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교단, 사이비 집단 대응 부재
대형교회들도 소극적 대처로 일관
과거 이단 감별사, 자질 결함 심각
교회 판별 및 자정 능력 부재 틈타
정명석, 만민 등 사이비 교세 확장
결국 언론·미디어에서 추적, 폭로
시청자들은 기독교계 전체 불신해
교계, 교의적·신학적 예방책 필요
◈미디어가 바라보는 이단과 사이비: 교육적 효과가 부족한 이단, 사이비 폭로 프로그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등장한 사이비·이단 종파들의 공통점은 성경에서 영혼의 구원자라는 개념을 도용해 특정 인물을 신격화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신격화된 교주가 사회의 통념과 윤리를 짓밟는 범죄행위를 저지른다는 점 역시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한 사람을 신격화한다는 것은 곧 그의 죄성마저 신성으로 탈바꿈하는 촌극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근거없는 성경해석, 물욕과 명예욕과 성욕 등이 하나님의 뜻으로 변모된다.
이 거짓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누가 들어도 말이 되지 않는 자아도취와 자기 정당화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교주들이 이끄는 이단, 사이비 단체에 현혹되어 삶의 파괴를 경험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이단·사이비 교주들의 주장에 현혹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교주들이 구축한 조직의 힘이다. 교주 본인이 주장하면 허황된 소리가 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그 교주와 같은 목소리를 내면 군중심리에 휘말려 혹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단에 소속되어 그 안에서 안정감을 누리는 것을 중시하는 이들일수록 이단의 유혹에 취약하다.
특히 해당 이단·사이비 종파 구성원 가운데 가문이나 학벌이 좋은 이들,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들,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공고한 자들이 존재하는 경우 그 집단의 그릇된 가르침이 더 큰 흡인력을 갖는다. 이단 종파들이 유독 학벌 좋은 대학생, 연예인, 전문직 종사자들을 포섭의 타겟으로 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신이다>는 교주들의 비행, 범죄와 그로 인해 삶이 무너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피해야 할 이단·사이비 집단을 지목해 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순기능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교주들의 악독한 행적을 자극적으로 폭로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는 하지만 정작 그들의 속임수를 분별하고 대처하는 기준과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본 다큐멘터리에 명시된 네 개 종교집단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유익한 측면이 있지만, 그와 비슷한 다른 문제적 종교집단이 자신이나 주변인에게 접근할 때 필요한 대처법을 알려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런 대처법을 마련하고 교육시키는 일은 기존 정통 교회들이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교계에서 이 임무를 방기한 까닭에 언론과 미디어가 이 임무를 넘겨받았다. MBC·SBS 같은 공영방송에 이어 이제 넷플릭스도 그 대열에 가담한 상황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사실 추적과 요약에는 전문성을 발휘하지만 이단·사이비 종파에 대한 교리적·윤리적 판단에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폭로된 사실들 자체가 별도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명백한 비윤리적 행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도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언론윤리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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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이다>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이비 집단 JMS의 교주 정명석. ⓒ넷플릭스 |
◈교회가 바라보는 이단과 사이비: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한 정통 교회의 교육 및 대응 능력 저하
원래 교회들이 맡았던 이단·사이비 감별 기능이 근래 들어 크게 약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의 이단·사이비 판별 및 예방 기능이 약화된 주원인으로는 교회 내부에서 성경 가르침에 어긋난 주장과 행위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를 기피하는 '인격' 중시 문화의 득세를 지목할 수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예배 중 설교에서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잘못된 주장과 해석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처음 교회에 나온 이들에게 부담감을 준다고 판단한 탓인지, 현재로서는 이단·사이비 종파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설교단에서 들어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독교 언론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나는 신이다>처럼 이단·사이비 종파에 대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프로그램이 기독교계 언론에서 제대로 기획·제작된 적이 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교의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공영방송이나 넷플릭스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역량을 갖췄으면서도, 정작 이 역량을 제대로 활용해본 일이 거의 없는 듯하다.
과거 이단 감별을 주도하던 이들의 자질 또한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성경에 대한 역사적·학문적 이해도가 떨어지는 무자격자들이 특정 교단의 교리를 협소하게 적용해 이단 판정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이단 판정 유예 혹은 취소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일도 서슴치 않는 이들이 등장해, 종래에는 교인들이 개신교계 전체의 이단·사이비 감별 능력에 커다란 회의감을 갖게 만들었다.
결국 교회 내 이단·사이비 집단들에 대한 판별 및 자정 능력이 부재한 틈을 타서 JMS나 만민중앙교회 같은 단체들이 교세를 확장했고, 이 단체들이 자행한 엽기적인 범죄 행각들이 언론에 포착되고 나서야 교계도 뒤늦게 경각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수준으로 이단·사이비 문제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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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이단, 사이비 집단에 대한 논의의 주도권은 교회가 아니라 언론과 미디어로 넘어간 상황이다. ⓒ넷플릭스 |
소규모 개교회들이야 교단 내에서 영향력이나 정보력이 부족하고 피해 사례를 직접 겪을 가능성도 적지만, 각 교단 중추를 이루는 대형교회들은 이단·사이비 집단의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교인들이나 그들의 자녀들 가운데 이단·사이비 교파에 접촉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꽤나 많은 편이다. 그런데 해당 교회 교역자들과 교사들이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결국 이단·사이비를 감별하고 경계하는 역할이 언론과 미디어에 넘어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과 미디어는 사실 보도에 있어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단·사이비 단체를 판단하지 못한다. 이 역할을 교회와 기독교 언론들이 담당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과 미디어에 의한 이단·사이비 단체 폭로 보도를 접한 시청자들은 기독교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성경과 정통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애초 개신교회의 기본적인 교의 체계 자체가 이단들의 괴악한 신앙 행태를 조성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전도 활동이 왕성하고 정통과 이단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분별해 가르치던 1990년대와 달리 교회들의 전도 역량도, 이단과 사이비 경계 의지도 약화된 2023년 현재, <나는 신이다> 같은 보도 프로그램이 사회에 일으킨 커다란 반향은 역으로 현 개신교계 전반의 이단, 사이비 대응 능력이 크게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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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이다> 조성현 감독. 이단, 사이비 교주들의 해악을 보도해 맹목적 신앙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연출했다고 한다. 교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 대한 교의적이고 신학적인 예방책까지 구체화할 책임을 갖는다. ⓒ넷플릭스 |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