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7일 저녁, 이곳 LA에는 엄청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알타디나 지역,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퍼시픽 팰리세이드, 실마, 할리우드 언덕 등에서 발생한 화재는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번져, 2,000채 이상의 집을 전소시켰으며, 여러 사망자를 냈습니다. JP모건사의 추정에 의한 손실은 500억 달러, 약 70조 원 이상이라 합니다.
돌아가신 분이나 집을 화재로 잃어버린 분들을 생각하면, 남은 사람이 당하는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타디나의 남쪽 패사디나, 서쪽 라카냐다에 사시는 분들은 이미 비상 대피령을 받고 집을 떠났으니 그 불편함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패사디나로 일하러 가던 아들도 재택근무를 요청받았는데, 교회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저의 딸은 자기 집으로 오라지만, 아이들이 맡긴 고양이 2마리를 두고 집을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3일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촛불을 켜고 밤을 지냈습니다. ‘촛불의 미학’이나 ‘촛불의 낭만’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양초와 랜턴을 사고 건전지를 마련했습니다. 이전에 쓰지 않던 라이터를 점검합니다. 셀폰의 전원을 충전하느라 아내와 함께 강요된 자동차 드라이브를 해야 했습니다.
약 15만 명이 강제 대피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직장을 나갔다가 자기 집이 불탄 것을 후에 알았다고 합니다. 귀중품을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입니다. 대피령으로 피한 집사님 부부도 멀리서 아내에게 전화했습니다. 우리가 마침 근처 집사님 집에 들러, 전화하기로 했습니다. 라카냐다 거리는 신호등 불이 모두 나갔습니다. 사거리 길에 신호등이 꺼지자, 질서 정연하게 먼저 온 사람이 먼저 가는 “사거리 스탑”(Four Way Stop)으로 자동 전환되었습니다. 집사님의 빈집에는 집 철문이 반쯤 열려 있습니다. 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로 마당이 어지러우나, 다행히 누가 침입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근처 빈집 마당에는 멋진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이 외롭게 서 있습니다.
사흘이나 타오르는 연기 사이로 1월 10일의 붉은 태양이 떠오릅니다. 새벽 뉴스에는 “떠날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아나운서가 강조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나갈 것인가? 여권과 증명 서류, 중요한 사진과 아내 몰래 모아둔 현금 그리고 컴퓨터를 생각해봅니다. 컴퓨터의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24시간 내내 여는 팬케익 하우스에 와서 전원을 사용하며 새벽의 태양을 맞이합니다.
“야곱이 미약하오니 어떻게 서리이까”(암 7:2, 5). 아모스 선지자의 기도가 생각납니다. 아모스는 이스라엘을 향한 심판의 5가지 환상을 보게 됩니다. 첫째는 메뚜기 환상, 둘째 불이 육지를 태우는 환상, 셋째는 다림줄의 환상, 넷째 여름 과일 한 광주리의 환상, 그리고 다섯째는 제단의 기둥머리를 붕괴시키는 환상입니다. 3번째 이후의 환상은 그대로 집행되지만, 처음 두 환상, 메뚜기와 불의 환상은 선지자의 기도를 통해서 철회됩니다. 아모스 시절에 자비를 베푸신 하나님, 지금도 주의 백성들이 사는 이곳 LA에 긍휼을 베푸소서. 마침 주안의 친구들과 목회자들이 카톡으로 기도하고 근심하며 안부를 묻는 소식을 전해옵니다. 사랑으로 이 땅을 위한 기도를 시작합니다.
3일 동안의 화재와 대피령을 직, 간접으로 겪은 온 형제, 자매를 위해 기도합니다. 재난으로 인한 저들의 놀람과 아픔을 돌아보소서. 아버지여! 우기가 왔으나 비가 오지 않는 이 땅을 긍휼히 여기소서. 생명과 재산이 이처럼 광풍에 불타는 큰 재앙의 뜻을 깨닫게 하소서. 우리의 회개를 들으시고 자비를 베푸사, 생명의 단비를 우리에게 흡족히 내리소서. 언제라도 부르실 때 미련없이 떠날 준비를 하게 하소서. 그리고 평안한 일상에 감사합니다. 범사가 축복임을 다시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