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여성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4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 시위에 나선 10대 여고생이 역시 최근 의문사를 당했다.
이란 정부가 이에 강경 대응하면서 사망자를 비롯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시위 도중 히잡을 불태운 이란의 여고생 사리나 에스마일자데가 변사체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란 정부의 대처는 아미니 때와 동일하다.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한 정부는, 에스마일자데 역시 5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에스마일자데가 시위 도중 보안군의 진압봉에 머리를 심하게 맞아 숨졌다"고 반박했다. 아미니도 가혹행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자데의 유족들은 그녀의 시신의 얼굴에 상처가 여러 개 나 있고 오른쪽 이마는 꺼져 있었다고 이스라엘 인권단체(IHR)에 증언했다. 이들은 이미 장례식을 치르지 못할 정도로 정부의 협박에 시달렸다.
에스마일자데는 올해 5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10대에게 자유가 필요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인간으로서 더 나은 선택을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16세의 니카 샤카라미가 테헤란의 시위에 참가했다가 숨졌다. 친구와의 통화에서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한 것이 그녀의 유언이 됐다. 이란 정부는 추락사라고 발표한 뒤, 유족들에게 사인에 대해 거짓말을 하라고 종용했다.
현재 샤카라미가 지난달 쓰레기통 위에 올라선 채 히잡을 불태우던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로 확산 중이다.
이에 대해 WP(워싱턴포스트)는 "두 죽음이 섬뜩할 정도로 유사하다"며 "경찰이 10대를 표적으로 삼아 체포하고 경우에 따라 살해하는 것은 광범위한 패턴"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어머니는 영국 BBC페르시아방송 인터뷰에서 "딸처럼 나도 어렸을 때부터 히잡 강제 착용에 반대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저항할 만큼 용감하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억압, 협박, 굴욕을 받아들였지만, 내 딸은 항의했다. 내 딸에겐 그럴 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