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매해 연말이 되면 세계 사전 협회에서 그 시대를 반영하여 하나의 단어로 함축해서 선정한 것을 보면 참 흥미로움을 갖게 합니다. 이 일에 가장 대표적인 세 단체를 뽑는다면 영국의 옥스퍼드, 콜린스, 그리고 딕셔너리 닷컴이 뽑은 '올해의 단어'가 필자의 눈에 인상 깊게 들어옵니다. 

첫 번째, 옥스퍼드 사전 협회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뜻하는 신조어 '리즈(rizz)'를 선정했습니다. 리즈는 사람을 휘어잡는 강한 매력을 뜻하는 카리스마(charisma)에서 파생된 신조어입니다. 

두 번째로 콜린스가 선정한 'AI' (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2023년 AI는 최대 화두이자 가장 많이 사용되는 IT 용어로, AI 용어 사용 빈도는 전년 대비 올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AI가 우리 일상생활에 빠르게 통합되고 보편화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당장 내일 아침에 프리젠테이션 원고가 필요하더라도 문제가 없고, 냉장고 안에 남은 재료로 차려야 하는 저녁밥 조리법도 바로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로, 온라인 사전 사이트인 딕셔너리닷컴에서는 '환각을 느끼다' (hallucinat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AI 가 언어와 삶의 미래에 미치는 심오한 파급 효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무엇인지 검토한 끝에 이같이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I 시대에 이 단어는 '사용자의 의도에 반하는 거짓 정보를 생성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제시하는 행위'라는 새롭지만 씁쓸한 의미를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이같이 선정이 된 단어들은 이 시대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비추는 듯하여 큰 우려를 낳게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친숙해진 AI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인간 정신 기능 모델링"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의 심오한 본질을 포착하고 우리의 정신과, 두뇌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인간들이 환각 증세로 빠지게 되어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던 다다이즘 (Dadaism) 같은 사조들을 표방하여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본질의 요소들을 더 큰 혼란의 세계로 전락시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마약에 의해 환각을 느끼는 시간은 짧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요소들로 인한 환각 증세는 영속적일 수 있기에 큰 우려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도래는 자연스러운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켜 버리고 결국 인간을 종으로 전락시켜 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혼란한 시대를 살고 있는 올 에도 변함없이 복음의 주체가 되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빌미로 온 세상은 온통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축제의 주체되신 예수그리스도가 이 땅에 태어날 때는 정작 세상에 그 누구도 반기고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깡촌 시골 베들레헴 어느 짐승의 오물이 가득했던 마구간에서 세상에서의 첫울음을 터트리게 되었습니다. 

그 비천해 보이는 모습을 뒤로한 채 그리스도의 탄생을 세상에서 최상의 존경과 축하의 언어를 구사하여 찬송하는 부류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동방 박사들(마 2:11), 양치던 목자들(눅2:20) 그리고 천사들(눅2:13)이었습니다. 이들의 찬송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눅2:14)가 중심이 된 경배였습니다.

이 말씀을 중심으로 성탄 캐럴 "만백성 기뻐하여라 (Ye Merry Gentlemen)"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캐럴은 영국의 전통 캐럴로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캐럴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150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영국 캐럴은 

수년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캐럴을 부르며 오늘날 우리에게 15세기에 사람들이 기억하라고 권고했던 내용을 상기시켜 줍니다. 

15세기 교회 음악은 일반적으로 라틴어로 불렸으며 대체로 어둡고 침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교회 참석자는 그 시대의 교회음악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거리에서 더욱 흥겨운 노래를 부름으로써 이러한 분위기에 대응했습니다. 

이 캐럴의 첫 번째 인쇄본은 1760년에 등장했는데, 당시 이 노래는 "위로와 기쁨의 소식"이라고 불렸습니다. 이 멜로디는 1829년에 처음 인쇄되었지만 그보다 오래전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멜로디와 가사는 1833년 William Sandys, (1792-1874)가 편찬한 "Christmas Carols Ancient and Modern"이라는 제목의 컬렉션으로 처음 함께 출판되었습니다. 이 컬렉션에는 "The First Noel"과 "I Saw Three Ships"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아직 종식되지 않은 큰 전쟁들 (우크레인- 러시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하마스), 이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들, 기후변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상의 여러 나라들, 가까이 우리 주위에서 점점 더 흔하게 보게 되는 마약에 찌들어 좀비로 변해가는 사람들,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이 더 크게 심화하는 경제구조. 이 같은 요소들이 크리스마스가 주는 소망과 기쁨의 의미에 반해 오히려 큰 실망감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환경들로 만들어 우리를 당혹하게 합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필자에게 가장 깊이 다가온 어느 로마 개선장군의 관에 쓰인 문구가 있습니다. "Momento moriendom esse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모든 사람에게 결국 끝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세 로마 시대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온 개선장군에게 최고의 영광 세레머니를 합니다.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행진하며 살아있는 신으로 격상된 그를 온 시민들이 열광합니다. 이때 이 마차에는 인간 중에 가장 비참한 노예 한 명이 함께 탑승합니다. 그 노예의 역할은 그 영광의 개선장군 발아래 바짝 엎드려 "Mo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를 연신 외쳐대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종교 철학자 정재현 교수는 "죽음은 미래이면서 미래이기 이전에 이미 과거였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행형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의 나를 깊이 되새겨야 합니다. 모든 것이 순탄한 것 같아 우쭐댈 필요도, 또 모든 환경이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아 심한 좌절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영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결국 끝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면.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사탄의 권세에서 우리 모두를 구원하기 위해 비천한 가운데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이 탄생하신 정확한 날짜나 시간을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동방의 박사들처럼, 당시 양을 치던 목자들처럼, 그리고 천사들처럼 최상의 경배로 오늘의 캐럴" 만백성 기뻐하여라 하늘의 영광이, 땅 위에 평화 내려주시네"를 연신 외쳐야 합니다. 비록 세상은 모두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