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를 공식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군의 핵잠 보유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핵연료 확보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기술적·산업적 준비 등 복합적인 과제가 남아 있어 실제 건조와 실전 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이 기존의 디젤 추진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대한 즉각적인 화답이었다. 

핵추진잠수함은 내부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추진 동력을 얻는 잠수함으로, 디젤잠수함보다 작전 지속시간이 길고 소음이 적어 은밀성과 작전 효율이 높다.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SSBN)과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공격핵잠(SSN)으로 나뉘며, 한국이 추진 중인 모델은 비핵무기형 SSN으로 알려졌다. 

핵잠 확보를 위한 가장 큰 관건은 핵연료인 우라늄의 안정적 공급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핵잠 연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협정 개정이나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협정 제13조는 '이전 또는 생산된 모든 핵물질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이번 결정은 협정 개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협정 개정은 미 의회의 동의와 한국 국회의 비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한 예외 적용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우라늄 공급 예외를 허용할 경우, 의회 심사나 국회 비준 절차 없이 신속한 시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체계와 비확산 원칙 준수 문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잠 연료로는 일반적으로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LEU)이 사용된다. 농축도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HEU)은 효율이 높지만 핵무기 전용 위험 때문에 국제사회가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핵잠은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핵연료 문제 외에도 국내 기술력과 산업 기반 구축은 또 다른 도전 과제다. 핵잠은 4,000~5,000톤급 대형 함정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해당 규모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이 없다.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시운전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고도의 기술력과 경험이 요구되며, 초도함 완성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잠의 추진 동력원인 소형 원자로(SMR) 기술 확보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핵잠용 소형 원자로를 제작한 경험이 없어, 미국의 기술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형 잠수함과 소형 원자로 모두 국내에서 실적이 없어 완전한 독자 건조는 어렵다"며 "새로운 체계를 개발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한미 방산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외교적 조율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이 기술과 연료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협정 개정과 의회 승인, 국제사회와의 신뢰 확보가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잠 보유는 국제 비확산 체제 내에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핵잠 건조 승인 발표 이후 구체적인 합의문과 세부 시행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핵연료 공급 방식, 협정 개정 여부, 원자로 기술 이전, 건조 일정 등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한미 군사협력의 새 전기를 마련했지만, 실제 핵추진잠수함의 전력화까지는 핵연료 조달, 법적 절차, 기술 개발 등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며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