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에선 매주 목요일 11시에 전도를 나갑니다. 지난 목요일에도 12명의 성도님들이 한인 마트와 그린리버 칼리지, 그리고 훼드럴웨이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전도 활동을 펼쳤습니다. 늘 그렇듯, 10시 반까지 교회에 모여 공지 사항을 함께 나누고, 그날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주실 영혼들을 위해 뜨겁게 기도한 후 11시쯤 전도하는 곳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번 주는 좀 더 초급한 마음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노방 전도에 나가기 전, 정소숙 권사님을 심방하고 나갔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우리 교회 목사님이 교인들을 데리고 오셨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누가 누군지 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 참 미안했습니다..." 몇 주 전보다 훨씬 더 수척해 보이는 권사님께서 제 손을 잡으시고 저를 아시는 듯 말씀하고 계셨지만, 다시 보니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고 계셨습니다. 제게 당신 교회 목사님에 관해서 말씀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이제까지 한번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신 적이 없으셨는데 97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견디시는 것이 힘에 겨워 보이셨습니다.
"아이고 목사님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말씀을 나누시다가 정신이 돌아오신 듯, 권사님은 미안하시다는 말을 연거푸 반복하셨습니다. 저는 저를 기억해내신 것 만도 감사하고 고마운데, 권사님은 당신 교회 목사를 기억하지 못하셨다는 것이 못내 미안하신 모양이었습니다. "권사님, 지금도 아침마다 저녁마다 기도하시죠? 다 기억하지 못하셔도 괜찮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또 저를 위해서 날마다 예수님께 기도해주세요..." 무엇보다 예수님을 잊지 않고 계속 기도하실 것을 권면하고 돌아오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연세가 많으셔도 워낙 총명하셔서 아직도 많은 날들이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습니다.
"저는 예수 안 믿습니다. 괜찮습니다..." 한인 마트 앞에서 전도를 하는데, 그날따라 거절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도지라도 받아 가서 한번 읽어 보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굳이 거절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비웃듯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린도전서 1:22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세상은 이런 우리를 미련하다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미련해 보이는 일을 통해서도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도지를 받았던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신실한 하나님의 종이 된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6일째가 되는 오늘, 사망자 수가 28,0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생명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이미 지났음에도 여전히 잿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구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조대가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혼들이 구조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의 기도와 섬김을 통해 그 슬픔 가득한 땅에 전달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