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는 그동안 뵙지 못했던 몇 분의 권사님들을 심방했습니다. 오래 동안 뵙지 못하다가 뵈어서 참 반가웠고, 또 그 동안 권사님들의 육신에 세월이 많이 더해진 듯 싶어 마음이 짠 했습니다. 몇 번 뵌 적이 있었지만 약간의 치매 증상으로 인해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어느 권사님을 뒤로 하고 요양원을 나오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잠시 왔다 가는 목사는 잊으셔도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내친김에 정소숙 권사님을 심방하기로 마음 먹고 요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얼마 전 다치셨을 때 병원 응급실에서 뵙고는, 퇴원하신 곳을 알지 못해 마음이 무척 답답했었는데... 다행히 다시 훼드럴웨이로 돌아오시고, 또 계신 곳의 주소를 받게 되어서 다시 심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서 다른 날에 찾아 뵐까...싶었지만, 지난 번 통화할 때 '곧' 찾아 뵙겠다고 말씀드린 것이 기억나서 무작정 찾아 나섰습니다. 새롭게 옮기신 요양원은 생각보다 가까운 21가 뒤편에 있었습니다.
"목사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그 사이 무척 야위신 권사님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목사님 오셨는데 일어나지도 못하고... 이 늙은 게 죄송합니다..." 구십이 훨씬 넘으신 노구의 권사님이 막내 아들뻘 젊은 목사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제가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목사님 건강하게 해달라고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우리 사모님 아프시지 말라고 기도합니다. 우리 장로님들, 권사님들, 집사님들, 모두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제 눈에도 달기 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권사님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우리 권사님을 이렇게 간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습니까? 혼자 힘으로 앉아 계실 수도 없는 분이 건강한 젊은 목사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당신보다 나아 보이는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하신다는 것입니다. 권사님이 기도를 많이 하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이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권사님은 당신의 코 앞에 죽음이 와 있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죽음은 사람들을 지혜롭게 합니다. 쓸데 없는 것에 시간 보내지 않게 합니다. 그래서 남은 시간, 당신이 하실 수 있는 가장 귀한 일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찾아 오는 사람들마다 사랑한다고 말씀하시고, 혼자 계실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요양원을 떠나기 전, 권사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아멘으로 화답하신 권사님께서 "이제는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빨리 하나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전에는 그런 말씀을 하시면 그러지 마시라고 극구 만류를 했었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 편히 가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했습니다. 권사님이 너무 연로하셔서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부탁하시는 권사님도 그렇게 대답했던 저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지혜로 인해 부활을 소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권사님은 가장 지혜로운 모습으로 당신의 마지막을 준비를 하고 계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혜로우십니까? 주님 오실 때까지 지혜로운 삶을 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