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가 터키 당국이 이스탄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코라에 있는 ‘성 구세주 교회’(Church of Saint Savior)를 모스크로 전환한 최근 결정을 “터키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를 희석시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 조치가 터키의 기독교 역사의 근간을 약화시키고, 종교 간 대화의 신뢰를 잃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성 구세주 교회가 모스크로 전환된 것은 4년 전, 상징적인 비잔틴 기독교 유적지인 아야 소피아 대성당(Hagia Sophia Basilica)이 모스크로 전환된 것과 유사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달 초 이슬람 예배를 위해 정식으로 성 구세주 교회를 모스크로 개관했다.

COMECE의 사무총장인 마누엘 바리오스 프리에토는 “이는 이 나라에서 기독교 존재의 역사적 뿌리를 한 단계 더 희석시키는 조치이며, 종교 간 공존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이 조치로 인해 터키 당국이 추진하는 종교 간 대화에 관한 모든 계획은 필연적으로 신뢰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세기에 건축된 성 구세주 교회는 동방 기독교의 상징이자, 터키 기독교 존재의 중요한 역사적 지표이다. 이 교회는 16세기 오스만 제국 시대에 모스크로 전환되었으며, 1945년에 박물관으로 지정된 후 미국 미술사학자들의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1958년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그리스 외무부도 성 구세주 교회를 모스크로 운영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이 결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특성을 왜곡하고, 보편적인 문화적 의미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명은 “유적지의 보편적 특성을 유지하고 종교 및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것은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할 명백한 국제 의무”라고 강조했다.

앙카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원격으로 참석한 성 구세주 교회의 모스크 개관식은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이 행사에는 지역 무슬림들이 인도하는 기도와 이스탄불의 무프티인 사피 아르파구스 등 저명한 종교 인사들의 연설이 포함되었다. 이 행사는 터키의 재단청이 주관했으며, 지역 사회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대변인은 국영 아테네-마케도니아 통신사에 “미국은 터키 정부가 다양한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종교 공동체를 수용해 온 유적지와 건물들을 보존하고, 접근을 보장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교회를 모스크로 전환는 조치는 터키 대통령이 경제난 속에서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적인 시도로 여겨진다.

2020년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수백 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86년 만에 처음으로 아야 소피아 대성당에서 열린 이슬람 기도회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는 국제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성당이 모스크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COMECE는 당시 아야 소피아의 용도 변경을 “종교간 대화에 대한 타격”이라고 주장하며, 터키에서 계속되는 종 증오 발언과 국가, 민족,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위협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