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갈보리장로교회  백인호 장로
(Photo : ) 라스베가스 갈보리장로교회 백인호 장로

구약 창세기를 보면 옛날 사람들은 백년을 훨씬 넘게 산 사람들이 많은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성서에서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 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빠르게 지나가니 마치 날아 가는것 같다”.고 하였다. 인생이란 역시 잠시 아침에 피어나 한것 자랑하다 저녁에는 시들어 가는 꽃잎과도 같은 존재임이 틀림 없는것 같다. 우리의 삶이 80년이란 세월도 수고와 슬픔 속에서 지나 가지만 지내놓고 보면 잠깐이며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이조시대의 왕들의 수명이 평균 40대라고 하였으니 80세까지 산다는 것도 대단히 건강한 편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은 100세를 바라보는 장수 시대라 하니 인생의 결승전을 어떻게 마무리 하면서 살아 가느냐가 사회적인 문제인 동시에 나에게도 큰 문제라 아니할수 없다.

내가 20대에 푸른 제복을 입고 강원도 전방 부대에서 군대 생활을 할때는 고통스러운 것만 보였지 그 시절의 행복했던 것들은 보이지가 않았던것 같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와 같은 말은 내 귀가에서 맴돌뿐 한밤이 여삼추 였다.

어둠이 엄습한 한밤중 차가운 바람과 씨름하며 병사들과 산중턱 방공호 속에서 쪼그리고 앉아 수많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전술 훈련을 하던 그시간이 어찌나 길고긴 밤인지 인생은 짧은것이 아니라 무진장 긴줄로만 느껴졌다.

추위도 잊은채 한밤을 지새우던 적막한 산중에서 나는 2소대장인 홍소위에게 말을 건넸다. “ 야 홍소위, 아마 틀림없이 먼 훗날 우리가 군복을 벗고 어데선가 살아있다면 이시간이 얼마나 그리워 몸부림 칠날이 있을거야.” 내말이 떨어지자 마자 “암 그렇고 말고” 호탕한 목소리로 홍소위는 맞장구를 첬다.

홍소위는 서울대 체육과를 나온 친구로 키가크고 체격이 우람하며 성격이 호탕하여 농담도 잘하고 막걸리 주점에 가면 노래도 얼마나 잘 부르는지 모든 아가씨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는 같은 중대 2소대장을 맡고 있었다. 나는 1소대장이니 나와 같이 내무반에 있다보니 늘 명랑하게 군생활을 하게 했던 동지이다.

예편후에는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를 한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무었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린 서로서로 다정하고도 희망찬 목소리로 방공호에서 추위를 이겨가며 이야기를 나누며 먼훗날을 꿈꾸던 때가 억그제 같기도 하다. .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때의 그 동지가 얼마나 귀중한 사람인 것을 깨달을 것 같다.

그때는 실전이 아니고 훈련중이라 그와중에 우리에게는 한편의 낭만도 있었다. 6.25를 격은 우리들의 선배들이야 목숨걸고 나라를 지켰고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우리가 있었겠는가. 세월이 점점 흘러가다 보니 그 쓰라린 고통의 주역인 선배들의 고마움도 빛 바랜 사진첩 모양 희미하게 잊혀져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젊음은 가고 몸은 쇠하여지고 마음도 약해지고 또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밀어 닥치니 우리 노년들은 어떻게 세월을 보내야 할까.

나는 종종 라스베가스 산기슭 하늘을 올려다 본다. 때로는 심술맞은 비 바람도 있지만 지도 같기도하고 예수님 같기도한 엉끄러진 구름을 바라보며 술래 잡기를 하는지 이상한 모양의 구름들이 둥실 둥실 떠가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하기도 한다. 허지만 친구도 하나 둘 가고 형제도 가고 모두가 어디론가 흘러가는 걸 보면 상혼을 느낄 뿐이다.

노년이 되면 누구에게나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구름이 흘러가듯 나도 어디론가 흘러만 가고 있으니까. 뺨을 어루 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모두가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며 적요의 여백을 채워주고 역시 노년의 행복은 하나님을 붙들고 찬송을 부르며 주님 말씀으로 기쁜 마음으로 부활의 소망을 굳게 믿고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는 사람이다

누구라도 마지막에 그날이 오면 혼자가 된다. 오는길이 혼자 였듯이 가는길도 혼자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너무 노인임을 자각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