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일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 (신명기 32장 7절)
매년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은 잘 알려진 대로 세종대왕이 1446년 공포함으로 우리의 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글은 중국을 숭상하며, 한자와 한문만이 글자며 글이라는 사대사상에 젖은 사대부(士大夫:양반)들에 의해 무시되었습니다. 또한 한글을 언문(諺文)이라며 얕잡아 보고, 아녀자들이나 배워 친정에 안부 편지 할때나 쓰는 천한 글로 여겼습니다.
소위 쌍놈들이나 천민들은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도 배우지 못했고, 또 배울 필요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 왔습니다. 이렇게 천대받던 한글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개신교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부터였습니다.
선교사들은 어려운 한문 대신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기들이 배우면서, 널리 보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회를 세우면 반드시 야학교(夜學校)을 세워 글을 모르는 농민, 부녀자,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목적은 성경을 읽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생전 글을 배우지 못한 노동자, 농민, 부녀자, 천민 등 모든 사람들이 한글을 깨우쳐 성경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에도 한두 번 언급했지만, 필자의 조모님은 문맹이셨는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야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치신 후에 구역(舊譯) 성경을 들고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부는 한국 선교 원칙 10가지를 결정했는데 그 중 6번째가 “모든 교회 서적은 한자를 조금도 쓰지 말고, 순 한국말을 쓰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한 편 만주에서 선교하던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선교사들 중, John Ross가 만주에 홍삼 장사를 하러 간 의주 청년 이응찬, 김진기 등을 어학선생으로 채용하여, 한국말을 배우는 한편 밤에는 성경을 조선말로 번역하게 하여 신약 성경을 완역하여 출판하였습니다. 이 성경이 {예수셩교젼셔}라는 최초의 조선말 성경으로 1887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판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초기 교회 세례 조건 중에 신구약 성경을 일회 이상 통독해아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신구약 성경을 1회 이상 통독하지 못한 사람은 세례를 주지 않았고, 아내가 문맹인 경우에도 남편에게 세례를 주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 글을 가르쳐 성경을 읽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글을 읽게 되어 교인들 중에 문맹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글 보급 운동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일반인들도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하여 문맹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한글 보급의 실제적 공로자는 초기 선교사들이었고, 교회가 그 보급소였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한글이 요즘에 와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영어보다 못한 글이 되어 한글은 밀려 나고, 온통 외래어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국 각지의 아파트 이름이나 상점의 간판들도 거의 영어 아니면 국적 불명의 단어들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결코 외래어를 그대로 쓰지 않고, 반드시 한자로 단어를 만들어 씁니다. 우리도 텔레폰(telephone)을 전화라 하지만, computer는 그냥 컴퓨터라 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컴퓨터-computer를 ‘전뇌’(電腦)라 합니다. 전기 뇌(腦)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Cocacola를 코카콜라라고 쓰고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가구가락(可口可樂) 즉 입을 즐겁게 하는 물이라 합니다. Seven Up을 한국에서는 쎄분업이라고 영어로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칠기(七起) 즉 '일곱 가지가 일어난다.'는 의미로 씁니다. 대국(大國)다운 면모라 여겨집니다.
오늘 한국이 세계 경제 10위권에 이르고, 군사력이 6위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한글 보급 때문입니다. 문맹이 대부분인 나라가 세계 굴지의 국가가 될 수는 없겠지요. 오늘의 한국은 한글 없이 존재할 수 없는데, 한글 보급은 초기 선교사들의 전적인 공헌입니다. 세종대왕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초기 선교사님들 고맙습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