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유형의 성도가 등장했다. 교회에 나가지는 않지만 ‘자기 교회’가 있으며, 그 교회의 온라인 예배나 방송 예배를 드린다. 가나안 성도(‘안 나가’를 거꾸로 읽은, ‘교회에 안 나가는 기독교인’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특정 교회 소속이라는 정체성이 없다면, 새로운 성도들은 교회 소속 정체성은 있으나 출석하지 않고 대체 채널(온라인, 방송 등)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다. 바로 ‘온라인 교인’이다.
대면해서 예배를 드리지 못했던 기간을 2년 넘게 경험하면서 신앙의 ‘지형’이 변화됐다. 이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목회의 위기를 맞닥뜨릴지 모른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최이우 목사, 한복협)가 11월 월례회를 ‘포스트 코로나시대, 한국교회 목회 방향’을 주제로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종교교회(최이우 목사 시무)에서 열었다.
이번 월례회에서는 통계로 한국교회를 진단해 오고 있는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의 김진양 부대표가 발표했다. 또 화종부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남서울교회 담임)의 사회로 하도균 교수(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 전도학)·박동찬 목사(일산광림교회)가 논평하고, 질의응답을 가진 뒤, 최이우 목사가 인사말, 안광춘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전 서울신대 교수)가 축도, 이옥기 목사(한복협 총무, 전 UBF 대표)가 광고를 맡았다. 다음은 김진양 부대표의 발제 주요 내용이다.
가나안 성도라고 믿음 없는 것 아냐
가나안 성도라고 해서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가나안 성도이면서 스스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이유 가운데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37.9%)와 ‘예수님이 나의 죄를 대속하신 것을 믿기 때문에’(12.3%)를 합한 50.2%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이제는 교회 출석이 곧 그리스도인의 표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소속 교회가 없으며 출석도 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와, 내 교회는 있으나 온라인으로 예배 드리는 새로운 유형의 교인들은 제도화된 교회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온라인 예배가 하나의 예배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예배를 중단하게 되면 “다른 교회 온라인 예배를 드리겠다”(24.5%), “온라인 예배를 하는 교회로 옮기겠다”(4.3%), “잘 모르겠다”(13.8%)라고 응답한 약 43%는 교회 현장 예배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이브리드 처치(Hybrid Church)
현장 예배에 나오게 하기 위해 온라인을 중단할 것인가? 온라인 예배가 옳은지 오프라인 예배가 옳은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현실은 이미 하이브리드 처치로 넘어가 있다. 지난 4월 조사 시점 기준으로 약 60% 성도들이 현장 예배를 드릴 뿐이고 약 30%는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를 폐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이는 단지 예배 참석 인원이 줄어드는 것을 염려해서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성도들을 교회가 커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역 하면 온라인 예배/설교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기독교 콘텐츠는 다양하며 실제로 성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2030세대만은 못하지만 장년 세대, 즉 5060세대도 온라인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일방향 콘텐츠뿐만 아니라 줌과 같은 쌍방향 온라인 실시간 미팅도 이용 경험률이 높았다.
이제 온라인이 거스를 수 없는 현대적 흐름이라면 온라인 채널을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하는 채널로만 인식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어떻게 온오프 채널을 활용해서 예배, 찬양, 교육 등등에서 최대의 목회적 효과를 거둘 것인지 고민하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소그룹의 중요성,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교제 원해
인간관계도 시대적 변화를 겪는다. 현대인은 인간관계를 좁고 깊게 가지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인들이 완전한 고립된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인간 관계를 넓히는 것을 거부하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여전하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의 교제를 원하는 것이 현대인이다. 대그룹을 기피하고 소그룹에서 인간적 관계를 즐기며 그 안에서 인정받으려는 현대적 성향 때문에 소그룹이 더 중요해졌다.
2021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34.1%였다.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경우’ 주위에 도움 받을 곳이 없는 비율이다. 이 개념을 교회에 적용해 ‘교회 내 고립도’는 25.3%였다. 특히 소그룹 활동자는 현저히 낮았다. 또 소그룹 참여자의 신앙활동은 훨씬 더 활발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의해 만나는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27%). 교회에서도 지역 중심의 소그룹에서 취향과 관심사 중심의 소그룹으로 다양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소그룹 전략이 될 것이다. 연령대가 비슷하다면 생애주기도 비슷해서 관심도 비슷할 수 있다. 교회 소그룹은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현대인들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선호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받지 않으며 필요할 경우 남과 선택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를 원한다. 목회자의 심방 자체를 안 받으려고 하는 것이나 심방을 받아도 자신의 집을 공개하기 꺼리는 것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선택적 모임을 가지려는 성향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주체’가 되고 싶지만 행동하지 않는 청년세대
자연스럽게 교회에 젖어들었으나 스스로의 신앙적 결단이 없는 청년들에게 기독교는 일상의 반복과 다를 바 없으며, 가족들을 묶어주는 매개체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수록 청년들은 굳이 교회에 남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청년들은 권위적이거나 시대 변화를 좆아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교회는 거부하고, 말만 앞서는 위선적 혹은 형식적 교회에 실망하였다. 청년들이 바라는 교회는 ‘관계성, 공공성, 영성’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출석교회 만족도 설문에서 1, 2위를 합산했을 때 ‘진정성 있는 관계와 교제’가 1위였고 ‘영적인 해답을 줌’은 3위였다. 관계성은 신앙의 핵심적 요소는 아니지만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지나친 헌신을 요구하거나 헌금을 강조하는 문화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고민을 많이 한다. 청년들의 마음 속에는 교회의 동원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53.2%).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매우 의사가 있다‘는 12.4%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실제 기회가 주어져도 주체로서의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53.2%의 수치는 교회에서 수동적, 지시와 훈계를 받는 동원의 수단적 존재를 벗어나서 독립적 존재가 되고 싶다는 주체적 욕구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령화 추세, 기독교 인구에서 더 심해
고령화 추세는 기독교 인구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전 국민 가운데 60세 이상 비율이 2014년 4월에 21.5%에서 2021년 3월에 28.9%로 7.4%P 증가했는데, 기독교 인구는 2014년 4월 24.4%에서 2021년 4월 37.7%로 13.3%p 증가해서 국민보다 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고령 교인의 개인적 관심사 두 번째가 ‘종교/신앙 생활’이었다. 교회는 여가 시간이 많은 고령 교인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목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고령 교인들에게 신앙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했을 때 삶에 대한 감사라고 응답했다. 또한 죽음 이후의 내세에 대한 소망을 강하게 갖게 된 것도 노년에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신앙의 내용이다. 감사와 소망에 대한 고령 교인들의 신앙을 어떻게 성장시켜 줄 것인지에 대한 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