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형 교회 세대교체에 따른 신선한 바람과 기대 어디까지....
정년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를 택한 목회자들의 결정이 한국교회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기성 목사를 비롯한 주요 교회 지도자들이 정해진 나이보다 앞서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고, 후임 젊은 목회자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흐름이 확산되는 추세다. 유기성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정한 정년 70세보다 5년 빠른 65세에 은퇴했다.
기독교대한 하나님의 성회는 75세까지 목회가 가능하며, 기독교한국침례회는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70세 전후에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교단의 은퇴 관행과 비교했을 때 유 목사의 결정은 이례적이다. 유 목사는 2021년 김다위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한 뒤 승계 과정을 마치고 원로 목사로 추대된 바 있다. 그는 은퇴 당시 "은퇴는 끝이 아니라 마지막 한 바퀴가 남았다는 신호"라며 "이제 진짜 성도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고,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예수동행운동을 펼치는 선교단체 '위드 지저스 미니스트리' 대표로 국내외에서 사역 경험을 나누고 있다. 유 목사는 2003년 분쟁 상황이던 선한목자교회에 부임해 빠르게 교회를 안정시켰고, 500명 수준이던 교회를 1만 명 이상으로 성장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임 김다위 목사도 미국 캔자스주의 한인 중앙연합감리교회에서 출석 20명 남짓한 교회를 8년 만에 10배로 성장시킨 경험을 가진 목회자다.
서울 오륜교회도 세대교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은호 목사는 지난달 주경훈 목사를 동사 목사로 선임했다. 동사 목사는 담임목사와 일정 기간 공동 사역하며 안정적인 승계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 목사는 교회의 다음세대 신앙교육 기관인 '꿈이있는미래'에서 오랜 기간 헌신해 왔다.오륜교회는 확대 당회를 통해 주 목사를 동사 목사로 결정했고, 오는 10월 임시 확대 당회와 공동의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담임목사 선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12월 2일 담임목사 취임 및 원로 목사 추대 감사예배가 열릴 예정이다.김병삼 목사도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에도 현재 진행 중인 유산기부운동을 이어갈 계획인 김 목사는 교회가 은퇴 후 사택으로 마련한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를 미리 유산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사택의 3분의 1은 교회 장의자를 교체하는 데 사용하고, 또 다른 3분의 1은 사회에 공헌하기로 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기부 절차에 필요한 비용과 장애가 있는 딸을 위한 신탁 등 개인적인 용도로 책정했다.
김 목사는 "은퇴 나이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교단이 정한 것보다 조금 일찍 은퇴하고 싶다"면서 "교회에 가장 도움이 될 은퇴 시점을 생각해야 해서 나이를 확정하지 않았다. 유산 나눔 운동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이처럼 조기 은퇴와 세대교체 움직임은 개별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강남중앙침례교회와 지구촌교회도 40~50대 젊은 목회자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 전환을 단행해 주목받고 있다. 강남중앙침례교회는 최병락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미 이룬 바 있으며, 지구촌교회는 공석이던 담임목사 자리에 지난 4월 김우준 목사를 청빙함으로써 세대교체의 흐름에 본격적으로 동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안광문 박사(교회론, 글로벌 신학교)는 "교회의 사역과 리더십에 있어 자연스럽고 건강한 세대교체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목회자들이 자발적 결단을 통해 제2의 사역에 나서고, 젊은 목회자들이 새 비전을 제시하는 흐름은 한국교회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 은퇴는 단지 사역의 마무리가 아닌, 공동체와 사회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한국교회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