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를 받은 스리랑카 남성이 이슬람 폭도들에 의해 화형을 당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파키스탄 펀자브주에서 이슬람 정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폭도들이 시알콧시에 있는 스포츠용품 공장 관리자인 프리얀타 쿠마르라는 이름의 스리랑카인을 구타하고 몸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어 일부 군중은 불타는 시신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였고, 이 영상은 SNS를 통해 공개됐다.

한 지역 공무원은 인도 뉴스 통신사 '프레스 트러스트 오브 인디아(PTI)'와의 인터뷰에서 쿠마르 씨가 꾸란 구절이 새겨진 파키스탄 강경파 정당 '테흐리크-이-랩바이크(이하 TLP)'의 포스터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슬람 정당 포스터가 쿠마르의 사무실과 인접한 벽에 붙어 있었고, 공장 노동자 몇 명이 그가 포스터를 떼어내 소문을 퍼뜨리는 것을 보았다"며 "폭도 중 일부는 TLP 정당의 운동가이자 지지자들"이라고 밝혔다.

이후 폭도들은 그를 공장에서 끌어내 혹독하게 고문했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 그의 시신을 붙태웠다.

쿠람 샤자드 지역 경찰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사건에 연루된 12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알콧 공장에 대한 자경단의 끔찍한 공격과, 스리랑카 관리자가 산 채로 불에 탄 사건은 파키스탄의 수치"라며 본인이 "수사를 감독 중이며, 모든 관련자들은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법률지원정착센터(LAAS)'의 나시르 사이드는 파키스탄의 정부가 폭력 사태와 신성모독법 남용에 대해 무능했다고 비판했다.

사이드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처음 공개된 잔인한 형벌은 끝난 게 아니"라며 "이번 사건은 사람들이 신성모독법을 어떻게 오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에만 수십여 명이 신성모독법에 의해 기소됐으며, 이들 중 다수에 대해 살해 시도가 있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람들은 혐의를 시인한 뒤 어떠한 질문도 받지 못했고, 법을 스스로 집행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형법 295조와 298조에 포함된 신성모독법은 개인적인 원한을 갚기 위해 자주 남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짓 고발자나 거짓 증인을 처벌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이 법은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 시아파, 아마디야스, 힌두교 등 종교적 소수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데 사용되고 있다.

앞서 파키스탄 출신 기독교인인 아시아 비비는 2018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기 전까지 사형을 선고받아 10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이 판결로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은 판사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며 거리 시위를 벌였다.

또 2014년에는 기독교인 부부 셰자드와 사마 마시가 꾸란 페이지를 찢었다는 거짓 혐의를 받아, 폭도들에 의해 벽돌 가마에 갇혀 산 채로 화형됐다.