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합니다. 하나님이시여 나를 도우소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20일 정오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든 두 권의 성경을 앞에 놓고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하나님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든 두 권의 성경은 각각 의미가 있다 한 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머니가 물려준 성경이고 다른 한 권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읽던 성경이다. 이중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첫 취임식 때도 사용됐다.
미국내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며 성경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른 대통령들이 왼손은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한 것과 다른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 손을 올렸느냐 올리지 않았느냐가 그리 중요한 논점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성경이 가르치는 복음 정신에 입각한 정치를 구현하느냐에 달렸다.
미국은 대통령이 취임할 때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게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 기독교 복음 정신으로 세워진 미국을 대표하는 국가 최고책임자의 통치 기반이 성경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모두가 성경의 복음적 가치를 지키는데 힘쓴 건 아니다. 오마바 대통령은 두 번의 취임식 모두 링컨 전 대통령이 남긴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했지만, 성탄절에 나누는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마저 '해피 홀리데이'로 바꾸는 등 종교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심는 데 주력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인 '타이틀 나인' 개정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LGBTQ+ 성 소수자 친화 정책을 폈다. '타이틀 나인'은 1972년 미국에서 처음 제정된 학생 인권 보호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이를 개정해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모든 학교에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도록 해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자리에서 다른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기독교 복음 가치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인종 차별이 없고 실력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동성애와 트렌스젠더, 제3의 성으로 혼란한 미국 사회를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건져내겠다는 선언적 의미인 동시에 일종의 행동강령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성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취임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에도 남녀 외에 다른 성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렌스젠더가 여성 스포츠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제3의 성에 기반한 성별 교육을 끝내겠다고 반복해서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이면서도 갖가지 추문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그런 그를 최고 통치자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부적격자로 평가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이 선거 개표 직전까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의 승리를 예측한 것도 트럼프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이 작용한 탓일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 평가에 이처럼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발언과 공화당의 정강 정책이 지금 미국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45대 대통령 재임 시에 선임한 연방 대법권들에 낙태 합법화의 법적 근거가 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반세기 만에 폐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내 복음주의 진영은 성경의 복음 정신에 입각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정책에 흔들림 없는 지지를 표했다. 선거법 위반 등 온갖 구설에 휩싸인 트럼프를 5년 만에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민들도 그가 대선 과정에서 건국이념인 복음의 가치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슬로건으로 미국의 '황금기'(golden age)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있다. 탄핵정국이 우리 안보와 경제에 리스크가 되리란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게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이다. 이것만큼 든든한 한미동맹의 연결고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탄핵정국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고 만에 하나 친중·종북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피땀 이뤄 쌓아온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
복음의 가치 재건에 나선 미국 대통령을 보며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영적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살고 교회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