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지금 디지털 문명이라는 전환의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와 쇼핑, 학습과 소통, 심지어 예배까지 가능한 세상. 음성 인식 인공지능은 이제 사람의 말투와 감정까지 모방하며, 수십억 명이 SNS를 통해 하루의 감정과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기술 뉴스는 한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이 문명 속에서,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많은 사람들은 기술을 단순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칼이 요리에도, 살인에도 사용될 수 있듯이, 기술은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사용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바벨탑의 기술은 사람을 하나님 없이도 높이려는 수단이었고(창 11:1–9), 금송아지는 예배의 열망이 왜곡된 기술 산물이었습니다(출 32:1–6). 기술은 인간의 내면, 특히 하나님을 떠나 자율적으로 살고자 하는 죄성과 밀접하게 작용합니다.
기술은 ‘중립적’이기보다는, 문화적 세계관과 결합하여 사용됩니다. 디지털 기술은 속도와 효율, 편리함과 연결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쉼’과 ‘관계’, ‘기다림’과 ‘말씀’ 중심의 삶과 종종 충돌합니다.
기술이 가치중립적인 도구로만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논리에 익숙해지고 하나님의 질서를 무시하게 됩니다.
디지털 세계의 4가지 특징과 신앙의 도전
현대 디지털 문명은 대략 4가지 정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신앙적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속도의 문화 – 하나님은 종종 기다리라 하시고, 묵상과 인내를 통해 일하시지만, 디지털은 빠름을 숭배합니다. 느리면 낙오하고, 생각보단 반응이 먼저입니다.
정보의 홍수 – 우리는 말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피드(feed)’를 넘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정보는 지혜가 아닙니다. 잠언은 반복해서 말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잠 1:7).
관계의 가상화 – 디지털은 만남을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육신을 입고 오신 ‘말씀이 육신이 되신’ 하나님(요 1:14)입니다. 복음은 현장에서, 몸으로 만나는 관계 속에서 전달됩니다.
자기 중심성 – 디지털 세계는 모든 것이 ‘맞춤형’입니다. 나에게 맞춘 콘텐츠, 나의 관심, 나의 속도, 나의 기분에 따라 편집된 세계. 그러나 신앙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길입니다(막 8:34).
이러한 문화 속에서 성도는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분별력을 가져야 합니다.
성경은 디지털 문명을 어떻게 조명하는가?
성경은 직접적으로 컴퓨터나 AI를 언급하지 않지만, 기술과 문명의 영적 본질에 대해 분명한 통찰을 말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1장의 바벨탑은 인간의 기술이 하나님 없이 자기를 높이고자 할 때 어떻게 하나님과 충돌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인간의 ‘연결 욕망’이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과의 ‘단절’되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사건은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흩어진 언어와 민족이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되고, 인간의 노력과 기술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에도 진정한 연결은 기계나 기술이 아닌 성령 안에서 가능합니다.
또한 요한계시록은 기술이 우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짐승의 표’(계 13:16–17)는 단지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인간을 통제하고 영적 자유를 억압하는 시스템의 상징으로 읽을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성경은 기술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드러나며, 결국 하나님을 따르느냐 그렇지 않고, 자신을 섬기느냐의 예배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가르칩니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성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기술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순응자’가 아니라 ‘분별자’는 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성경적 대응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기술을 위한 금식의 시간 – 디지털 안식일을 정해 하루 혹은 한 시간만이라도 스크린을 끄고 하나님 앞에 조용히 머무르기.
말씀 중심의 삶 – 알고리즘보다 성경을 먼저 읽는다. 하나님의 말씀만이 마음과 생각을 지키는 방패이다(빌 4:7).
공동체 회복 – 온라인 속 익명성과 가상성에서 벗어나,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 부딛히는 가운데, 관용과 용서를 배우는 공동체에 뿌리내리기.
신학적 성찰 – 새로운 정보기술을 대할 때,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가?”를 질문하기.
디지털 문명은 분명 하나님이 주신 문화 명령(창 1:28)을 실현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을 떠난 인간 중심의 ‘우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술이 도구가 될 때는 유익하지만, 주인이 될 때는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주여, 이 시대 속에서 주님의 뜻을 분별하게 하시고, 디지털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복음의 진리를 붙들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