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에게 검찰이 징역 1년형을 구형했다. 지난 25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손 목사가 "선거의 공정성을 해쳤다"라고 주장했으나 손 목사 측 변호인은 손 목사의 행위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내년 1월 30일로 지정했다.
이날 최후 변론에서 손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부산교육감 후보와 성 소수자를 임명하겠다는 당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목사로서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기소한 발언들은 예배 시간에 있었던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손 목사 측 변호인도 손 목사의 행위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손 목사의 행위는 헌법상 '종교와 표현의 자유'와는 무관하다"며 "선거의 공정성을 해한 정도가 작지 않은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손 목사는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 9월 24일 구속됐다. 4·2 부산교육감 재선거 시기에 교회 예배 중 정승윤 후보와 대담을 진행하고, 정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특정 후보의 낙선을 유도하는 발언을 한 것과,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을 전후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혐의다. 검찰에 기소된 손 목사는 구속된 이후 2개월이 넘도록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이 최근 손 목사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년 1월 30일 1심 선고 때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손 목사의 구속적부심을 기각한 법원이 구속 기간을 갱신한 건 손 목사를 끝까지 구속 한 상태로 재판받게 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법원의 소관이라 하더라도 목회자를 끝까지 가둬놓은 채로 재판받게 하려는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구속 기간까지 연장해가며 재판받게 하는 데 다른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솔직히 검찰이 손 목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부터 의아한 점이 있었다. 검찰이 주장하는 피의자의 구속 사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증거인멸'이고 다른 하나는 '도주의 우려'다. 손 목사의 경우 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로 볼만한 설교 내용 등이 유튜브 등 동영상 자료에 그대로 남아 있어 '증거인멸'을 적용하는 건 무리다. 그래서 '도주의 우려'라고 적었는데 그 근거 또한 납득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검찰은 손 목사가 자택을 자주 비우는 걸 문제 삼았다. 그런데 대형교회 목회자가 사택 외에 갈 곳은 교회밖에 없는 데도 자택을 자주 비운다는 이유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건 억지스럽다. 매일 새벽예배를 비롯해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주일예배를 집례하는 목회자가 사택보다 교회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건 상식이 아닌가.
영장 담당 판사의 태도도 논란을 불렀다. 구속적부심을 맡은 판사가 변호인 앞에서 대뜸 '서부지법 사태'를 꺼냈다고 한다. 판사가 마치 손 목사가 '서부지법 사태'를 주동한 것처럼 말해 변호인이 이에 대해 소명하니 다시 '이완용'을 얘기를 꺼내더란 거다. 손 목사의 행위를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에 비유한 건데 판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구속적부심 담당 판사는 구속의 적법성 여부만 따지면 된다. 그런데 엉뚱하게 서부지법 사태, 이완용을 거론했다면 다른 의도가 내포됐을 거다. 짐작건대 검찰이 제시한 '도주 우려' 사유가 담당 판사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
판사가 피의자 구속에 따른 법적 근거 제시 없이 변호인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는 걸 법적 재량으로 보긴 어렵다. 판사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지 누굴 훈계하고 가르치는 위치로 착각하는 건 곤란하다. 그래놓고 결국 손 목사의 구속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정치적 편향 논란이 불거지는 거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손 목사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촉구했다. 목회자를 장기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하는 것이 인권 차원뿐 아니라 종교탄압으로 비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직 이에 대해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교회자유시민연대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통상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로 선고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3개월 이상 구치소 수감이 이뤄지고 있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무죄 추정 원칙 훼손과 수감의 비례성 문제를 지적했다.
흉악 범죄자가 아닌 대형교회 목회자를 법원이 3개월이 넘도록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는 점에서 검찰이 실형을 선고한 것도 상식 밖이다. 구속적부심에 이어 법원이 보석 청구까지 질질 끄는 것 또한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 그 정도로 중대한 범죄인가를 따지기 전에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법원이 인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드는 생각은 왜 법이 손현보 목사에게만 이토록 가혹한가 하는 점이다. 서울 서대문에서 초등생을 납치하려고 한 일당에게 영장을 기각하고 범인들을 풀어준 법원이 목회자를 이토록 오랫동안 가둬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현 정부에 반하는 시위를 주도해 소위 '괘씸죄'에 걸린 건 아닐까. 만에 하나 그것이 이유라면 사법부 스스로 정치에 종속됐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