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지난 수요일에 시작된 개강 수련회가 큰 은혜 가운데 잘 마쳐졌다. 신학교에서 3일간 설교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채플 시간, 여러 강사들의 설교를 많이 들어온 학생들과 수준 높은 교수들 앞에서 설교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매년 두 차례씩 14년 동안 28번의 개강 수련회를 경험해 왔지만, 이번만큼 반응이 좋은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강사의 설교가 좋았기 때문이다.

[2] 이번 강사는 내가 추천해서 모신 사람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매시간 은혜로운 말씀이 선포되어 교수와 학생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기쁨이 컸다. 수련회를 마치고 전체 사진을 찍은 후 강사에 대해 학생들이 보인 반응도 남달랐음을 보았다. 강사와 개인적으로 사진 찍으려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사인 박형일 목사는 '편안한 전달의 달인'이었다.

[3] 이 시대에 '청중에게 가장 들리는 설교'를 하는 설교자 중 한 명으로 내가 늘 자랑하는 사람이다. 아울러 '설교의 콘텐츠가 탁월하고', '설교의 전개 방식 또한 돋보이는' 설교자이다. 토론토에서 큰 교회인 밀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박형일 목사란 사람인데, 지난 5월 교단 총회 차 한국에 들렀다가 나를 찾아왔다. 앞으로는 콘텐츠 싸움인데, '차별화되는 설교의 콘텐츠'를 많이 가르쳐달라며 찾아온 것이다.

[4] 3일간 아침 식사를 같이하면서 설교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설교를 들으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일러주었지만, 설교학 교수인 내가 후배로부터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수련회 때 특이한 점 한 가지는, 강사인 박 목사의 모친 권사님이 손수 떡을 만들어서 교수들 대접하겠다고 학교에 가져오신 일이다. 그 떡 덕분에 목요일 저녁 예배 후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5] 어제 오전 예배를 끝으로 개강 수련회는 마쳤다. 강사 박형일 목사와의 헤어짐이 무척 아쉬웠다. 박 목사도 아주 많이 섭섭해했다. 물론 1년 후 우린 다시 만난다. 박 목사가 내년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토론토에 우리 부부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자기 교회 부흥회 강사로 초청하면서, 그때가 단풍이 절정인 시즌이기에 집회 후에 두 부부 단풍 구경을 가자고 한 것이다. 캐나다는 국기에 단풍이 유일하게 들어가 있을 정도로, 단풍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6] 벌써부터 내년 10월이 기다려진다.
어젯밤은 내 인생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우는 시간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형님 유기성 목사님이 사역하셨고, 사랑하는 아우 김다위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선한목자교회’의 금요성령집회에서 설교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로교 목사요 교수로서 그동안 침례교, 성결교에선 설교를 해봤으나 감리교에서는 처음 설교하는 날이기도 하다.

[7] 그런 교회를 방문해서 설교하는 일이었기에 사실 꽤 많이 기다려온 날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방학 때 목을 많이 사용하지 않다가 개강해서 월~화요일 이틀간 3학점짜리 강의를 5개나 하다 보니 목이 많이 쉬어버렸다. 그뿐 아니라 지인들과 전화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 한 기사에 보니 전화로 소곤소곤 대화할 때가 목이 가장 많이 쉬는 때라고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목이 많이 쉬는 바람에 설교하는데 지장이 생기고 말았다.

[8]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뺨 안쪽에 구열이 생겨서 식사하기가 힘들고 말하기조차 어렵게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설교하면서 가장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라는 불평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설교하지 않을 순 없었다.
유학을 마친 후 한국에 들어와 20년 가까이 차를 운전하는 동안 ‘선한목자교회’를 지나갈 때가 많았다. 교회 건물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 사항 한 가지가 있었다.

[9] 선한목자교회를 큰 교회로 알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건물의 크기로 판단했을 땐 기껏해야 300명 정도 외에는 더 많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교회였다.
멀리서 보이는 건물만 보다가 어젯밤 처음으로 교회 가까운 골목에 들어섰다. 교회 앞에 와서 보고 많이 놀랐다. 꽤 큰 교회였기 때문이다.

[10] 차를 주차한 후 교회 내부에 들어서면서 다시 많이 놀랐다. 대형 교회였기 때문이다. 잠시 강사 대기실에 갔다가 곧장 부목사와 함께 예배실로 갔다. 기둥 하나 없이 확 트인 건물에 교인들이 많이 와서 뜨겁게 찬양하고 있었다. 강대상 위에 나오는 깔끔하고 큰 대형 스크린과 좌우의 두 스크린이 인상적이었다. 설교를 하면서 내려다본 청중석은 내가 본 최고의 좌석 배치였다. 직선거리는 짧지만, 좌우로 아주 넓게 퍼진 교회들이 있다.

[11] 설교자가 설교하면서 좌우로 둘러보기가 무지 불편한 교회들이다. 하지만 선한목자교회는 정면 직선거리도 꽤 길었고, 좌우도 적당할 정도로 길어서 설교하기가 편했다. 감리교회의 대표적인 교회에서 설교했으니, 이젠 우리나라 모든 교단에서 설교를 한 셈이다.
아쉬운 점 하나가 있다면 담임인 김다위 목사가 독감으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차피 우리는 다음 주 목요일 부부 동반으로 1박 여행을 가니까 상관은 없다.

[12] 설교를 마치고 운전해서 오는데, 김 목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부교역자들이 70명이 넘는데, 일정을 잡아서 설교 세미나를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굿!'이다.
‘김다위 목사’는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목사 중 한 사람이다. 우선 사람이 참 좋은 목사다. 외모도 그렇거니와 친화력이 있어서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목사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설교에 있어서는 특히 자랑할 만한 사람이다.

[13] 이번에 우리 학교 개강 수련회를 인도했던 박형일 목사와 함께 전달이 탁월한 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이런 인재들과 교제할 수 있고, 그들이 사역하는 교회에서 말씀을 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많이 기쁘고 감사하다. 김 목사가 하루빨리 독감에서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날마다 좋은 사람들과 교제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또다시 감사드린다. 오늘은 또 어떤 기막힌 만남을 주실지 새롭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