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 성공회 시카고 교구의 주교 후보자 가운데 레즈비언 신부가 포함돼 있어, 이번 선거로 미 성공회에 두 번째 동성애자 주교가 나오는 것인지 세계 성공회의 우려 섞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가 1일 보도했다.

시카고 교구의 새로운 주교가 되기 위해 경쟁 중인 5명의 후보들 가운데는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트레이시 린드(Tracey Lind) 신부도 포함돼 있으며, 그녀는 선거에 앞서 지난주 나머지 후보들과 함께 한 주간에 걸친 교구 시찰을 마쳤다.

린드 신부는 최근 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일어났던 일들(세계 성공회와의 갈등)에 비춰볼 때 여러분 가운데서는 왜 제가 주교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지 궁금해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클리블랜드 시 트리니티대성당(Trinity Cathedral)의 주임 사제이기도 한 그녀는 “저는 우리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의식의 진전을 믿었고, 여러분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모두가 함께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바를 보게 되길 기도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P는 시카고 교구의 교구민들은 차기 주교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듯하며, 오히려 감독력과 재정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린드 신부가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그녀는 미 성공회의 두 번째 동성애자 주교가 된다. 미 성공회의 첫 번째 동성애자 주교는 뉴햄프셔 교구의 진 로빈슨(Gene Robinson) 주교다. 게이인 그는 2003년에 주교로 당선됐으며, 미 성공회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세계 성공회를 분열 가운데 몰아넣었다.

지난달 보수적인 세계 성공회 지도자들은 미 성공회에 동성애자 주교 임명 및 동성 결합 축복에 대해 회개하고 이같은 결정들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캐서린 제퍼츠 셔리(Katharine Jefferts Schori) 수좌주교를 비롯한 미 성공회 주교들은 동성애자 주교 임명과 동성 결합 축복을 삼가겠지만,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세계 성공회를 상대로 발표한 공식 성명서에서 동성애자들의 권리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시카고 교구의 차기 주교 선거는 오는 9일에서 10일까지 열리는 제170회 정기총회 때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시카고 교구 주교 선거에는 2명의 남성 신부와 린드 신부를 포함한 3명의 여성 신부가 후보로 올라와 있다. 현 주교인 윌리엄 퍼셀(William Persell) 주교는 후임이 선출된 이후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