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계의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는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엔코위)가 13일부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 열리고 있는 가운데, '약함의 선교', '급진적인 리더십 이양' 등이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희생적 삶과 영적 능력에 기초한 '약함의 선교'
비서구교회가 '주도'하고 서구+한국은 '참여'를
둘째 날인 14일 오전 '세계기독교와 한국교회 선교'를 주제로 발제한 임태순 선교사(GLFocus/GMP)는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tiy)'에 대해 "서구의 기독교가 근대 선교운동을 통해 온 세상에 확산된 상태로 이해돼 온 관점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라고 했다. 서구 기독교가 전 세계로 퍼진 것이라기보다, 각 문화에 심긴 복음은 그 문화의 고유한 기독교 정체성들로 새롭게 형성되고, 그것들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전혀 새로운 모습의 기독교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임 선교사는 "세계 기독교 상황에서의 선교운동은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비서구 다수 세계교회들과 함께하는 선교운동이어야 한다"고 했다. 2021년 IBMR 따르면, 선교사 파송국가 2~6위는 브라질, 한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중국 순으로 비서구 국가들이다. 서구적 선교모델을 경험하고 이후 피선교지 교회로 선교운동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한국교회는 이에 대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와 관련, 그는 앞으로 선교의 방향성으로 초기 기독교 선교 패러다임인 '약함을 선교'를 제안했다. 그는 앤드류 월스(Andrew Walls)의 말을 빌려 정치적·경제적·문명적 약자인 비서구교회들은 서구의 정치적 힘과 문명을 앞세운 선교 패턴과 다른 길을 가야 하며, 이는 핍박 속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야 했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걸었던 선교 여정과 유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비서구교회들은 많은 재정과 문명적 우위에 기초해 운영되는 서구의 선교 구조를 감당하기 어렵기에 '약함의 선교', 즉 희생적 삶과 섬김, 그리고 영적 능력 등에 기초한 초기 기독교의 선교 영성을 담아내는 선교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전도지역 선교에 대한 재발견'을 요청했다. 그는 21세기 세계 기독교 시대가 여러 면에서 '선교 모라토리엄(일시정지)'을 요구받은 1970년대 상황과 유사해 보이지만, 2021년 현재 전 세계는 아직도 28.2%의 인구가 복음이 차단된 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영적 부담은 여전히 소중하고 회복해야 할 영역이라고 했다.
▲한국 선교계의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는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엔코위)가 13일부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 열리고 있다. ⓒ평창=송경호 기자 |
나아가 "문화적·지역적으로 미전도지역에 더 근접한 교회가 주도하고, 서구(한국) 선교세력은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비서구교회가 영혼 구원, 교회 개척, 영적 은사 등 보다 보수적이고 선교의 영적 차원을 강조하는 반면, 서구교회는 피조세계 전반의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 '자신학화', '교회의 선교적 본질 회복' 등 서구교회의 침체를 해결하는 내부적 개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월주의·선민의식으로 선교지 바라보는 잘못
의사결정·성경해석·재정에서 급진적 이양 필요
'세계 기독교 상황에서 한국선교의 변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한 한종석 선교사(GMF)는 '선교지에 대한 편견'을 꼬집으며 의사 결정, 성경 해석, 재정에 있어 현지인 사역자에 대한 리더십 이양을 강조했다.
한 선교사는 "우리는 무의식 중에 '우리가 선교지의 사람보다 영적·지적으로 우월하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한국교회가 가진 상대적 물질의 풍요함 때문이며, 근본적으론 '열등한 그들을 돌봐 줘야 한다'는 우월주의와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택하셨다'는 선민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 날 다음 세대 선교 동원, 디아스포라, 전방개척선교, 자신학화 등 10개의 주제별로 트랙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평창=송경호 기자 |
그는 "이러한 '신식민시대'의 특징은 다국적 기업의 지배력이다. 편리함, 저비용, 효율을 무기로 전 세계를 지배하며 지역의 자립, 공동체, 정체성들을 희생하고 있다"며 "만약에 다국적 선교단체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저비용 고효율로 선교지 교회가 대신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다국적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다른 식민주의의 모습은 구원자 콤플렉스"라며 "영적으로 지적으로 무지한 사람들에게 가서 그들을 구원하겠다는 내적인 갈망이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그들은 구원을 받을 수 없다거나 현지교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면, 이것은 건강한 선교사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변화된 선교 환경에서 지속적이고 긍정적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의사 결정', '성경 해석', '재정' 세 가지 영역에서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피선교지) 자신들의 상황과 문화에 맞는 복음의 이해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신뢰해야 한다. '모든 문제'에 현지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 줘야 한다"며 "현지의 당장의 필요성을 채우기 위해 조달하기보다, 비록 우리 눈에 형편없어 보이지만 그들이 가진 것을 발견하고 격려하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토록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할 때 선교지의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자리에서 권위를 가지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며(자치), 외부에 재정적으로 의존하지 않고(자급),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얻은 경험과 성찰을 통해서 성경을 해석하며 적용할 때(자신학화), 비로소 스스로 복음을 힘 있게 증거하는 (자전) 공동체로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