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시간관과 과거·현재·미래적 의미 살펴
기다림 가만 있는 것 아니야... 능동적·활동적
평온하지만 확고하게, 현재의 삶 전념하게 해
기다림의 의미
폴라 구더 | 이여진 역 | 학영 | 200쪽 | 15,000원
"대림절은 어느 한 절기라기보다는 그냥 삶의 방식입니다. 교회력을 따라 기념하는 날에 흔히 그렇듯이, 우리는 대림절에 자기 자신, 세계, 하나님과 더 깊고 진실하게 만나기를 권유받습니다. ... 대림절은 그리스도인의 여정에 꼭 필요한 기다림의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배우고 또 배우라고 우리를 초청합니다."
'기다림'은 설렘과 기대, 그리고 마침내 실현될 그 기다림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대체로 초조함과 지루함, 그리고 불신과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기 쉽다. 성경에도 모세를 기다리다 금송아지를 만든 이스라엘 백성이나 달란트·열 처녀 비유에서처럼, '기다림'에 실패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더구나 오늘날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순간의 기다림'도 참아내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꺼내들기 바쁘다. 사회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갖가지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 발전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6주간 계속되는 사순절이나 4주간 지켜야 하는 대림절 같은 절기들이 교회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이러한 분위기 속 출간된 <기다림의 의미(The Meaning is in the Waiting)>는 영국 신학자 폴라 구더(Paula Gooder) 교수가 대림절 4주간 1주씩 4명의 인물에 대해 매일 묵상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대림절 4주간을 기념하는 4개의 초와 가장 연관된 성경 인물, 아브라함과 사라, 이스라엘 여러 선지자들, 세례 요한, 그리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의 말처럼 기다림에 대한 실제적 지침은 아니지만, 머리말에서는 성경적 시간관과 과거·현재·미래를 기다리는 것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책은 '기다림'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여러 유익과 사유들을 풍성하게 제시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지만 예수님 탄생 기사만이 아니라 신·구약을 넘나들며 묵상할 거리가 충분하고, (영국식) 유머를 섞어가며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 일반 성도나 초신자들이 혼자 읽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대림절 장식. ⓒ픽사베이 |
아들을 기다려온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하나님의 약속'은 마치 고문 같았지만, 그것은 두 사람이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여호와의 날을 기다리면서 결과적으로 예수님의 오심을 예언한 구약의 선지자들은 그 메시지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자신의 뒤에 오실 그분을 기다렸던 세례 요한은 그를 맞이하도록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그러한 준비를 통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도록 도왔다. 예수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성령의 오심까지 평생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마리아를 통해서는 기다림의 영광과 함께, 괴로움도 느낄 수 있다.
위 4인은 무엇보다 기다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것임을 상기시킨다. "대림절은 우리를 현재의 순간으로 부릅니다. 고요하지만 능동적으로, 평온하지만 확고하게 현재의 삶에 전념하게 합니다. 대림절은 바로 그러한 기다림으로 우리를 손짓하여 부릅니다."
'기다림'은 '불확실함'이 전제이지만, 4주간의 대림절(大臨節, Advent)은 늘 '아기 예수 탄생'이라는 해피엔딩으로 확실하게 실현된다. 그래서 어쩌면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놓친 기다림의 의미와 기대, 그리고 설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와 충분히 대화하고 때로는 논쟁도 불사하시며, 무엇보다 우리와 함께 기다리신다.
"대림절 기간에 우리가 기다림이라는 기술을 다시 배울 수 있다면, 그 기술이 대림절과 성탄절뿐만 아니라 아마 평생 동안에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대림절은 인생이 변할 정도로 중요한 선물을 줍니다."
출판사는 4주간 묵상할 수 있도록 기억에 남는 구절과 묵상·깨달음, 계획과 기도 등을 기록할 수 있는 '묵상노트'를 함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