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의 무거운 발걸음
우리는 피곤하고 힘들면 잠시 멈춰 쉴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럴 여유조차 없이, 이미 정해진 약속과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가 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수요 기도회에 참석해 본당에 앉아 있었다. 담임목사님이 강대상에 오르셨는데, 평소와 달리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배 직전, 한국에서 오랜 친구가 60대 초반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셨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 건강을 위해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친구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였다.
그 순간, 목사님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목회자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약속된 시간에 강대상에 서서 말씀을 전해야 한다. 평신도인 나는 힘들면 쉬면 되지만, 목회자는 슬픔 속에서도 담담히 예배를 인도한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목회자의 삶은 평범한 삶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모습 속에서 존경심이 깊어졌다.
뇌수술 후 되찾은 삶
한 달 전, 한국에 있는 가족 한 분이 뇌수술을 받게 되었다. 넘어져 머리가 계속 아파 병원에 갔는데, 뇌혈관에 꽈리가 두 개 발견된 것이다. 터지기 전에 수술해야 했고, 머리를 20cm 이상 절개하는 큰 수술이었다. 감사하게도 수술은 성공했고, 2주 후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분이 보내온 메시지가 마음을 울렸다. “병원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삶에 영향을 준 분들을 떠올려보니 너무 많아요. 모두에게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와 회복의 손길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루아침에 닥친 시련
며칠 전에는 큰딸이 다니는 교회의 집사님 한 분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와 동갑으로, 딸 집에 방문할 때 예배 후 친교 시간에 종종 대화를 나누던 분이었다.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반은퇴 상태로 지내던 중, 물을 마시다 갑자기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다행히 뇌출혈은 멈춰 수술은 피했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까지 예배에 참석하고 친교 시간에 주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분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나는 틈날 때마다 그분의 의식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루빨리 깨어나 가족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뜻밖의 소식이 주는 깨달음
한 달 동안 세 분의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천 소식을 들었던 목사님 친구 유가족분들에게는 주님의 위로 속에 평안을 얻기를 기도하게 된다. 수술 후 회복 중인 가족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의식이 없는 집사님에게는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을 겪으며, 인생이 결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나, 은혜로 사는 하루
아침 산책 중 휴대폰으로 찬양을 들으며 걷던 중, 마음을 깊이 울린 찬양 가사가 있었다.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은혜입니다.” 이 가사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살아 있음이, 숨 쉬고 걸을 수 있음이 모두 은혜였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우리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직 그분만이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임을 인정하고 살아가야 하겠다. 인생은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우리는 매 순간 주님과 동행하며 미움은 멀리 던져 버리고 사랑을 품어야 한다. 그리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감사와 행복으로 살아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