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 황제 시대에 심벌린이라는 영국 왕이 있었습니다. 심벌린의 첫 아내는 세 아이를 낳고 죽었습니다. 큰딸 이모즌은 왕궁에서 자랐지만 두 아들은 어릴 때 사라졌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로 그들을 데리고 갔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심벌린의 두 번째 아내는 사악했습니다. 그녀는 이모즌을 몹시 미워하면서도 전 남편에서 얻은 아들 클로튼과 결혼시키려 했습니다. 아들을 왕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모즌이 몰래 결혼을 했습니다. 상대는 포스트휴머스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가장 교양 있는 신사였고 심벌린 왕을 위해 전사한 충신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 전사 소식에 죽었습니다. 왕은 포스트휴머스를 불쌍히 여겨 왕궁에서 키웠습니다. 왕궁에서 같이 자란 이모즌과 그는 자연스럽게 정들고 사랑하여 결혼을 했습니다.
이모즌의 결혼 소식에 당황한 왕비가 심벌린 왕에게 알렸습니다. 왕은 딸이 왕실 신분을 잊고 신하와 결혼한 것에 분노했습니다. 왕은 포스트휴머스를 영국에서 추방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모즌과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려는 왕후의 계략이었습니다. 이모즌과 포스트휴머스는 애틋하게 이별했습니다. 이모즌은 생모가 남기고 간 반지를 남편에게 주었고, 남편은 팔찌를 주었습니다. 둘은 변심하지 말자고 맹세하며 헤어졌습니다.
로마로 피신한 포스트휴머스는 로마에서 아내 자랑을 했습니다. 특히 그녀의 절개를 자랑했습니다. 이를 듣던 야키모라는 청년이 포스트휴머스에게 아내 정절을 어떻게 믿냐며 도발했습니다. 두 사람은 격론 끝에 이모즌의 정절을 시험하는 내기를 했습니다. 야키모가 영국으로 건너가 이모즌을 유혹하여 포스트휴머스가 이모즌에게 준 팔찌를 가져오면 야키모가 이기는 내기였습니다. 그가 이기면 포스트휴머스는 반지를 야키모에게 주게 됩니다.
야키모는 영국에 이모즌을 찾아갑니다. 남편의 친구라며 찾아온 야키모를 정중히 환대하던 이모즌은 야키모가 사랑을 고백하자 경멸하며 멀리했습니다. 음흉한 야키모는 이모즌 하인들을 매수하여 자신이 몸을 숨긴 가방을 이모즌 방에 두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모즌이 잠들자 가방에서 나와 이모즌의 팔찌를 훔치고 침실과 신체를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신속하게 로마로 돌아온 야키모는 포스트휴머스에게 이모즌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이모즌이 잠든 시간에 파악한 침실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포스트휴머스가 믿지 않자 이모즌의 신체 비밀도 설명했습니다. 아내의 목의 점을 말하는 야키모의 정교한 거짓말에 속은 포스트휴머스는 분노했습니다.
포스트휴머스는 내기에서 진 것을 인정하고 약속했던 반지를 야키모에게 주고 영국에 있는 친구 피자니오에게 이모즌을 웨일즈의 항구도시 밀포드 헤이븐으로 데려가 죽여 달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그의 친구 피자니오는 이모즌의 신하였습니다. 그는 동시에 이모즌에게 자신을 만나러 피자니오와 함께 밀포드 헤이븐으로 오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이모즌은 아무 의심 없이 피자니오와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여정이 끝날 때 가책을 느낀 피자니오가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남편이 사실을 깨닫고 뉘우칠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고 그녀를 설득했습니다. 공감한 그녀는 소년의 복장으로 변장하여 로마로 출발하였습니다.
로마로 향하던 이모즌은 신의 섭리로 두 동생을 만났습니다. 잃어버렸던 두 동생은 누명을 쓰고 궁에서 추방당했던 심벌린 왕의 신하 벌레리어스가 데리고 나왔습니다. 억울한 추방을 복수하기 위해 두 왕자를 데리고 나왔으나 곧 아들처럼 돌보았습니다. 그래서 두 왕자는 아버지처럼 따릅니다.
이모즌 동생들은 남장한 이모즌을 잘 따르고 이모즌도 동생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혈육의 정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로마가 영국을 침략했습니다. 로마의 군대를 따라 포스트휴머스도 참전했고, 로마가 아닌 영국을 위해 싸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모즌이 로마군에 잡혀 장군의 시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벌레리어스와 왕의 두 아들들도 참전했습니다.
전쟁에서 영국군이 이깁니다. 로마를 위해 싸운 장수와 군인들이 심벌린왕 앞에 잡혀왔습니다. 포스트휴머스는 전쟁에서 영국군을 위해 싸우다 죽고 싶었지만 살아남았습니다. 유배지에서 돌아온 죄로 사형을 당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이 시점에 벌레리어스와 심벌린 왕의 두 아들도 왔습니다.
이모즌을 자신의 종으로 삼았던 로마 장군이 이모즌을 살려 달라고 했고 심벌린은 자신의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모즌에게 소원을 묻습니다. 이모즌은 야키모에게 손가락에 낀 반지의 비밀 말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야키모는 내기와 자신의 계략을 말했습니다. 포스트휴머스는 아내 순결을 알고 자신이 피자니오를 시켜 아내를 죽이려 했던 것을 고백했습니다.
이때 남장한 이모즌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고, 딸을 찾은 심벌린은 너무 기뻐했습니다. 왕이 기뻐하는 모습을 본 벌레리어스도 두 왕자를 데리고 나온 죄를 자백했습니다. 왕은 더 기뻤고 이 기쁜 순간에 벌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모즌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었던 로마 장군 루초스를 살려 달라고 부왕에게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루초스 장군의 중재로 영국과 로마의 평화협정이 이뤄졌습니다. 모두가 평화를 누릴 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왕비는 시름시름 앓다 죽었습니다.
이상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심벌린>의 줄거리입니다. 심벌린은 악한 계략을 이기는 비결이 '진실한 끈기'라고 가르칩니다. <심벌린>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벌린왕, 이모즌, 이모즌의 두 동생, 포스트휴머스 모두 억울한 이별이나 아픔을 당했습니다. 모두 진실한 끈기로 이겨냅니다.
이 작품 이름은 심벌린이지만 주인공은 이모즌 같습니다. 이모즌이 모든 험한 세월을 이기고 가장 멋진 승리를 구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도 주인공 같은데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화려하지도 못하고, 주목 받지 못해도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진실로 참고 견디면 참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가르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