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전자 연간 매출의 7.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 총 8년 5개월에 이르는 장기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계약 상대에 대해 '글로벌 대형기업'이라고만 밝히며 비공개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7월 27일(현지시간) X(구 트위터)를 통해 직접 해당 계약의 당사자가 테슬라임을 공개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에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며 "이 계약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삼성이 현재 AI4 칩을 생산 중이며, 새로 설계된 AI5 칩은 TSMC가 대만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머스크는 "삼성은 테슬라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허락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며, 직접 생산라인을 점검해 진척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지역에 건설 중인 신규 반도체 공장에 2나노미터(㎚) 공정용 양산 설비를 도입하고 있으며,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 2021년 삼성전자가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으로 170억 달러(약 23조 원)를 투자해 추진한 프로젝트다. 이후 지난해에는 투자 규모를 440억 달러(약 59조 5,000억 원)로 확대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그러나 현지 인력 부족과 고객 수요 부진 등의 변수로 당초 2023년 하반기로 예정됐던 양산 일정은 올해 말로 한 차례 연기됐고, 다시 2025년 말로 늦춰진 상태다. 이번 테슬라 계약을 통해 가장 큰 변수였던 고객 확보에 성공하면서 현지 양산 일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3년 5월 반도체 부문 최고 경영진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일론 머스크 CEO를 비롯한 테슬라 경영진과 만나 자율주행 반도체 등 차세대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당시 논의가 이번 대형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