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 10대 소년 두 명이 신성 모독 발언을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18일 오후 펀자브주 라호르 인근의 쿠르반 라이스에 사는 아딜 마시흐(18)와 사이먼 나뎀 마시흐(14)는 서로 농담을 하던 중에 지나가던 경찰관에게 붙들렸다.
아딜의 부친인 바바르 산두 마시흐는 자신의 집 밖에서 경찰관 자히드 소하일이 두 소년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모닝스타뉴스에 제보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두 소년은 신성 모독 고발을 당할 때 가벼운 농담을 나누고 있었다”며 “소하일은 두 소년이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해 가볍게 말하며 웃는 것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이먼을 구타하기 시작했고, 아딜이 소년을 구하려 하자 소하일은 그 아이마저 공격했다. 곧 이웃들이 모여들었고 소하일은 계속 (두 아이를) 비난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가톨릭 신자인 마시흐는 “두 아이 모두 소하일의 주장을 단호히 부인했으며 이슬람 예언자와 관련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동네 어른들이 소하일에게 혐의를 입증하라고 요청하자 그는 충족시키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경찰은 마시흐의 집을 급습한 뒤 막내인 아딜을 체포했고 또 다른 소년인 사이먼을 구금했다. 두 소년은 최대 사형 집행이 가능한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295-C조에 따라 무함마드를 모독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소하일의 증언에 따라 작성된 최초 정보 보고서(FIR)를 읽고서 “충격을 받았다”라며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보고서에는 사이먼이 길가에 있던 강아지를 ‘무함마드 알리’(Muhammad Ali)라고 불렀다고 적혀 있다.
무함마드 알리는 파키스탄의 흔히 사용되는 이름으로, 첫 번째 이름 ‘무함마드’(Muhammad)는 이슬람교의 예언자, 마지막 이름 ‘알리’는 무함마드의 사위이자 제4대 칼리프인 하즈라트 알리(Hazrat Ali)의 성씨다.
고발 내용에 대해 마시흐는 “우리 거리에는 개를 키우는 사람이 없고, 사건 당시 거리에는 강아지조차 없었다”며 “소하일은 자신의 처음 주장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아이들에 대한 거짓 고발을 꾸며냈다”고 밝혔다.
그는 모닝스타뉴스에 “금요일에 경찰이 소년들을 사법적 구금을 시키려고 법원에 데려왔을 때 아딜을 잠시 만났다. 둘은 모두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고 왜 체포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거짓 혐의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오래 감옥에서 고통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는 완전히 부당한 처사”라고 호소했다.
두 소년의 법률 대리를 맡은 ‘파키스탄 법과 정의 센터’(Pakistan Center for Law and Justice)의 나폴레옹 카윰 변호사는 “고소인이 등록한 FIR은 악의적인 냄새가 나는데도 경찰은 두 소년을 서둘러 체포하는 전형적인 행태를 보였다. 소년들이 곧 보석으로 풀려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라호르에 본부를 둔 ‘사회정의 및 소수 민족 권리 위원회’(PCMR)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파키스탄에서 최소 57건의 신성모독 혐의가 보고되었고, 같은 기간 신성모독 용의자 4명이 집단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됐다.
자료에는 지난 1월 8건, 2월 17건, 3월 7건, 4월 19건으로 점점 급증하다가 5월은 10일 기준 6건이 발생해 총 57명이 고발당했다. 신성모독 사건은 펀자브주에서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드주(16건),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8건), 아자드 잠무 카슈미르주(5건)가 그 뒤를 이었다.
파키스탄은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3년 기독교 박해국가 순위 ‘월드와치리스트’(WWL)에서 전년도 8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