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송 목사는 자신의 책인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에서 "가나안 성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나안'이란 '안 나가'를 뒤집어서 만든 조어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뜻한다." 처음에는 풍자적 의미로 시작했던 말이었지만 이제는 현상을 넘어 현실이 되었습니다. 안지영 목사 (텍사스 달라스 인근의 캐롤톤에 위치한 나눔교회 시무)에 따르면, 한국에는 "가나안 성도"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목회자도 있고, "가나안 성도"를 대상으로 교회 개척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 안지영 목사 역시 "가나안 성도"를 대상으로 교회를 개척하려는 목회자들을 돕고 싶다고 합니다. 더 이상 "가나안 성도"를 일부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습니다.
조성돈과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까지 교회를 출석했던 기간은 평균 14.2년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교회를 한 번도 옮긴 적 없는 경우는 45.7%, 교회를 한 번만 옮긴 경우는 25%였습니다. 두 응답을 합치면 70.7%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가나안 성도"를 습관적으로 여기저기 교회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라 치부할 수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 6개월 이상 교회 문제점에 대해 고민했지만, 교회 안에는 그 누구도 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거나 공감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성돈과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가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합니다. 이들 가운데 30.3%는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서"라고 대답했고, 그 다음으로는 24.3%가 "목회자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9.1%는 "다른 교인들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목회자와 다른 교인들에 대한 불만을 합치면 43.3%가 되는데, 이는 교회 안의 다른 교인들과 관계의 문제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교회에 나가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 (16.7%)와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교회" (15.6%)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둘을 합하면 32.3%에 이르는데, 이러한 수치를 통해서 보면, 한국 교회가 목회자 및 공동체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교회가 "가나안 성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 교회가 이를 개선할 수만 있다면, 즉 한국 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가나안 성도"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를 교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나안 성도"가 한국 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이는 그동안 한국 교회가 공동체성을 소홀히 해왔고, 그 결과로 "가나안 성도"를 양산하였고, 이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형국 목사는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확신만 강조하다 구원받은 사람들의 삶이 다양한 삶의 영역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를 간과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에베소서 2장에서는 구원의 공동체성을 말씀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 교회는 이를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신앙의 측면만 강조해왔기 때문에 공동체성을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개인적 신앙으로 변질시켰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교회는 개인 신앙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원동력으로 교회 성도들 간 관계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 달라스 생명샘 교회 안광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