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한국에서 한 의사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한 동안 한국 사회를 크게 동요시켰던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동맥 박리수술 명의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주석중 교수(1962-2023)의 죽음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내 모든 국민을 울릴 만큼 안타깝고 비통한 소식이었습니다.
그동안 주 교수의 대동맥 박리수술 성공률은 97.8%를 기록할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이에 동료 의료진들은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고 높게 평가해 왔다고 합니다. 국제 급성 대동맥박리 학회(International Registry of Acute Aortic Dissection)가 발표한 대동맥 수술 평균 성공률이 80~85%인 것을 고려할 때 주 교수의 수술은 세계적 수준보다 훨씬 압도적인 성공률로서 그야말로 그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분이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필자는 주 교수께서 그런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되었던 것이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가 평소에 간직하고 있던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한 신념, 그리고 그것을 고백하는 한 문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동료 가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다, 평소 자신의 만년필로 직접 쓴 몇 개의 기도문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그중 한 문장은 자신의 코너 벽에 있는 작은 게시판에 영문으로 쓴 기도문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but what can I do in the actual healing process? Absolutely nothing. It is all in God's hands." (하지만 실제 치료 과정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은 오직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비록 자신이 정성을 다해 환자를 수술하고 돌보지만 나의 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만 모든 회복이 가능합니다.라는 신념을 갖고 "나는 아니고 하나님이십니다"라는 이 무지의 고백을 드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필자는 놀랄 뿐이며. 우리의 찬송가 "그 큰일을 행하신 주께 영광((To God be the Glory)을 찬양하게 합니다.
이 곡은 19세기 미국의 3차 부흥 운동 시기에 가장 많은 찬송을 썼던 페니 크로스비( Fanny Crosby 1820-1915) 여사의 찬송 중 가장 대표되는 영광 찬송가입니다. 1872년 페니 여사가 곡을 썼고 윌리엄 하워드 도안(William Howard Doane, 1832- 1915)이 작곡하여 1875년에 "Brightest and Best"에서 처음 출판되었습니다. 그 사이 1873-1874 년에 영국에서 전개된 무디 전도집회에 아이라 생키 (Ira D. Sankey, 1840-1908)가 이 곡을 소개하여 영국에서 많이 찬양되었고 정작 북미 지역에서는 불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1954년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열린 빌리 그래함 전도집회에서 클립 바로우스(Cliff Barrows, 1923-2016)가 처음 사용하면서 이 곡이 미국 내 각 교단들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크로스비는 여사는 성경 갈1:4-5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악한 세대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위하여 자기 몸을 드리셨으니 영광이 저에게 세세토록 있을찌어다 아멘 를 본문으로 삼아 전체적으로 세 개의 절을 만들어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영광을 드리는 고백으로 그분께서 행하신 큰 일에 대한 모든 공로를 하나님께 돌리는 가사로 만든 영광의 찬양입니다.
일 절에서 '구원의 생명문을 열어 모든 사람이 구원받을 기회를 얻게 되는 분은 오직 예수님이십니다'라는 고백을 합니다. 이것은 인간이 영생을 얻기 전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과는 대조적으로 분명한 은혜의 메시지입니다. 이어 두 번째 절에서 자신의 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 한 범죄자와 같이 그 누구도 동일한 은혜로 구원을 이루게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이어 세 번째 절에서 이 은혜를 계속해서 강조하며, 위대한 일을 행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며 찬양과 경배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선포합니다.
크로스비 여사는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에서 인간의 노력에 대한 역할이 아니라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의 중요성을 분명히 이해한 위대한 하나님 사람 이었습니다. 주석중 교수 또한 그의 기도문을 보면 자신의 노력은 하나님의 손에 이끌리어 움직였을 뿐 모든 결과는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는 하나님의 절대주권 그리고 은혜를 아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뛰어난 성자요, 영성 철학자들인 디오니시우스(Dionysius Exiguus, 470-544)나 ,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 354-450) 그리고 쿠사의 니콜라우스(Nicolaus of Cusa, 1401-1464) 등은 "마침내 무지를 배우려면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필자는 페니 크로스비 여사나 주석중교수가 동일하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음입니다"라는 그 고백 속에 내포되어 있는 무지함의 고백은 그들 분야에서 많은 전문 지식의 깊이를 더해가며 결국에서 알게 된 그들의 진실한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값싼 은혜로 비추어질 수 있는 하나님의 은혜. 하지만 그것이 절대 값싸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가지고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더 열심히 갈고닦기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는 "나는 하나님 앞에서 무지합니다."라는 진정한 고백을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은혜에 대한 입술의 고백으로. "그 큰일을 행하신 하나님께 큰 영광 돌립니다"라는 진실한 고백을 찬양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