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늘 부모님을 따라 어른들의 저녁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물론 혼자 집에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어른들의 집회에 가기를 즐겨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나이에 목사님의 설교를 잘 알아들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부흥회에 열심히 참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어른들이 모여 이야기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옆에 앉아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에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라디오도 없었으니까 제가 더욱 어른들의 이야기를 즐겨 들은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징용을 나가서 고생한 이야기, 그 분들의 정말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 6. 25 전쟁 때 이야기 등을 비롯하여 농사짓는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어른들의 모든 이야기들은 어린 저에게 너무나 흥미진진한 드라마였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어른들의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즐겁게 여겼는가 봅니다.

그러나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어른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혼자서 집에 있게 됩니다. 혼자서 집에 있을 나이도 되고 저도 혼자 놀만큼 켰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저를 혼자 집에 두어도 안심이 되셨는가봅니다. 부모님들이 교회에 가시면 저는 책을 읽으며 부모님들 오시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대개 일반 저녁예배는 한 시간 정도 걸리고 집에서 교회를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기 때문에 저는 두 시간 정도 혼자 집에 있으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교회에서 부흥집회가 열렸습니다. 그 날도 부모님들은 일찍 저녁을 드시고 교회를 가셨고 저는 혼자 집에서 책을 읽으며 부모님들께서 속히 돌아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었는가 봅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제가 무서운 꿈에 깨었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무서움이 물려왔습니다.

무서움에 사로잡히면 청각이 가장 예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저에게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뒤 곁에 있는 대나무 숲에서 귀신이 우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습니다. 온 머리카락이 곤두섰습니다. 대나무 숲에서 나는 귀신 우는 소리가 조용해지는가 싶으면 저 헛간에서 또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도둑놈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전에도 우리 온 식구가 부흥회에 다녀오니 헛간의 마늘을 다 훔쳐갔었는데 그 도둑놈이 또 우리 식구가 다 교회 부흥회에 간 것을 알고 마늘을 훔치러 왔구나 큰 일 났구나. 내가 방에 있는 것을 알면 그냥 두지 않을 텐데 온갖 두려움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귀신 우는 소리와 도둑놈 마늘 훔쳐 가는 소리를 번갈아 들으며 온 몸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부모님들께서 빨리 오셔야 할텐데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가? 자다가 일어났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습니다. 한이 없이 깊은 어두움 속에서 참 답답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인데 처음에는 들리다 안 들리다 하드니 점점 그 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이 산을 넘어오며 말씀하시는 소리였습니다. 잠시 후에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부모님들의 발자국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습니다. 그러자 그 분명했던 귀신 우는 소리도 도둑놈 마늘 훔쳐 가는 소리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신기한 노릇입니다. 부모님의 발자국 소리에 다 놀라서 도망간 모양입니다.

저는 지난주간 특별새벽기회를 하면서 하나님의 발자국 소리를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모든 소리를 쫓아버리는 하나님의 발자국 소리 말입니다. 여러분도 그 소리를 들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