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 지역에서 교회서 예배를 드리던 전도사가 가족과 이웃에 의해 끌려가 산 채로 화형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미국 남침례회 교단지인 뱁티스트프레스(BP)가 보도했다.
크리스천 연대 월드와이드(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에 따르면 서뱅골의 자그람 지구 내 고빈다푸르 마을 주민인 마드하반은 가족 중 유일한 기독교 개종자였다.
지난 14일 바쿠라의 한 교회에서 마드하반이 예배를 드리던 중, 이웃들과 그의 아내와 아들이 예배당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마드하반을 심하게 구타한 뒤 집 근처 숲으로 끌고 간 다음, 그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산 채로 불태웠다.
CSW는 경찰이 해당 사건을 가족 문제라고 무마시키며, 정확한 진상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8월 초 마드하반이 친척의 결혼식을 위해 가족을 방문했을 당시, 자녀들은 마드하반의 성경을 찢으며 그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가족들은 마드하반에게 기독교 신앙을 저주하라고 협박했지만 그는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마드하반은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기독교 전도사로 활동하며, 반쿠라 지구에서 지역 전도사인 탄모이 샤이크라를 도왔다. 마드하반의 가족과 그가 살던 마을의 종교는 공개되지 않았다.
CSW 설립자인 머빈 토마스 총재는 성명에서 “마드하반의 끔찍한 살인을 강력히 규탄한다. 경찰 관계자들이 이 끔찍한 행위에 대한 대응은커녕, 고소 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서벵골 정부와 인도 중앙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고, 가해자들이 인도에서 범죄에 대한 면책을 누리지 못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CSW에 따르면 서벵골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은 강한 적대감에 직면해 있으며, 해당 사건에 대해 당국에 항의할 수 있는 주민은 전무하다.
2011년 인구조사에서 인도의 14억 인구 중 81%가 힌두교도이며, 이슬람교도가 12.9%, 시크교도가 1.9%, 불교나 자이나교 또는 기타 종교는 1% 미만을 차지했다. 기독교인은 2.4%로 689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도는 수년간 바라티야 자나타당의 집권 하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지난해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발표한 ‘인도의 종교: 관용과 차별’ 보고서는 “대다수 인도인들이 모든 종교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동시에, 적지 않은 다수가 종교에 기반한 차별을 열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두 가지 정서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인도인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실제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취하고 있다. 타인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종교적 경계를 넘는 개인적인 접촉을 제한하려는 열망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스’(Open Doors)는 2022년 세계 최악의 박해 국가 중 10위로 인도를 꼽았다. 아울러 기독교인을 겨냥한 폭력의 주된 가해자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을 지목했다.
오픈도어스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인도에서 기독교인의 존재와 영향력을 말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박해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들은 인도 기독교인 및 기타 소수 종교자들은 진짜 인도인이 아니라고 취급하며, 인도가 비 힌두교인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