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가 주민들 사이에 남한 문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생활 전반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공개 처형을 남발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엔 최근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적용해 주민들을 공개 처형한 사례가 수록돼 풍문으로 떠돌던 내용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북한인권보고서는 지난해 탈북한 남성의 생생한 증언을 담았다. 그는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남성이 공개 처형되는 것을 직접 봤다"며 "괴뢰(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2020년 탈북한 또 다른 남성은 "동료가 손전화기로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위부에 적발돼 강제 송환됐는데, 나중에 처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휴대전화기를 수시로 검열해, 주민들이 주소록에 '아빠', '쌤'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엔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거나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와인잔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 선글라스를 착용한 것 등을 모두 '반동' 사례로 제시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북한 당국이 선글라스 착용을 '반동' 사례로 분류하면서, 지난 연말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과 딸 주애가 선글라스를 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선글라스를 쓰면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해 처벌하면서 김정은 부녀가 나란히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진을 신문에 게재하는 체제에서 주민, 특히 청년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보고서엔 코로나 기간 방역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된 사례도 담겼다. 2021년 탈북한 남성은 "남성 간부 2명이 '비상방역법' 위반 행위로 재판 없이 공개 총살당했다"며 "격리 시설에 수용된 주민들이 목욕을 하게 해달라고 한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일부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엔 최근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주민들을 공개처형한 사례가 처음으로 수록됐다. 드러난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최근 북한이 외부 정보로부터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필두로 2021년에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에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잇따라 제정했다. 이른바 3대 악법으로 불리는 이 법이 주민들 특히 청년층을 한국 드라마나 K-pop등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주민 통제의 수단이었음이 드러난 셈이 됐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올해 발간한 북한 인권보고서는 북한 인권법이 제정된 후 지난해 첫 발간에 이어 두 번째 발간됐다. 지난해 발간된 보고서가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면 올해는 작년 보고서에 기록된 탈북민의 증언에 141명의 증언이 새로 추가됨으로써 가장 최근의 북한 실상이 담겼다는 점과 증언의 객관성이 폭넓게 담보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북한의 반인권 상황은 국제사회 모두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아무리 규탄 성명을 발표해도 김정은 체제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있다. 이에 대해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지난 달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이사회에서 다른 14개국 안보리 이사국에 "북한인권상황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집착과 전체주의적 통제의 근본원인은 정권의 생존에 있고 북한의 안보 불안은 실질적인 외부 위협이나 '정당한 안보 우려'가 아닌 가족 숭배 왕조라는 체제 자체의 결함에서 기인한다"면서 북한의 잘못된 정책과 조치가 김정은 정권의 입지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억압은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회의 시작 전 유엔 회원국 57개국 및 유럽연합은 공동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입을 모았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회의 개최에 이의를 제기해 절차투표가 진행됐으나 안보리 이사국 대다수가 찬성함으로 결과적으로 두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북한은 인구 절반 이상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 최빈국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민생을 외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입과 눈을 틀어막으며 통제와 처벌을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삶에 쓰일 국가 재정을 핵개발과 잦은 미사일 실험 등 전쟁 준비에 쏟아 부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지배층의 사치품 구매 등에 탕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서 고조되자 '표현의 자유' 억압과 집단 처벌 공개처형 등의 방법을 동원해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를 위한 폭압적 수단이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갈 때까지 간 상황에서 마치 불구덩이를 향해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다만 멈추지 않으면 머지않아 공멸할 수밖에 없는 데도 누구도 이런 폭주를 멈추지 못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답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오산리기도원에서 북한 구원과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에스도기도운동은 "'더 많은 기도를', '더 많은 금식을' 마음과 뜻을 다하여 최선으로 기도할 때,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이 거룩해지고 북한구원 복음통일을 마침내 이룰 줄 믿는다"고 했다. 어둠이 짙을수록 공의의 하나님이 불의한 정권을 심판하고 북한 주민을 구원하실 새벽이 가까웠음을 믿고 기도에 전심을 다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