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Photo : 기독일보) 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이 세상과 오는 세상”이라는 말은 유대 전통과 기독교 신앙에서 인간 존재의 시간적 지평을 둘로 나누는 중요한 개념이다. 히브리어로 ‘올람 핫쎄’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의미하고, ‘올람 하바’는 장차 올 세상, 즉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된 영원한 미래의 삶을 뜻한다. 단지 시간의 연속이나 삶의 단계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체계와 존재 양식의 전환을 담고 있다. 이 두 개념은 단순히 미래를 기다리는 관망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경적 통찰을 제공한다.

올람 핫쎄: 시험과 순례의 세상

올람 핫쎄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후 인간이 처한 현실, 곧 고통과 죄, 죽음, 눈물, 불완전함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세상은 아름다운 창조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동시에 뒤틀려 있는 죄의 구조 안에서 함께 탄식하며 신음한다(롬 8:22). 이 세상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긴장 속에 놓인 공간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시험을 받고, 연단되며, 믿음을 실천할 기회를 얻는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b)라고 말씀하셨다. 곧, 올람 핫쎄는 고통의 세상일지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승리가 선언된 세상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거룩한 낯선 자’로 살며(벧전 2:11),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서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올람 하바: 약속된 영원한 생명의 나라

올람 하바는 단순히 죽은 후에 가는 천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구속의 완성, 새로운 창조, 하나님의 통치가 온전히 드러나는 나라이다. 이 세상에서는 불완전하고 모호하게 보이던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실현되는 곳이며, 신자는 부활의 몸을 입고 하나님과 온전히 연합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다니엘은 “많은 자들이 땅의 티끌 가운데서 자다가 깨어나 영생을 얻기도 하고 수치를 당하여 영원히 부끄러움을 입기도 하리라”(단 12:2)고 예언했고, 사도 바울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은 현재의 고난과 비교할 수 없다”(롬 8:18)고 고백했다. 올람 하바는 그 영광의 약속이다. 신자는 그것을 믿음으로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두 세상을 잇는 다리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올람 하바는 막연한 미래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올람 하바를 단순한 시간의 개념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시작된 새 시대로 제시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요 11:25).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통해 이 세상의 죄를 대속하셨고, 부활을 통해 오는 세상의 첫 열매가 되셨다(고전 15:20). 예수님 안에서 올람 핫쎄는 더 이상 어둠의 영역이 아니라, 구속의 빛이 비치는 은혜의 시간이다. 성도는 이제 두 세상의 경계에 서서, 믿음으로 올람 하바를 바라보며 현재를 거룩하게 살아간다.

오늘을 거룩하게, 영원을 준비하며

영원을 바라본다는 것은 죽음 이후에만 관심을 가지는 종말론적 소망이 아니다. 올람 하바에 대한 신앙은 현재의 삶에 깊이 침투하여,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것의 의미와 방향을 바꾸는 믿음의 동력이다. 그것은 궁극의 심판과 영광을 염두에 두고, 날마다 자신의 삶을 점검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려는 긴장 속의 평안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말한다.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하고 평강하도록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신뢰함이니이다”(사 26:3). 주를 향한 절대적 신뢰가 현재의 고난을 견디게 하고, 장차 올 세상의 영광을 향해 소망하게 한다.

올람 하바를 소망하는 삶의 5가지 실천

첫째, 말씀을 붙들고 사는 삶
둘째, 기도로 주님과 교통하는 삶
셋째, 고난 속에서도 소망하는 삶
넷째, 거룩함을 추구하는 삶
다섯째, 복음을 증거하는 삶

믿음은 현실을 넘어 영원을 품는 힘이다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사람들은 모두 “더 나은 본향, 하늘에 있는 본향”을 사모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순례자였지만, 그들의 눈은 올람 하바를 향해 있었다. 오늘 우리의 삶도 이 땅에 뿌리를 두되, 하늘을 바라보는 삶이 되어야 한다.

올람 핫쎄에서의 우리의 작은 순종과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께 기억되며, 올람 하바에서 영광의 면류관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다.

“주여, 이 땅에서 순례자로 살게 하시고, 영원의 나라에서 주의 얼굴을 뵙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