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로잔의 총체적 선교 운동과 차별금지법에 침묵함에 대한 한국교회의 복음적 대응 학술 세미나'가 11월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바아 선교회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국제 로잔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고,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는 1부 환영사 및 격려사, 2부 세미나 Ⅰ, 3부 세미나 Ⅱ 순으로 진행됐다. 3부 세미나에서는 김승호 교수(한국성서대),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배춘섭 교수(총신대) 등 선교신학자들과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에 앞장서 온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동성애 합법화 35개국, 80%가 서구
그들이 로잔 지배... 우리 말 들을까
2024 서울 로잔, 공식 문서에 반영을
김승호 교수는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로잔운동의 신학적 입장에 대한 고찰: 4차 대회 선언문 작성을 위한 한국교회 역할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김승호 교수는 "후기 기독교 사회로 넘어간 2023년, 현재 동성애를 합법화한 곳이 35개국이나 된다. 이들 중 80%가 서구이고, 이들이 로잔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 말을 들을까"라며 "그러나 저는 감히 도전한다. 오늘 세미나를 기점으로 로잔 대회가 10개월이 남았다. 먼저 한국 로잔위원회에 이 부분을 놓고 계속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4 서울 로잔 대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로잔에 희망을 걸 수 없다. WCC와 다름없는 집단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라며 "'절충과 타협'이라는 단어는 로잔의 기가 막힌 전략이다. 그러므로 오늘 세미나로 끝내선 안 된다. 만나서 대화를 하든 토론을 하든, 한국 로잔위원회를 향해 계속 우리의 관점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호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
그는 "서울 로잔 대회를 준비하면서 매달 선교적 대화가 열리고 있는데,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주제가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놀랍지 않은가"라며 "로잔 운동과 동성애에 대한 논문도 국내 학자 2건뿐이다. 그만큼 로잔 학자들이 관심이 없다. 자유를 구속하는 악법인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복음주의 선교운동인 로잔도 한국 땅에서 열린다면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잔 운동, WCC와 유사하게 변해
총체적 선교, 통전적 선교 차이는?
선교 개념 명확해야, WCC와 차별
안승오 교수는 '제4차 로잔대회를 향한 제언'에서 "로잔이 WCC를 대항하면서 태동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교의 과제와 대상을 넓히고, 사도적 헌신과 봉사적 헌신을 동일한 선교로 보며, 복음전도의 긴급성과 전도에의 헌신이 약화하는 등 WCC와 유사한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물론 로잔은 WCC에 비해 복음화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로잔이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의 위험성을 분명히 자각하고 WCC와 차별화된 정체성과 선교신학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WCC와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소윤정 교수(아신대)가 대독한 발제에서 안 교수는 "로잔이 추구하는 선교 개념은 한마디로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다.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 인간 구원과 피조물 구원 등을 모두 완전하게 갖춘 의미"라며 "로잔은 처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지녔으나, 점차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동등하게 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총체적 선교와 전통적 선교의 결정적 차이는 핵심 목표의 존재 유무다. 전통적 선교 개념에서는 복음화와 영생 등이 핵심이지만, 총체적 선교에서는 핵심 없이 모든 사역들이 동등한 의미를 지닌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로잔이 추구하는 총체적 선교와 WCC가 추구하는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두 선교 개념은 용어만 다를 뿐, 거의 대동소이해 보이기 때문"이라며 "로잔은 선교 개념을 명확히 해야 WCC와 차별성을 지닌 분명한 복음주의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로잔은 선교의 목표와 방법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로잔은 '복된 소식과 선한 행위는 분리할 수 없음을 단언한다'는 말 속에서 선교의 목표와 방법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복음 전도와 선한 행위는 당연히 분리할 수 없다. 하지만 선한 행위가 선교의 목적은 아니다. 선한 행위는 선교의 방법과 자세에 해당할 뿐, 선교의 목적은 구령이요 하나님의 영광이 되어야 한다. 선교의 목표를 총체적으로 잡고 윤리적 과제를 선교 목표에 포함시키는 것은 선교의 본질을 흐릴 수 있고, 자칫 WCC처럼 사회운동을 목표로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3부 발표자들. 왼쪽부터 조영길 변호사, 소윤정 교수, 김승호 교수, 배춘섭 교수. ⓒ유튜브 |
우선주의 벗어나 총체주의로 전환
선교적 이해 달리해, 재고 요구돼
복음과 구원사역, 전 영역 최우선
배춘섭 교수는 '로잔운동의 우선주의와 총체주의 간 선교신학적 논의'에서 "로잔 대회 선교신학은 복음의 우선성(priority of Gospel)을 기반하는 우선주의(Prioritism)에서 벗어나, 에큐메니칼 영향으로 복음전도(Evangelism)보다 사회적 관심(Socical Concern)에 역점을 둔 총체주의(Holism)로 전환됐다"며 "이러한 복음전도와 사회적 관심의 통합(integration)은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선교에 있어 봉사(service)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우선주의는 대사명(마 28:18-20)을 근거로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주장하고, 총체주의는 평안의 파송으로서 화해(reconciliation, 요 20:21)를 강조한다"며 "기본적으로, 양자의 신학적 갈등은 복음에 관한 인식론적 차이에서 발생하고, 그로 인해 우선주의와 총체주의는 세상과 구원에 관한 선교적 이해를 달리한다. 이는 우선주의와 총체주의의 재고(rethinking)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선교는 단순히 이 땅에서의 복지와 평화, 인간화 등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죄로 말미암아 죽은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시작해 그의 구원 작정과 직결된 신성한 하나님의 영역"이라며 "이런 점에서 교회는 반드시 복음을 전해야 한다. 하나님의 구원사역에 있어 복음은 모든 영역의 최우선이고, 궁극이며 신성한 본질적 사역이다.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2024년 한국 로잔 대회는 복음전도의 우선성과 긴박성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가볍게 다루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로잔, 대회 치를수록 복음전도 외면
동성애자 성경적 돌봄·전도만 거론
성혁명 막아온 한국교회 경험 참고
끝으로 조영길 변호사는 '국제로잔의 총체적 선교 개념과 차별금지법에 관한 침묵에 대한 한국교회의 복음적 대응'에 대해 발표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사회적 책임이 선교개념에 포함된다는 로잔 언약 진술 때문에 국제 로잔의 선교 개념이 흐려질 수 있는 틈을 제공했고, 대회를 거듭할수록 사회적 책임은 비중이 높아져 3차 대회에서 문건에서 복음전도가 철저히 외면받는 극심한 불균형이 나타났다"며 "한국교회는 이에 국제 로잔의 총체적 선교 개념 속에 성경적 선교 본질을 해할 수 있는 위험이 내재해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지속해 왔다"고 소개했다.
조 변호사는 "국제 로잔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성경적 돌봄과 전도만 말할 뿐, 차별금지법과 성혁명이 복음주의 교회에 가하는 가혹한 폐해들에 대해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며 "한국교회는 국제 로잔에게 자신의 복음적 저항과 반대의 역사를 설명하고, 국제 로잔이 한국교회와 같이 동성애·차별금지법을 적극 반대하는 데 동참할 것을 적극 요구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50년간 복음주의를 확고히 견지해온 한국교회가 지난 17년간 어떻게 성공적으로 성혁명과 차별금지법을 막아왔는지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다른 나라들에서도 한국교회의 차별금지법 저지 승리 경험을 참고해 성혁명과 차별금지법을 막는 운동이 일어나도록 돕고, 이 일에 국제 로잔이 협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