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동문대회 '본질' 강조
나이 들수록 온유하고 관대해져
병, 아픔 속 성도들 긍휼 경험해
신학대, 선한 목자 안 가르치고
목회 방법, 교회 성장만 가르쳐
처음엔 장로들 이기려고만 하다
동역자 세워가는 길 배우게 돼
총회, 목회자 아닌 교인 보호를
온유, 유순함 넘어 엄한 사랑도
교회가 손해 볼 때, 능력 나타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목자 못 돼
우리에게 맡기신 양들 충실하길

"하나님은 우리를 '선한 목자'로 부르셨습니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립니다."

김병삼 목사(분당 만나교회)가 목회자들 앞에서 "양들에게 필요한 것은 설교가가 아닌 목자"라며 "양을 향한 사랑과 온유함을 갖추자. 삯꾼이 되지 말자"고 호소했다.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동문회 주최 전국 목회자 세미나(동문대회) 첫날인 9월 1일 저녁 부흥회에서, 그는 목회의 본질에 관해 개인적 이야기까지 꺼내며 진솔한 호소로 참석한 목회자 부부들의 공감과 결단을 이끌었다.

'예수님처럼 온유하게(요 10:11-15)'라는 제목으로 그는 "나이 드는 게 감사하고 좋다. 조금 더 온유하고 관대해지는 것 같아서"라며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나. 자격을 따져서 목회한다면, 강단에서 설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올해 조금 더 나아진다면, 목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려와야 할 때 아닐까? 그만두라는 게 아니라, 잘하자는 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목사님들이 '어찌 그렇게 하고 싶은 목회를 다 하느냐'고 물으신다. '설교하다 쓰러지면 모든 게 잘 풀린다'고 답한다(웃음). 목회자의 가장 큰 복은 긍휼히 여김을 받는 것이 아닐까"라며 "쓰러진 후에, 성도들이 아픈 마음으로 저를 바라보신다. 제가 한없이 연약해지니, 마음을 여시더라.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건강관리 잘 하라고 자주 이야기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숨 쉬는 게 힘들 정도로 아팠을 때, 설교를 할 수 없어 한국교회 유명한 설교자들께 12주 동안 설교를 부탁드렸다. 교인들에게도 유익하고 교회가 더 부흥하리라 생각했는데, 몇 주 지나면서 교인이 줄더라"며 "어렵사리 부탁했는데 왜 이럴까 싶어 한 젊은 교인에게 물었더니, '목사님, 저 분들 설교 방송에 다 나옵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건 설교가가 아니라 목자예요'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목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저녁 부흥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저녁 부흥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병삼 목사는 "오늘 내용은 감신대 신학생들에게 전했던 내용이다. 이런 설교를 하게 된 이유는, 10년 넘게 신학교에서 공부했지만 한 번도 '선한 목자 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목회 잘하는 법, 교회 성장하는 법은 배웠다. 그런데 저는 요즘 후배 목회자들에게 '선한 목자'가 될 것을 가장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맡겨진 양들을 어떻게 돌보느냐,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조금 더 일찍 했다면, 지금보다 좋은 사람이 됐을 것 같다"며 "처음 담임이 됐을 때는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품상 대놓고 싸우진 않았지만, 이기려 하니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저 장로님들도 저를 얼마나 참아줬을까 깨닫게 하셨다. 그래서 설교하다 많이 울었다. 너무 미안하고 감사해서"라고 고백했다.

그는 "서로 참았기에, 교회가 교회 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이기려고 하지 마라. 저들도 장로가 될 때까지 얼마나 헌신했겠니. 그들의 처음 헌신을 끌어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주셨다"며 "그때부터 장로님들이 동역자가 되기 시작했다. 이기려 하지 않으니, 마음도 너무 편해졌다. 저분들을 제게 맡기신 것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돌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 때 선장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양들을 위해 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교회 예배 도중 불이 나면 어떻게 할까? 아무리 그래도 교인들을 놔둔 채 도망갈 것 같진 않았다"며 "그래서 부목사님들과 교인들 앞에서 선서했다. 9.11 당시 소방관들의 'First In, Last Out(맨 처음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온다)' 정신을 따라, '우리는 절대로 여러분을 두고 도망가는 삯꾼이 되지 않겠습니다, 선한 목자가 되겠습니다' 다짐했다"고 소개했다.

김병삼 목사는 "한국교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교회가 교인을 보호하려 하지 않고, 목회자를 보호하려 하는 것이다. 제게 교인과 다른 목회자 사이 누구 편을 들겠냐고 물으면, 교인 편을 들겠다"며 "총회 일을 하시는 분들이 생각할 것은, 교회와 교인들을 위한 조직에서 왜 우리는 이렇게 목회자들을 보호하려 할까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은퇴할 때가 되면 교회에서 문제들이 많이 생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퇴 목회자는 조금 더 가지려 하고, 교인들은 조금 덜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이 무엇을 갖느냐로 싸우고 있다"며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다. 교회에서 제게 너무 많은 것들을 해주신다. 하지만 아내와 자주 다짐한다. 은퇴할 때 서운해하지 말자고. 그게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지금부터 계속 다짐하는 것이다. 서운한 생각이 든다면, 하나님 일을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 앞에서 양을 돌본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점검해야 한다. 완벽할 순 없지만, 두려운 순간들이 있다. 어느새 삯꾼이 됐을까 두렵다. 목자로 부르셨는데, 위선적 삯꾼이 되진 않았을까"라며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면, 삯꾼이 될 수 있다. 우리 안의 위선적 모습과 끊임없는 싸움이 필요하다. 우리 속에서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에, 우리가 설 수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병삼 목사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병삼 목사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병삼 목사는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양관식처럼, 사람들은 착함에 열광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착한가? 예수 믿으면서 얼마나 착해졌는가"라며 "착한 것이 구원도 믿음도 아니지만, 믿음의 사람에게 나타나야 하는 성품 중 하나가 바로 온유함과 착함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오늘날 우리 교회가 세상을 향해 너무 호전적이다.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손해를 보면, 못 참지 않나. 항의하고 막 들고 일어난다. 하지만 교회가 손해를 좀 보면 어떨까. 교회가 피해를 보고 핍박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교회와 목회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당할 때도 있으면 좋겠다. 교회가 가장 큰 능력이 일어났던 때는 핍박당했을 때였는데, 그걸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힘을 잃은 것은 아닐까"라고 질문했다.

그는 "4-5년 전 아내가 '예전보단 설교할 때 말도 잘하고 세련돼졌는데, 열정이 안 느껴져'라고 하더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2000년부터 썼던 원고를 다시 보면서, '그때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느꼈다. 25년 전 설교 원고는 지금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다. 하지만 그때 가졌던 마음이 없어지고 있음을 느꼈다"며 "그래서 그때부터 예전 설교를 1/3 정도 리메이크하기 시작했다. 준비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새로 오신 분들이 그 설교를 못 듣는 것이 아쉽고, 그때 열정이 다시 살아났으면 해서다. 선한 목자가 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우리 부르심 가운데 다시 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한 목자는 누구나에게 좋은 목자는 아니다. 양을 괴롭히고 해롭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에게 오류가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양에게 선한 목자가 돼야 한다. 모두에게 칭찬받으려는 오류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래서 목회자들에게는 기준이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나를 무엇으로 부르셨는지를 생각하고,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며 "부르심이 흔들리면, 목회 전체가 흔들린다. 비겁하게 변명하고 살지 말자. 저도 교단에서는 욕을 많이 먹는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굳건히 서서, 흔들리지 말고 가시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메시지 후 기도하는 목회자들. ⓒ이대웅 기자
▲메시지 후 기도하는 목회자들. 

'온유한 성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예수님을 닮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온유함'이다. 예수님은 뜨거운 가슴, 눈물과 연민을 갖고 계셨다. 삭개오에게 내어주신 시간, 간음하다 잡힌 여인에게 있었던 주님의 마음 등이 바로 온유함"이라며 "양의 마음을 헤아릴 때, 온유해진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순 없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에 전심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병삼 목사는 "온유함이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주신 그 양의 마음을 헤아려, 무언가를 하게 될 때 나타난다"며 "왜 온유한 성품을 갖지 못할까? 양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그가 나를 헤아리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자신이 세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용납을 못한다. 그러나 온유함은 그 기준이 무너질 때 나타나고, 우리는 그때 은혜를 경험한다"며 "삶에서 원칙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저도 삶의 룰이 굉장히 철저하다. 그러나 원칙에 빠져 사는 사람이 되지 않길, 하나님이 깨라고 하실 때, 깰 수 있는 용기를 늘 기도한다. 원칙대로 살면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차가워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교회 많은 일들 가운데, 단순한 요소가 하나 있다. 하나님의 마음이 없다. 양쪽이 의를 가지고 싸우면, 타협이 없다. 끝까지 간다. 하나님의 법은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서 선한 목자는 한편으론 좀 바보 같아져야 할 때가 있다. 교인들에게 억울한 이야기 들으면 참기 힘들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내 의를 증명하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선한 목자로 부르셨다. 저도 억울할 때가 많지만, 참아보려 한다"고 고백했다.

이와 함께 "의사가 '자꾸 참으면 병 된다'고 하더라. 하지만 제가 화난다고 성질대로 하면, 저는 아프지 않지만 상대가 아프게 되더라"며 "제가 참으면 그들은 아프지 않고 제가 아프다. 하지만 목사는 아픈 게 당연한 것이다. 우리를 마음대로 살라고 부르신 것은 아니지 않나"고 위로했다.

김 목사는 "온유함이란 유순함도 있지만, 엄한 사랑도 있다. 누구에게도 욕먹기 싫어 화내지 않는다면, 양을 돌보는 것이 아니다. 온유는 방관이 아니다. '착한 남자 콤플렉스'에 빠지지 말라"며 "리더십이란, 힘든 이야기를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을 때 생긴다. 시간이 해결해 줄 때가 많다. 서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어떤 것도 되지 않는다. 선한 목자의 마음이 느껴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살아내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제 이야기는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불편한 것들은 걸러내시고 적용할 만한 것들만 하시면 된다. 저는 삶의 한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하나만 기억하시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이유는 '선한 목자'로서이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고 역설했다.

이날 참석한 목회자들은 메시지 후 기도를 뜨겁게 이어갔다. 김병삼 목사는 세미나 이튿날인 2일 저녁 부흥회에서는 '바울처럼 기쁨으로(빌 4:4)'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