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해마다 감사절이면 가장 즐겨 부르는 하나의 찬송은 “다 감사드리세 (Now Thanks We All Our God ” 입니다. 이 찬송은 감사절에 드리는 대표적인 찬양으로 감사 주일 아침, 교인들이 한목소리로 찬양하며 감사 축제의 잔치를 여는 모습을 연상합니다. 위엄 있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안정된 템포를 가지고 “다 감사드리세 온 맘을 주께 바쳐 주님께 감사합니다.” 목청껏 소리높여 외칩니다. 그러고는 예배가 끝난 후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칠면조 요리가 담긴 잔치를 열어 모든 교인이 함께 만찬을 나눕니다.

하지만, 이 찬송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보면 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상해야 합니다. 기근과 질병, 전쟁으로 황폐해진 난민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돌보고 있는 어느 목사님이 자신의 초라한 집에서,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위해 식탁 위에 놓인 남은 음식 조각들을 가지고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을 드리며 조촐한 식사를 나누는 그 모습을 말입니다.

이 찬송가는 독일의 30년 전쟁(1618–1648) 시기였던 1636년에 독일의 마르틴 린카르트(Martin Rinkart, 1586- 1649)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수학한 뛰어난 음악가이자 루터란 교회 목사로 아이렌부르크 시의 부 교구장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이 30년 전쟁은 독일 내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간의 종교적 갈등으로 시작되었으나 결국 영토를 둘러싼 정치적 전쟁으로 변모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성벽 도시로 피난을 왔고, 과밀한 환경은 기아와 질병을 초래했습니다. 한 차례의 전염병으로만 8,0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국 찬송가 학자 J.R. 왓슨(John Richard Watson, 1934- )에 따르면, 린카르트는 이 때 아이렌부르크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목사 중 한 명으로서 개인 자원을 동원해 난민을 돌봐야 했으며, 병자들을 돌보고 죽은 자들의 장례를 치르며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1637년 한 해 동안 린카르트 목사는 4,480명을 매장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목사가 하루에 세 번 장례를 집례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해 그는 하루에 최대 50번의 장례를 치렀다는 셈이 됩니다.

이러한 고통과 고난의 30년 전쟁 경험은 동시대 찬송가 작사가들에게 그러했듯이 린카르트 목사의 시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가 만든 이 찬송 가사를 가지고 독일의 작곡가인 요한 크뢰거(1598-1662)가 작곡한 “Nun danket” 선율을 거기에 넣게 된 것입니다. 이 찬송가는 “Tisch-Gebetlein”(“작은 식탁 찬송”)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이는 원래 식사 전 감사기도로 부르기 위한 곡이었음을 시사합니다.

그토록 많은 고통과 굶주림,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 어떻게 식탁에 가족을 모아 앉혀놓고 남은 몇 개의 빵조각을 나누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노래를 쓸 수 있었을까?

린카르트 목사의 이 감사의 고백은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에서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이 진리임을 확신한 그의 믿음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린카르트 목사는 자신의 탄생부터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까지 이 모든 것들을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로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그 감사는 송영(Doxology)과 매우 유사한 기쁨에 찬 찬양으로 승화된 것입니다

2025년 감사의 계절입니다. 오늘날 현대 문명이 주는 이로움은 그 어느 때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편리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흉흉해지며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통과 고난의 소리는 더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이 때, 믿음으로 응답하는 고난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한다는 것과 그로 인한 감사가 찬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린카르트 목사님이 쓴 찬송을 통해 우리를 교훈합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앵커(Anchor)는 바로 “은혜 “입니다. 우리가 모든 일에서 하나님의 사랑 결정체인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복음의 은혜를 고백하며 감사의 본질을 회복하는 복된 감사의 계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