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의 대규모 불법체류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구금된 인원은 300여 명에 달하며, 정부는 이미 석방 교섭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귀국은 빠르면 10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 도착은 11일이나 12일께가 될 전망이다.

조기중 미국 워싱턴DC 총영사는 7일 취재진과 만나 “귀국 의사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곧 시작할 것”이라며 “희망하는 분들이 모두 함께 귀국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기 출발지가 플로리다주 잭슨빌 공항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금 시설에서 공항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돼 이동이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구금자들은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과 스튜어드 센터에 분산 수용돼 있다. 조 총영사는 포크스턴 구금 시설을 직접 방문해 면담을 진행하며 “비록 자택만큼 편안하지는 않지만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전했다. 그는 스튜어드 센터에 수용된 여성 구금자들과도 곧 면담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발생했다. 미국 이민 당국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건설 중인 HL-GA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대규모 불법체류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구금됐다. 이번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최대 규모의 현장 단속으로 기록되며, 한미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오후 워싱턴DC로 출국했고, 9일부터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협의를 시작한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전세기 송환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우리 국민 권익 보호 방안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를 통해 단순한 송환을 넘어 장기적 대책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7일 오후 “구금된 근로자들에 대한 석방 교섭은 이미 마무리됐다”며 “미국 내 행정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전세기를 투입해 국민들을 일괄 귀국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귀국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현지 공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귀국 이후에도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한국 기업 근로자들의 체류 현황을 전면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고, 대미 투자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관계자는 “기업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보호 체계를 강화해 재외국민 보호 정책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 단속을 넘어 한미 양국 간 신뢰와 협력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