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J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하면서 유럽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BBC가 16일 보도했다.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국과의 관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 왔지만, 밴스 의원의 부통령 후보 낙점이라는 돌발변수에는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밴스 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그는 미국의 610억 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 과정에서 이를 지연하고 반대했으며, 올해 뮌헨안보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안보 의제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익명의 외교관은 "유럽연합(EU)이 폭풍에 대비하는 범선에 불과하다"고 유럽의 불안한 상황을 묘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두렵지 않으며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공화당 대다수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의 친분을 통해 미국 정권 교체 후에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이다. 유럽에서는 밴스 의원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유럽 내부의 전쟁 회의론도 우크라이나에 부담이 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회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예우헨 마흐다 세계정책연구소(IWP) 수석책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우크라이나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하며, 밴스 의원을 우크라이나로 초대해 현지 상황을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닐스 슈미트 독일사회민주당(SPD) 의원은 밴스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고립주의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지만, 공화당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미국-유럽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미국 대선 결과와 새 행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