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생각을 가진 교인들이 있기에 분명한 입장을 말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차별금지법 문제는 이를 뛰어넘는 목회자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해 9월부터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중심이 돼 이끌어 온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반대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가, 13일(화)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리는 3천인 목회자대회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희대연)'로 이어진다. '차별금지'라는 이름 뒤에 숨은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서울차반연 공동대표)는 희대연을 앞두고 목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이 목사는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이 기존 온누리교회의 이미지에 비춰 다소 의외라는 물음에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故 하용조 목사님 역시 오랜 암투병으로 여건이 되지 않았을 뿐 방송, 도서, 크리스천 비즈니스, 교육, 국제개발 NGO 등 누구보다 사회참여 의식이 강하셨다"며 "만약 살아계셨다면 누구보다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서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성애를 비롯한 죄의 문제로 고민하는 성도에 대해 "교회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면서도 "소수자를 품고 그들의 연약함과 아픔을 긍휼히 여기고 도와 주는 것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일제시대 자유와 독립이라는 성경적 가치로 3.1운동에 앞장서고 신사참배를 거부했으며 이후에는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던 것과 같이, 차별금지법 반대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마땅히 나서야 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다. 역사적으로 한 번도 메이저리티(다수자)가 돼 본 적이 없다"며 "다수자라는 의식의 착각에서 벗어나 겸손히 창조적 소수가 될 때, 오히려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
'암투병' 하용조 목사, 생전에 사회 문제 깊이 고민
방송·교육·NGO 큰 관심 갖고 종북좌파 비판하기도
-온누리교회는 대사회적 활동이나 연합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연합을 주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하용조 목사님의 건강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오랫동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설교나 교회 사역 외에 사회적인 활동을 하실 수 있는 체력이 없었다. 교회 리더십들과도 원활하게 만나기 어려우실 정도였다.
하지만 하 목사님은 영국에서 사회적 문제를 연구하는 '런던 인스티튜트'의 故 존 스토트 목사님에게서 배우셨기에, 늘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과 고민이 있으셨다. 그렇기에 두란노서원, 빛과소금 등을 만드시고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셨다. 또 '사회 속에 들어갈 문화 사역이 필요하다', '크리스천 리더십들이 사회 속에서 깨어나야 된다'며 크리스천 CEO 포럼을 만드셨다. NGO의 필요성을 절감하시고 국제개발 NGO '더 멋진 세상'을 통해 아프리카와 난민 사역도 꾸준히 해 오셨다. 연예인 선교에 관심을 기울이신 것도 결국 대중문화 속 크리스천의 영향력 때문이다.
핵심 이슈에 직접 목소리를 내시진 않았지만 사회 참여적 의식이 굉장히 강한 분이셨다. 그래서 온누리교회에는 전문인으로서 세상 속에 영향을 미치는 교인들이 많다. 한동대학교 설립도 교육선교의 비전 때문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온누리교회가 큰 빚을 지고 도왔다. 문서선교, CGNTV를 통한 방송선교, 원수였던 이웃 나라 일본을 사랑하고 변화시킨 러브소나타 등, 교회 내부 사역보다 외부 사역이 훨씬 많았다. 타문화권 선교는 말할 것도 없다.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지 않았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그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양극화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소 거리를 둔 것이지,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다'거나 '교회 성장만 추구했다'는 건 오해다. 하 목사님의 예전 강의를 최근 들은 적이 있는데 종북좌파적 흐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시는 내용이었다.
목사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차별금지법에 대해 절대 침묵하지 않고 반대 운동에 앞장서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에 목사님께서 치료나 일본 사역을 위해 자리를 비우실 때면, 나머지 리더십들은 늘 '목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저 역시 온누리교회를 목회하면서 '목사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을까' 생각하는데, 분명히 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 교인들도 이 운동을 지지해 주고 있다."
소수자 아픔, 무조건적 사랑으로 품어야 하지만
심리·생물학적 혼돈, '기준' 바꾼다고 해결 안 돼
▲이재훈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일제시대 자유와 독립이라는 성경적 가치로 3.1운동에 앞장서고 신사참배를 거부했으며 이후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던 것과 같이, 차별금지법 반대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마땅히 나서야 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
-일각에서는 교회가 소수자를 왜 품지 않느냐고 한다.
"저는 동성애자인 자녀를 둔 부모와 상담을 하면, "끝까지 품어야 한다"고 권면한다. 만약 제가 그런 입장이라 해도 어떻게 자식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겠는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이는 동성애만이 아니라 어떠한 죄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준'을 바꾼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두고, '이제 기준을 바꿨으니 더 이상 불편하게 느끼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퀴어축제다. 기준을 바꿈으로써 소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옳지 않다. 생물학적 무질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생물학적·의학적인 부작용들은 법적인 기준을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소수자를 품고 그들의 연약함과 아픔을 긍휼히 여기고 도와 주는 것과, 모두가 기준 삼은 것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는 그들을 혐오하자는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준을 바꾸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초점이다."
자유·독립 위해 신사참배·공산화에 맞서
건강한 사회참여는 정치 권력화와 달라
-아까 언급하셨듯,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사회 각 영역과 이슈에서 온누리교회 전문인 선교사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교회가 지시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남승호 교수(언어학과)는 학교 안에서 학생 복음화와 이주민 사역에 엄청난 헌신을 한다. 각계각층에서 미래의 일꾼을 키우는 것, 이런 것이 진정한 사회참여다. 그러나 교회는 정치 집단화돼서는 안 된다. 그러면 큰 문제가 생긴다. 정치집단화를 통해 이권을 얻으려는 것은 잘못이다.
교회는 사회 속에서 섬기고 봉사하고, 때로는 희생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3.1운동에 앞장선 이유는 '자유·독립'이 더 성경적이라는 신앙적 판단이 표출된 것이다. 신사참배는 영적 우상이라는 측면에서 저항한 것이다. 공산화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회 기준점에 대한 의견일 뿐, 어느 정당이 교회에 우호적이냐에 따른 것은 아니다. 장로님들이 대통령을 할 때 군목제도는 더 없어졌고, 실제로 복음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역차별을 받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불신자가 대통령일 때 교회가 할 수 있는 사역이 더 많아졌다. 크리스천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기독교 국가를 지향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기독교 국가인 영국의 찰스 3세 대관식을 두고 어떤 분은 성경적이라 하지만, 저는 성경을 이용했을 뿐이라 생각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써서 왕실을 운영하고 화려한 잔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다. 종교가 권위를 서포트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부터 중세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교회가 정치적 힘을 갖는 순간 영적인 힘을 잃어버렸다.
교회가 정치집단화돼 권력을 얻으려 해선 안 된다. 우리의 운동은 권력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질서를 지키기 위함이다. 나아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환경 문제 등 사회질서에 건강한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가 6.13 희대연이다."
문화사역, 엄청난 늪... 자극적이어야 흥행
'창조적 건강한 소수자' 될 때 영향력 있어
▲이재훈 목사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6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모습. ⓒ크투 DB |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에 대해 문화적 접근도 필요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지만, 문화사역 자체가 엄청난 늪과 같다. 대중문화에서 흥행하려면 불륜, 치정, 살인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모범적이고 건강하고 지극히 평범하게 행복한 가정을 묘사하면 아무도 보지 않는다.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린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봐도 매우 자극적이다. 게임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게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가 세속문화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교회만이 가진 문화가 무엇인가. '싸우지 않고 부정이 없고 깨끗한, 언제든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다. 교회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다. 우리가 '다수자'라는 의식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곳곳에 예배당이 많지만, 사회가 기독교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겸손하게 '우리야말로 진짜 소수자'라고 받아들이고, 힘든 사람에게 제일 먼저 달려가야 한다. 그러한 창조적 소수가 될 때, 독립운동 당시 가장 적은 수였던 기독교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과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국교회가 문화적 영향력을 잃은 것은 '다수자'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한 번도 메이저리티가 돼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창조적인 건강한 소수자'가 돼야 한다. 문화는 유행이 되는 순간 힘을 잃는다. 사람들은 문화적 소수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다. <끝>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3천인 목회자 대회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이하 희대연)'가 6월 13일 오후 2시 영락교회에서 열린다. |
희대연 참가 링크: https://forms.gle/CXXH2yEw6WQNp1CJ8
문의) 서울차반연 상임총무 안석문 목사 010-874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