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신학교 신학대학원의 목회학 석사(M.Div) 모집 과정에서 정원을 겨우 채우거나 미달하는 사태가 최근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운용, 이하 장신대)는 모집인원 이상이 지원해 미달 사태를 면했다.
장신대 총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운용 총장은 "장신대는 1901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신학대학으로서 역사와 전통이 있으니 그나마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며 "학령인구 감소, 한국교회 신뢰도 추락, 교회 청년부 및 대학 선교단체 활동 둔화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신학교 미달 사태는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2024학년도 장신대 목회학 석사(M.Div)는 모집 정원이 264명인데 올해는 소폭 상승하여 1.98: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다른 신학교에 비하면 높은 경쟁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학교 학생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 총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총장 임기를 시작했다. 학교가 전면 폐쇄된 상황에서 신학교육을 수행해야 했고, 교회가 어려우니 학교 재정도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긴축 재정으로 전환했으며, 새벽마다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엎드려 기도할 때, 마음속에 주신 음성은 '엄살 부리지 마라' 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어려움과 함께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상황 등 숱한 고난 속에서 성장해왔다. 로마 치하의 초대교회도 300년 동안 극한의 핍박과 고난을 당했지만 복음은 로마 전역을 덮었고, 기독교 신앙이 전파되면서 교회는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비결은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속에 불타오른 복음의 확신과 생명을 걸고 예배하며 복음을 전한 헌신 때문이었다"며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역설했다.
김 총장은 "그래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학문적 훈련도 중요하나, 성 삼위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기도와 말씀을 통해 그분과의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 곧 경건 생활 훈련이 신학교육의 바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신대는 복음에 대한 확신과 열정,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바탕으로 헌신의 삶을 강조하는 신학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말씀과 기도의 능력을 가진 목회자는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2024학년도 장신대 목회학 석사(M.Div) 모집 전형은 오랫동안 시행해 온 '공인영어점수 제출'이라는 평가 기준을 완화했다. 그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 등이 경쟁률 추락을 견인하는 여러 상황에서 높은 제한장벽을 세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들이 장신대 내부에서 수렴됐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높은 영어점수보다 진정으로 교회와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인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소명과 목회 역량을 확인하는 심층면접 평가를 확대했다"고 했다.
장신대 목회학 석사과정 신입생들은 한 학기를 생활관에 입사해 경건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생활관에서 공동생활, 기도, 말씀 묵상, 침묵, 노동 등 여러 영성함양(Spiritual formation) 훈련을 받게 된다. 또 한 학기에 한 번, 학생 20여 명이 한 조를 이뤄 경기도 포천시 소재 장신대 경건훈련원에서 2박 3일 동안 합숙한다. 이 때 학생들은 교수들과 함께 집중경건 훈련을 받게 된다.
합숙 기간 동안 목회 후보생들은 대부분 침묵으로 머문다. 하나님 앞에서,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경건을 기르기 위해서다. 또 매일의 경건 훈련에 대해 교수와 학생 간 개인 면담 시간도 마련된다. 이러한 과정을 수료해야 2학년에 진급할 수 있다.
김 총장은 "재학기간 목회 후보생들이 복음에 대한 확신, 자신의 인생을 바칠 열정과 헌신, 그리고 복음으로 교회와 한 영혼을 주님 앞에 세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준비하는데 신학교육의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또한 "골리앗 앞에 서있는 다윗처럼 신학생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학교에 올만큼 소정의 훈련을 마쳤다"며 "하지만 영적 전쟁을 수행할 '물맷돌'을 준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신학생 스스로가 이를 성찰하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장신대는 확신·헌신·역량 강화 등을 강조하는 '물맷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 학기와 방학 동안 현장 목회자들 중심으로 편성된 멘토 교수 그룹 '사역멘토링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4기로 진행됐으며 학생 150여 명이 수료했다. 학적부에도 이수 여부를 기재한다.
실질적인 현장연계 교육 강화를 위해 진행되는 이 과정은 1기당 학생 40여 명에 교내·외 멘토 교수 10인이 참여한다. 김운용 총장은 모든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며 학생과 교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김 총장은 '신학교육의 재개념화'에 강조점을 두면서 소통과 교육방법 개선에 대해 교수들과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과 복잡성, 모호함이 지배하는 이 시대(VUCA), 소위 MZ로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목회자 후보생들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신학교육 개발, AI 시대 신학 교육방법 혁신 등이 김 총장의 관심 영역이다.
김 총장은 "새로운 세대는 단순 정보 전달보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의사소통 방식을 선호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며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는 새로운 세대 특성상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의 깃발을 들고 나아가는 신학도로 준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2월 8일부터 대략 보름 동안 미국 켄터키주 애즈베리대학교에서 일어난 영적 부흥의 소식이 전 세계로 알려졌다. 학교 채플과 잔디밭엔 학생들과 각처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자발적으로 진행된 이 집회에선 기도와 찬양, 말씀을 통한 회개와 회복, 마약·포르노 중독 치유 등 간증이 넘쳐나기도 했다. 미국 애즈베리 부흥 소식을 접한 장신대 교수들도 학내에서 이러한 영적 부흥운동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지난해 봄학기를 시작했다.
장신대는 1901년 평양 신학교로부터 이어온 사경회 전통을 갖고 있다. 매 학기를 시작하면서 먼저 말씀과 기도로 무장하기 위해 2박 3일 동안 모든 수업을 내려놓는다. 과정별로 진행되는 사경회에서 학생들은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해 3월, 사경회 가운데 찬양과 기도의 부흥이 일어났다. 사경회 이후 새벽기도회에서 학생들이 뜨겁게 기도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채플 이후 교내 미스바 광장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도하는 운동이 일어나 지난해 두 학기 동안 지속했다. 학기 중엔 60여 명, 방학 중엔 20여 명의 학생들이 매일 기도회마다 함께 찬송하고 성경을 읽으며 합심으로 기도하기도 했다.
이 기도 모임은 매주 목요일마다 학생회(신대원 학우회·총학생회)가 연대하는 기도회로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김운용 총장은 학내 특별한 행사가 없을 경우 항상 기도모임에 함께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복음동아리가 주관한 기도회는 학생 150여 명과 김운용 총장, 교수들이 참석했고, 김운성 영락교회 담임목사가 설교했다. 이날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기도회는 밤 10시 10분이 넘어서 끝날 정도로 그 열기는 뜨거웠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방학과 현재 겨울 방학 내내 생활관 거주 학생들은 이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 총장은 "우리 학생들이 시대적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은 기도와 말씀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모이는 인원이나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와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는 학생들 마음이 담긴 기도운동이어서 더욱 귀하다"고 했다. 그는 향후 교회 청년회와 연대해 기도운동을 지속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현재 장신대를 비롯한 여러 신학대를 둘러싼 어려움과 도전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취업률·재학생 충원률 등 여러 평가지표를 통해 일부 신학대를 '일반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발표한 바 있다. 종교계 지도자를 양성하는 신학대 및 소규모 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종합대학 중심의 평가지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교원 충원율에 따른 인건비 상승, 대학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악화(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급 받으려면 등록금 인상율을 0%로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한국교회 신뢰도 추락 등 여러 문제들로 학생 모집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학대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신학대가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기관인 만큼 교단·지역교회의 관심과 기도, 그리고 후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신학교는 교회의 일꾼을 양성하는 곳이다. 한국교회가 일꾼을 키우는데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오늘의 신학생 한 명이 10년 후 교회 하나라는 생각으로, 신학교를 위한 기도와 지원에 마음을 모아 달라. 그럴 때 신학교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가득한 시대를 극복하고, 목회자 양성의 사명을 더욱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신대는 현재 '기도후원동역교회 운동'과 'TIM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장신대가 교회 60여 곳과 기도후원 동역 협정을 맺은 '기도후원동역교회 운동'은 각 교회들이 기도회에서 1주일에 1회 이상 학교 기도제목을, 그리고 학교는 채플과 새벽기도회마다 교회 기도제목을 놓고 합심으로 기도하는 운동이다.
또 'TIM 프로젝트'는 에베소 교회의 차세대 지도자였던 디모데(Timothy)가 에베소 교회·유니게와 로이스로 대표되는 가정·바울로 대표되는 신학교의 합력으로 양성된 일꾼이었음을 착안해 시작됐다. 이 시대 디모데 같은 교회 일꾼을 세우고자 교회가 신학교를 돕는 소액 기부운동으로, 현재 교회 150여 곳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일각에선 저출산, 다음세대 소멸 등 한국교회 미래 위기론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정말 위기의 시대에 요게벳이 모세를 살려냈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양육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늘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믿어, 목숨을 걸고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 순종한 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장신대를 비롯해 한국의 신학대가 하나님 나라의 일꾼을 세우는 사명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와 성도들이 기도해 주시고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그럴 때 우리 시대에도 하나님의 역사는 강력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교회는 외형적 숫자로 지표를 삼기보다, 소수라도 복음으로 가슴이 뜨거워 새 생명을 얻는 다음세대를 길러야 하고, 영원히 변치 않을 본질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총장은 "교회가 박해라는 깊은 어두움 가운데 있을 때 교부 이레니우스는 '살아있고 충만한 한 사람은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했다"며 "이처럼 우리 시대에 살아있고 충만한 한 사람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일꾼들을 신학교가 힘차게 세워가도록 교회의 기도와 관심, 후원을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