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빨라. 벌써 2주가 다 갔네..." 한국을 떠나오던 지난 금요일 아침, 어머니는 애꿎은 방바닥을 닦으시면서 자꾸 이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오랜 만에 만난 아들네 식구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쉬우셨던 것입니다. 이제는 당신이 연로하셔서, 전처럼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오실 수 없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아쉬우셨던 것입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는 말입니다. 한정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요,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만약 시간이 한정 없이 남아 있다면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지나간들 무슨 대수겠습니까? 마르고 닳도록 쓸 시간이 남아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끝이 있고, 그 끝이 오기 전에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이렇게 유수와 같이 흐르고 있으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언젠가 설교 중에 이런 예를 든 적이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 지갑 속에 든 현금과 같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대부분 지갑 속에 현금이 많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데 생각 없이 쓰다 보면 금방 바닥이 납니다. 정말 사야할 것이 나타나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5장 15절 이하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세월을 아끼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아낀다는 말은, '값을 주고 산다'는 원어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NIV 성경은 그것을, 주어진 시간이라는 기회를 통해 가장 많은 것을 이루라는 뜻으로 의역하였습니다. 세월이라는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그 기회를 잡으라는 것입니다. 주어진 기회를 통해 가장 가치 있는 일, 가장 하고 싶은 일들을 이루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세월을 아끼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잘못하면 금방 개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둘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그날따라 좀 피곤했던지 시야가 좋지 않았습니다. 길도 좀 어른거리는 것 같고 주변 환경도 좀 선명하게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운전을 하면서 연신 "이상하네..."를 되풀이 했습니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 '피식'웃음이 나왔습니다. 벌써 57년을 썼는데, 이제는 나빠질 때도 됐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2.0'인 인생을 살 줄 알았는데, 이젠 노안도 오고 길도 어른거리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지갑 속에 이제 현금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깨달아져 웃음이 나왔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게 주어진 2주라는 시간을 잘 '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정말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정작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어머님과는 마주 앉아 속 깊은 이야기 한번 나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세월을 잘 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생이라는 지갑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장 귀한 일들을 위해 사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