유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으며, 교회에 다니지 않던 이들조차 문화적 기반으로서의 기독교를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교회 출석 증가 소식은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조심스러운 낙관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셰하데 박사는 유럽 교회의 미래를 위해 성경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삼위일체, 그리스도의 신성, 성경의 신뢰성 같은 기본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그는 무슬림과의 대화가 이러한 약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교회가 다시 복음의 핵심을 붙들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
셰하데 박사는 6,000건 이상의 개종 사례를 연구한 결과, 약 20%의 무슬림이 기독교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성경을 통해 신앙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약 60%는 논쟁이 아니라 복음서 속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 매료됐다고 답했다.
그는 "복음은 그 자체로 능력이 있다"며 "완벽한 지식이 없어도 예수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준비된 교회를 찾으시는 하나님
마지막으로 셰하데 박사는 이번 행사가 유럽 무슬림 선교를 위한 더 큰 흐름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내년 루마니아에서 최대 2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획 중이다.
그는 "하나님은 능력이 있으시다"며 "필요한 것은 준비되고 기꺼이 순종하는 교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