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중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를 미국이 소유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협상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통화하며,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논의한 '에너지 시설 30일 휴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분적 휴전과 종전 협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미국이 소유하고 관리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논란이 일었다.
◈미국, 원전 소유 제안... 전략적 보호책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원전을 소유하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관리하는 시설이라면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이며, 원전이 반드시 미국 정부가 아닌 미국 법인의 소유 형태라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자포리자 원전만 해당된다고 선 그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제안이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으며, 정확히 어떤 발전소가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논의된 대상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에 한정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원전을 투자 및 개조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며,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과 왈츠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해당 시설들의 소유권을 미국에 매각하거나 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미국이 지분을 가지면 러시아의 공격 위험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폈다.
◈원전 민영화 가능성 및 러시아의 대응 변수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해 있다. 원자로 6기가 있으며,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전력의 20%를 공급했다. 2022년 러시아군이 점령한 후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원자력 에너지 전문가 올가 코샤르나는 "우크라이나 법에 따라 원전은 민영화할 수 없다"며 이번 논의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의 개입이 발전소 운영 개선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러시아의 대응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대러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원전 소유권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 논의가 미·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과 연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광물 채굴과 가공에는 대량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원전을 확보하려는 배경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중재안, 젤렌스키에 압박 요인 될 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한 군사·자금 지원에 이어, 광물 협정과 원전 소유권 문제가 추가되면서 협상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무기와 정보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원전 소유권 문제가 협상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협상 과정에서 어디까지 양보할지,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가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향후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