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대학 입시준비를 하면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근 2년 여에 걸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특히 노숙자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경우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시를 위한 작품 구상을 하면서 팬데믹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팬데믹 동안 각자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슬기롭게 컨트롤하며 지내는지 그 모습을 로고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노숙자들과 저소득층 노인복지를 위해 10 여년이 넘게 일하는 코이노니아 선교회 박종희 목사님을 지인을 통해 만나게 되었습니다. 박목사님이 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뭔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모아둔 용돈으로 후드티 50개를 제작하여 노숙자들과 독거노인들에게 선물하기로 계획했습니다.
1월 1일 새해 첫 날 아침에 박종희 목사님이 섬기시는 노숙자 텐트촌을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컵라면, 물, 간식, 패딩, 성경책 그리고 내가 디자인한 후드티를 나누어 주었는데, 노숙자들이 너무 반가워하며 고마워하였습니다. 노숙자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더 준비해 오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참여한 노숙자 방문과 섬김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내게 너무 따뜻한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봉사에 참여하기전에는 노숙자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으르다, 약에 중독 되어있다, 위험한 사람들이다 라는 생각들로 별로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해 첫날 만났던 노숙자들은 그냥 힘든 환경에 있는 우리와 같은 이웃이었습니다. 박종희 목사님은, "이 곳에 있는 노숙자들은 대부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만약 이들의 주변에 기댈 수 있는 가족이나 친지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노숙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씀하시는데 노숙자들을 향한 깊은 배려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 봉사 후 다시 몇 곳의 노인아파트를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는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연령의 나이가 많은 분들이 계셨는데, 암 투병으로 인해 초췌한 할머니, 장애인 아들과 함께 사는 할아버지,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는 할아버지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목사님의 방문에 너무 반가워하고, 목사님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과 따스한 인사에 많은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디자인한 후드티를 선물하자 그 자리에서 입어 보며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뻤습니다.
이번 봉사를 통해 우리 주의에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가슴깊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번 봉사활동을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