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수요일 (3월 5일)부터 “사순절(Lent)”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간은 부활절 전 주일을 뺀 40일간의 기간을 뜻합니다.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로부터 시작해서 부활절 전야까지의 기간이며 총 6주간을 지내게 됩니다. 부활절은 춘분이 지난 첫 보름달이 뜬 주일로 지키기 때문에 올해는 예년보다 늦은 4월 20일을 부활절로 지키게 됩니다.
부활절은 일반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도 있는 절기이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성탄절보다 더 의미 있는 날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절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분이 각 사람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이 땅에 오신 사명을 성취하신 부활절은 더 소중한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부활절은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에 한 해 그 깊은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순절은 부활절에 우리가 품어야 할 적절한 마음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사순절을 보내야 할까요?
첫째 생각 속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리며 떠오르는 작은 죄도 회개합니다. 사순절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죄와 전쟁을 선포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기간입니다.
사순절은 영어로 “Lent”라고 하는데 고대 앵글로색슨어 “Lang”에서 유래된 말로, 독일어 “Lenz”와 함께 “봄”이라는 말입니다. 왜 “봄”이 사순절의 어원이 되었을까요? 대개 사순절인 2-4월은 계절적으로 겨울의 냉기와 봄의 온기가 치열하게 싸우는 과도기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내 안에서 죄와 싸우는 전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예수님을 의지할 때 끝내 성도가 죄로부터 승리할 것을 보여줍니다.
둘째 사순절에 성도는 십자가의 길을 가신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순”에서 ‘40’이란 숫자는 ‘고난을 통한 훈련’을 상징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에 도착하기 위해 40년간 광야 생활을 했습니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내산에 올라가 40일간 금식했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40일간 금식하셨습니다. 우리도 사순절의 40일간 예수님과 모세와 이스라엘 공동체처럼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는 훈련을 받기 위해 광야로 나가야 합니다.
“광야”는 세상의 소리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크게 들리는 고요한 장소입니다. “광야”(미드바르 מִדְבָּר)와 “말씀”(다바르 דָבַר)은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제대로 들리기 위해서는 하나님 한 분 외에 다른 것을 의지할 수 없는 광야의 자리로 의도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광야로 나아가기 위해 첫 아침에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독대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경건의 시간(Quiet Time)이나 가정예배를 통해 복음서를 깊이 묵상하는 것도 예수님의 40일 순례의 여정에 동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입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미디어나 즐기던 취미생활을 금식하고 그 시간에 기도와 말씀으로 하나님과 깊은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도 권해드릴 수 있습니다.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딤전 4장 8절)”고 말한 바울 사도의 권면을 기억하고 사순절에는 나의 욕심과 쾌락을 절제하고 더욱 주님의 거룩함을 닮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셋째 예수님의 고난은 바로 복음 전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복음을 전하는 삶에 더욱 깊이 헌신해야 합니다. 복음을 전 할 때 거부와 무시와 비웃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보다 십자가에 매달려 멸시와 천대를 당하신 예수님을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을 수 있습니다.
올해 부활절은 우리의 영혼과 모든 삶이 어느 해 보다 주님과 가까운 상태에서 맞는 기쁨을 누리고 싶지 않습니까? 그러면 사순절에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기를 결심하십시오. 그렇게 될 때 올 4월 20일에 경험하는 부활절 아침의 감격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