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위기'라는 시선은 어쩌면 선입견일 수도 있었다. 문화 격변의 한가운데 있는 MZ세대는 복음이라는 전통적 키워드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편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들과 함께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나라의 회복을 꿈꾸는 김장생 목사(CCC 해외선교팀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랬다.
김 목사가 꼽은, MZ세대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는 '진정성'이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를 하고, 꾸준하게 진정성을 보여 주는 일이나 사람에게 팬덤을 형성한다. 복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 준다면 자신의 삶을 선교에 헌신할 가장 적합한 세대가 바로 이들이라고 했다.
지난해 학원복음화협의회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기독 대학생의 14.8%가 해외 선교에 의향을 내비쳤다. 약 66,902명에 달하는 숫자다. 복음에 등을 돌린 줄 알았지만 여전히 이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존재는 한국교회에 희망을 던졌다. 얼마 전 "청년에게 비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비전이 없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던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선교적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주도성이 강하고 원하는 일에 2, 300% 에너지를 발산하는 청년세대야말로 격변하는 사회 문화를 이해하고 전략을 세워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CCC 부암동 본부에서 만난 김 목사는 수련회 여파로 인한 피곤함보다 4년 만에 8천여 명의 청년들과 다시 '백문일답'을 외친 기쁨이 더 커보였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MZ세대 핵심 키워드는 '진정성'
-얼마 전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이하 엔코위)에서 "청년에게 비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비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청년들이 선교의 비전이 없느냐, 그렇지 않다. 여러 통계와 현장에서의 느낌을 보면, 청년들은 선교에 반응한다. 그런데 교회가 선교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선교적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학복협 리포트가 이를 방증한다. 선교에 목숨 건 교회가 별로 없다. 오스왈드 스미스(Oswald J. Smith)가 말했지만, 교회는 부르심 자체가 선교인데, 그저 목회의 한 파트 정도로 이해한다.
한국교회 전체를 놓고 봐도 그렇다. 80년대 10만 명의 선교사를 도전했던 세계복음화대성회나 90년대 KWMA가 제시한 '타겟(Target) 2030'등 명확한 선교적 방향성이 있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한국교회가 이렇다 할 선교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 안에 헌신하고자 하는 뜨거움은 있는데, 그들에게 목표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독 청년 중 선교단체 활동을 하는 대학생은 3% 정도에 불과하다. 97%가 몸담고 있는 지역교회에서 던지는 메시지와 비전이 그만큼 중요하다. 몇몇 교회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나아갈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기성세대들은 MZ세대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있다. 이 시대 청년들은 무엇을 원하나.
"저희 팀의 간사들도 대학생들도 MZ세대다. '이렇게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계속 부딪히면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평생 이해 못할 수 있다. 여러 키워드가 있지만, MZ세대의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 아닐까. 우리 부모님 세대는 '경제발전·근면·성실', 우리 세대에는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면, '가치소비·미닝아웃·돈쭐' 같은 지금 청년들의 화두들 속에 들어가 보면 '진정성'이라는 시대정신이 보인다.
어찌 보면 청년들은 진짜를 찾고 있다. 만약 본질적인 내면과 보이는 행동이 똑같은 '진짜'를 찾았다면 제대로 헌신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진짜를 소유하고 소비하고 공유할 때, 본인의 삶도 진짜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 준다면, 어떤 면에서 이 세대들은 선교하기에 가장 적합한 세대다. 같이 일을 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세대다."
▲올 여름 천안 CCC 학생들과 함께한 김장생 목사. 청년들은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로 5주간 캠퍼스 개척을 위해 5번의 준비 모임과 1주일의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김장생 목사 제공 |
-복음이 통하는 세대인가.
"복음이 통한다. 제가 대학 갈 때 유명했던 책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었다. 그때부터 상당 기간 동안 '정보'의 시대가 되었다. 누가 어떤 정보를 가졌느냐가 권력이 되고 돈이 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2000년대 스마트폰 보급은 정보의 평준화를 가져 왔다. 대학 교수님이나 알던 고급 정보가 쉽게 검색되는 시대다. 이제는 복음 전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 전달'의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메시지와 더불어 메신저의 삶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복음 전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면, 이 세대는 복음을 더욱 열렬히 환영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위험한 기회'였다
-코로나19라는 최대 변수로 다음 세대 사역은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였나 기회였나.
"'위험한 기회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숫자적으로는 굉장한 위기였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한 기회였다.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사역이 아닐까 싶다. 특별히 선교 분야에서 우리는 그간 오프라인 말고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줌(ZOOM)이라는 건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일상이 됐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일주일에 대여섯 번은 여전히 줌으로 미팅을 한다.
둘째는 한국교회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교는 무엇인가, 예배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어느 때보다 많이 했다. 신앙생활의 새로운 패턴을 찾아가는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셋째는 이 기간 기도를 정말 많이 했다. 기도밖에 할 것이 없었으니(웃음). 대륙별·나라별 기도운동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도 전 세계가 함께 기도회를 진행했다.
넷째는 그간 대형집회가 중요했다면, 이후에는 소그룹의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소그룹 펠로우십은 잃어버린 영혼들을 회복시키는 데 굉장한 기회였다. 코로나 중에도 소그룹으로 심방을 열심히 했던 대구CCC처럼, 몇몇 지구는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제자들의 수가 늘었다."
-온라인 교제와 콘텐츠, 소그룹 활성화가 오히려 젊은 세대를 담아내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인가.
"지금의 청년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세대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인터넷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 이들에겐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 즉 '문화'다. 특별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비대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SNS, 온라인 강의, 온라인 모임, 예배까지 온라인으로 구현되면서, 보다 더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사역하게 된 것 같다. 목회데이터 연구소 통계를 보니, 소그룹 모임은 20대의 참여율이 가장 높은 형태였다. 아마도 큰 규모의 모임에서는 진정성 있는 교제를 할 수 없지만, 소그룹에서는 진솔한 나눔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가 익숙한 온라인과 진정성 있는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소그룹 모임 형식은 이 시대에 적합한 방법이다."
▲김장생 목사는 "기독교와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는 친구들은 복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
복음의 본질 이해하면, 못 떠나
-CCC 여름수련회를 4년 만에 비대면으로 개최한 소감이 어떠한가.
"도전이 많았다. 첫날 비가 엄청나게 왔다. 역대급 폭우였다. 무대 지붕이 다 날아가고 주 조종실이 무너졌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는 별을 보면서 했다. 셋째 날은 너무 날씨가 좋았다. 넷째 날 비는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숫자적으로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다 회복됐다. 전체 8,10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더라. 선배로서, 간사로서 너무나도 감동이었다. '백문일답' 시간에 '예수 그리스도'를 함께 외치며 이 청년들이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셋째 날 무대에서 제가 인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렇게 선포했다. '한국교회여, 안심하라! 아프리카여, 안심하라! 남미여, 동남아시아여, 안심하라!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이를 따라하며 선교에 헌신하는 학생들을 보며 '소망이 여기 있구나. 간사 하기 참 잘했다'고 느꼈다. 아직은 러프(Rough)한 보이는 면이 있는 청년들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낼 미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코로나 기간 등을 돌린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40대 젊은 계층에서의 이탈 비율이 기성세대보다 조금 더 높은 편이다. 탈종교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모든 세대, 특히 청년세대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이다. 통계를 보면 10년 전 17.2%였던 개신교 대학생 그리스도인 비율이 14.5%로 낮아졌다. 이는 불교, 천주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아직 소망이 있다.
청년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종교 자체라기보다는 기존의 제도적 종교가 아닐까?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는 '공정하지 못하고, 도덕적 우위도 없고, 획일화된 프로그램에 재미도 별로 없는 공동체'에 계속 몸담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본질을 유지하고 이 세대와 소통하려는 교회나 단체는 그들이 알아볼 것이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복음을 놓지 않고 있던 것인가.
"진정성을 찾는 세대들이다. 그들은 진짜를 요구하고 있다. 복음이신 예수님을 만나고 기독교와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는 친구들은 복음을 놓을 수가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