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요즘 교계와 목회자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는 한 사건이 있다. 한 대형교회 목사의 급작스런 사임에 관한 얘기 말이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한다고는 했지만, 교회 내부에는 물론이요 외부에서까지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급기야 바로 다음 주일, 해당 교회는 담임의 사임에 관한 이유를 공동체 멤버들에게 살짝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SNS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그 교회의 원로 목사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 또한 쇄도하고 있다. 이는 5년 전, 담임 목사의 갑작스런 사임을 이미 한 번 경험한 바 있는 교회이기에 자연스런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담임 목사의 과거 행적과 인격 문제가 공개되면서 교회는 지금 담임 목사 반대파와 지지파 사이에 큰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본다. 평소 원로 목사의 인격으로 볼 때, 그가 후임 목사의 사임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이는 별로 없을 게다.

하지만 원로 목사가 한국 최고의 설교자라는 점에서 후임 목사들의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몇 주 전, 주일 저녁 예배에 참석했던, 과거 스펄전 목사가 시무했던 런던의 메트로폴리탄 태버네클 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퇴 시기가 지나기도 했고, 입이 돌아갈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담임 피터 마스터스(Peter Masters) 목사가 은퇴도 못한 채 여전히 강단에서 설교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를 능가하는 후임이 나타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전임자가 여러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면 후임자가 큰 부담을 가지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임 목사에게 모든 면책권이 주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전임자가 훌륭한 사람이기에 후임자는 더 최선을 다해 목회와 설교에 집중해야 한다. 설교나 인격 모든 면에서 전임자를 따라갈 수 없는 후임이 설교나 목회에 전념하지 않고 외부 활동에 나서거나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면, 자신은 물론이요 공동체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임한 목사에 대해서 나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한 달 전, 결혼식장에서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이다. 들리는 얘기만으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모든 목회자들이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유익이 있으리라 본다. 크고 유명한 교회의 리더라 해서 마음껏 누리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겸손한 자세를 보이고, 교회 재정도 근검절약해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사모나 자녀들이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함께 사역하는 부교역자들과의 관계를 잘해야 한다.

담임이라 해서 후배들에게 갑질하는 이들이 있다. 동역자로서의 의식을 갖고 후배 교역자들을 ‘사랑과 섬김의 자세’로 잘 대해야 한다. 예수님의 리더십을 연구해보면 그분이 제자들에게 군림하거나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보이신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권위주의적인 것’과 ‘권위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교만에서 비롯되는 죄’라 할 수 있으나 후자는 ‘돋보이는 언행과 인격을 통해서 얻게 되는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예수님은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권위 있는 분이셨다.

오늘의 영적 지도자들도 예수님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 며칠 전, 미국 동부의 규모 있는 교회에서 담임으로 사역하던 지인 목사가 한국에서의 3개월 안식월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전화를 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내려서 10시간을 기다린 후 다시 동부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다. 과거 유학 시절 내 모습이 생각났다.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값싼 비행기를 이용하려고 늘 비행기에 한 번 내려서 기다렸다가 갈아타는 UA(United Airline)를 이용했다. 보통 서너 시간 도쿄에서 기다렸다가 새로운 비행기를 타곤 했는데, 한 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8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다. 비행기 타는 시간이 길다 보니 꽤 힘이 드는데, 8시간이란 긴 시간 공항에서 대기까지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후배 목사에게 왜 직항을 이용하지 않고 고생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기 교회 장로님도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고 했다. 그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단다.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죠 장로님!” 그 얘기를 들은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이게 바로 요즘 교인들이 원하는 리더십이다. 지금 LA에 와서 하룻밤을 묵은 후 새벽에 일어났다. 어제 LA 공항에 와서 시카고에서 오는 가족들을 기다리느라 나를 픽업해준 신문사 대표와 오랜만에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그로부터 나와 절친인 후배 목사의 최근 얘기를 전해 듣고 ‘역시!’라는 감탄사와 함께 다시 한 번 깊은 감동에 사로잡혀 보았다. 그는 십여 년간 탁월한 말씀과 남다른 인격으로 교회를 많이 부흥시키면서 교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목사였다. 두 달 전, 갑작스레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한국으로 목회지를 옮기려고 사임을 선포했다. 교회에서는 그동안 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충분한 은퇴비를 준비했으나 단연코 거절했다고 한다.

은퇴비 문제로, 물러나는 목사와 당회 혹은 후임자 간의 시비로 인해 갈등을 겪는 많은 교회를 보아왔다. 그런데 당회에서 예의를 갖춰서 준비한 엄청난 은퇴비를 그 목사는 거절했다. 당회에서 새해 사례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려준다고 했으나 거절한 사람이다. 그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교회를 개척해서 수천 명의 멤버들이 행복하게 신앙생활하는 공동체로 일군 목회자가 교회를 사임해서 드리려 하는 은퇴비를 거절하다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당회에서 한국으로의 이사비용만큼은 감당케 해달라고 했으나 그조차 거절했다고 한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목사가 맞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비와 이사비용까지 거절한 점은 그를 잘 알고 있는 나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군림하고 갑질하고 교만의 극치를 보이는 지도자도 있다. 매일매일 전해지는 교계 뉴스들은 우리에게 ‘본보기’와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임을 기억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