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작전 지휘' 김성은 목사 직접 참석 

놀랍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실제 상황이다. 살벌한 감시 속에 국경을 넘으며 불안에 떠는 가족들, 브로커와 브로커를 이어가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긴박함의 연속. 생과 사의 갈림길. 감독 매들린 개빈이 할 수 있었던 건 이 각본 없는 탈북의 여정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것뿐이었다.

북한에서 중국, 베트남과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숨 돌릴 틈 없는 탈출 작전에 성공해야만 끝내 자유의 땅 한국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우리 주변의 3만 5천여 탈북민들이 그 사선을 넘은 주인공들이다. 끝내 살아남은 자들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더 많은 현실. 발각당해 북송되면 기다리는 건 죽음, 또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뿐이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자신들이 낙원이라고 믿고 자랐던 땅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목숨을 건 위험한 여정과, 그들을 돕는 탈북 인권운동가 김성은 목사(갈렙선교회)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탈북 인권 다큐멘터리다. 얼마 전 영화계 최고 권위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예비 후보에 올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는 한국교회에 탈북민의 현실을 알리고 북한 인권을 고발하기 위해 25일 오후 2시 종로구 피카디리 극장에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김성은 목사도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해 탈북민 구출 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12,000km 촬영, 브로커들의 도움 받아

감독 매들린 개빈은 <송 원>, <너브> 등 편집감독으로 활약하다 첫 감독 데뷔작 <기쁨의도시>로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두 번째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는 본능적이며 긴박감 넘치는 영상으로, 자신들이 낙원이라고 믿고 자랐던 땅을 탈출하려는 가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영화는 탈북자이자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의 저자 이현서 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촬영을 시작할 무렵 이 씨가 뉴욕에 오게 됐고, 마라톤 인터뷰로 탈북자로서의 복잡한 심리와 그가 짊어진 엄청난 죄책감 등을 생생한 증언으로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이후 한국에 오개 된 개빈 감독과 제작진은 김성은 목사를 만나 두 번의 탈북 시도를 기록하게 됐다.

美 아카데미 오른 <비욘드 유토피아> 한기총 시사회 열려
▲영화 속 북한 내부의 실제 모습. 대부분의 영상과 자료는 모두 갈렙선교회가 제공했다. ⓒ송경호 기자
美 아카데미 오른 <비욘드 유토피아> 한기총 시사회 열려
▲영화는 탈북 과정의 긴박한 순간들을 그대로 담아냈다. ⓒ송경호 기자


이 프로젝트는 김 목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걸고 거짓 낙원인 북한에서 탈출하는 노 씨 일가족, 그리고 아들을 북한에서 구출하려는 이소연 씨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 특히 1만 2천 km의 위험한 여정이 생생하게 담긴 필름은, 각 국경의 브로커와 농부 네트워크를 통해 촬영했으며, 일가족의 긴박한 순간을 그대로 담아냈다.

북한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대부분 갈렙선교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목사는 1990년대 대기근 당시 북한에 카메라를 밀반입하기 시작한 일본인의 도움으로 촬영된 영상을 구했고, 이 영상들은 목숨을 걸고 외부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스태프들은 카메라를 켠 채 꼬박 10시간 동안 정글을 함께 지나야 했다.

"세계는 분노하는데, 한국만 반신반의"

시사회 직후 정서영 한기총 대표회장은 "거짓된 유토피아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의 실태가 분노를 준다. 위험한 탈출의 여정을 이끄는 김성은 목사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하다"며 "더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한기총도 나서서 돕겠다"고 전했다.

美 아카데미 오른 <비욘드 유토피아> 한기총 시사회 열려
▲탈북 작전을 직접 지휘한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오른쪽)는 "1천 2백만 한국교회 성도 중 절반인 600만이 1만 원씩만 후원하면 탈북민 모두를 구출해낼 수 있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왼쪽)는 이 영화를 더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송경호 기자


김성은 목사는 "불과 10일 전, 같은 방법으로 7명의 탈북민을 구출했다"고 전해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미국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통해 공산주의의 실체를 접하고는 분노에 찬 열광을 한다. 반면 한국은 군인들조차 '북한이 설마 저 정도일까'라고 반신반의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탈출에 성공한 탈북민들은 그냥 한국으로 오지 않고, 동남아 센터에서 3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북한 정권의 실체를 깨닫고 성경 통독과 필독을 하며 기독교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북한 선교의 리더로 성장한다. 이들이 통일한국의 리더로 세워지도록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10배 오른 구출 비용... "각 성도 1만 원씩만 후원하면 가능"

김 목사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며 북·중 간 경비가 예전보다 훨씬 삼엄해졌고, 탈북을 돕는 브로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그만큼 1인당 구출 비용도 기존 약 300만 원에서, 그 10배인 약 1천만 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그는 "몸은 쇠약해지고, 탈출 루트는 점점 막혀가며, 재정적 부담도 커져 '이젠 그만하겠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10배 더 후원받아 사람들을 살려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셨다"며 "1천 2백만 한국교회 성도 중 절반인 6백만이 1만 원씩 후원해 주면 탈북민 모두를 구출해낼 수 있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시사회에 참석한 생명샘교회 강성호 목사는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로만 듣던 것들을 생생하게 보니 더 많은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봐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실태를 모르고 관심도 없고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교육의 부재도 원인이다. 각 교회에서 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량리 가나안쉼터 운영위원 노병주 목사는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정도다. 저 역시 함경남도 원산이 고향이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성은 목사님께 감사하고, 우리가 같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비욘드 유토피아는 1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